[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수천 년 전 바위에 새겨진 고래가 오늘의 장생포까지 이어진다. 선사시대 암각화에서 포경도시 장생포를 거쳐 생태·문화도시로 변화한 울산의 ‘고래 시간’을 한자리에서 짚어보는 학술행사가 울산고래축제 개막 하루 전 열린다.
‘울산과 웨일로드(WhaleRoad)-암각화의 선(線)에서 현대 산업의 면(面)까지’ 학술 세미나 포스터·사진제공=울산시 남구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장생포고래박물관은 오는 14일 고래생태체험관 4D영상실에서 ‘울산과 웨일로드(WhaleRoad)-암각화의 선(線)에서 현대 산업의 면(面)까지’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한다.
울산시박물관협의회가 주최하고 장생포고래박물관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울산 고래문화의 시간을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연결해 살펴보는 자리다. 고래를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라 울산의 역사와 산업, 생태, 지역 정체성을 관통하는 문화자산으로 바라본다.
출발점은 반구천 암각화다. 대곡리와 천전리 암각화로 구성된 반구천 암각화는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약 3㎞에 걸친 계곡의 바위면에는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 여러 세대가 새긴 그림이 남아 있다. 특히 대곡리 암각화에 표현된 고래와 해양동물은 울산과 고래의 오랜 인연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꼽힌다.
세미나는 전문가 강연과 발표, 토론으로 이어진다. 기조 강연은 브래들리 타타르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맡아 ‘고래와 함께 숨 쉬는 도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와 지역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최진숙 UNIST 교수는 ‘고래, 그리고 이야기하는 인간’을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선다. 고래라는 존재가 인간의 삶과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문화로 이어져 왔는지를 살펴본다.
현장과 연구를 잇는 발표도 마련된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사는 ‘땅을 파면 고래가 나옵니다-유적으로 읽는 울산의 고래’를 통해 고고학적 흔적을 짚는다. 이경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는 ‘동해안의 고래류-종 다양성과 변화’를 주제로 오늘날 동해의 고래 생태를 소개한다.
이어 최진숙 교수가 좌장을 맡고 최종혁 한강문화유산연구원 원장과 송세현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가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된다. 암각화와 고고학, 해양생태, 지역문화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울산 고래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행사의 의미는 올해 더욱 크다. 다음 날인 15일부터 18일까지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는 제30회 울산고래축제가 열린다. 과거 포경의 중심지였던 장생포가 고래와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문화관광 공간으로 변화해온 시간을 축제와 학술행사가 나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세미나 당일에는 행사 진행을 위해 고래생태체험관 4D영상실의 영상 상영이 중단된다. 관람객은 방문 전 운영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울산에서 고래는 박물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천 년 전 암각화에 남은 고래에서 탄광과 공업화를 지나온 도시의 기억, 그리고 오늘날 장생포의 생태·관광까지 한 줄기로 이어진다. 축제 전날 열리는 ‘웨일로드’는 그 긴 시간을 다시 읽어보는 울산만의 고래 여행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