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보령에서는 가을을 두 번 만난다. 오서산 능선에서 은빛 억새를 보고, 항구에서는 갓 구운 대하와 전어로 제철을 맛본다. 여름 피서객이 떠난 자리에 산행객과 미식 여행객이 들어서면서 보령의 산과 바다가 다시 여행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발 790.7m의 오서산은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린다. 바다에서도 산의 윤곽이 뚜렷해 예부터 고깃배들이 방향을 잡는 길잡이가 됐다.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깃들어 이름 붙은 산으로, 가을이면 정상부 능선을 덮은 억새가 서해 풍경과 어우러진다.
억새꽃은 보통 10월 초순부터 피어나 중순을 지나며 무르익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능선을 따라 은빛 물결이 번지고, 시야가 트이는 날에는 억새 너머로 보령의 들녘과 서해가 펼쳐진다. 해가 기울면 억새꽃에 붉은빛이 내려앉아 낮과는 다른 풍경을 만든다.
오서산 정상부 능선을 덮은 은빛 억새꽃과 맑은 하늘 풍경.·사진제공=보령시보령 방면에서는 청소면 성연주차장을 출발해 성골과 시루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약 3.6㎞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 거리는 편도이므로 하산 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상부 능선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오르는 길에는 경사가 있어 가벼운 산책으로 생각하고 나서기는 어렵다. 청라면 명대계곡과 오서산자연휴양림에서도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오서산 억새길을 따라 산행하는 모습.·사진제공=보령시오는 31일에는 성연주차장과 억새군락지 일원에서 ‘제8회 보령오서산 억새꽃 등산대회’가 열린다. 능선에서는 바람을 막을 겉옷을 준비하고, 낙조를 감상할 계획이라면 일몰 시각과 하산 동선을 미리 살펴야 한다.
산에서 내려오면 항구의 먹거리가 기다린다. 가을 대하는 굵은 소금을 깐 팬에 구워 먹는 맛이 좋다. 붉게 익은 껍질을 벗기면 탱글한 속살이 드러나고, 머리는 따로 바삭하게 구워 고소한 맛을 즐긴다. 전어도 이맘때 기름이 올라 구이와 회, 무침으로 식탁에 오른다.
갯가에서 구워진 굵은 대하와 전어 등 해산물 요리 모습.·사진제공=보령시
대하와 전어가 골고루 올려진 조리된 해산물 사진.·사진제공=보령시대천항 수산시장과 무창포항은 제철 해산물을 맛보기 좋은 곳이다. 무창포항과 무창포해수욕장 일원에서는 오는 11일까지 ‘무창포 가을 대하·전어 축제’가 이어진다. 9일부터 11일까지 한글날 연휴는 축제의 마지막 주말이어서 산행과 항구 방문을 묶어 일정을 짜기에도 좋다.
식사 뒤에는 무창포 해변을 걸어볼 만하다. 물때가 맞으면 해수욕장에서 석대도까지 약 1.5㎞의 바닷길이 드러난다. 매일 열리는 길은 아니므로 방문일의 개방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바닷길이 열리지 않아도 무창포타워에서 해변과 섬을 내려다보거나 백사장에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산행 비중을 줄이고 싶다면 대천해수욕장이나 충청수영성, 오천항을 중심으로 동선을 잡으면 된다. 억새를 보러 산에 올랐다면 항구에서 저녁을 먹고, 해산물이 목적이라면 해변 산책을 더하는 식이다. 하루 일정에 명소를 모두 넣기보다 산과 바다 한 곳씩 골라 머무는 편이 여유롭다.
시 관계자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보령에서 가을의 풍경과 제철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이 보령을 찾아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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