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처럼, 짧은 동시 한 편에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10월 1일 글로벌 AI여행미디어로 새롭게 문을 여는 트래블아이 2.0이 ‘신새별의 동시여행’을 시작합니다. 매주 화요일에는 신새별 동시인의 작품을, 목요일에는 신 동시인이 고른 시인의 작품과 미니해설을 싣습니다. 『별꽃 찾기』, 『발의 잠』의 신새별 동시인이 어린이에게는 상상의 즐거움을, 어른에게는 잊고 지낸 동심을 건넵니다. 첫 여행은 신현득 시인의 「가을 열매」입니다. 나무의 손끝에서 폴짝 뛰어내리는 열매들을 따라, 익숙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의 여행에 함께해 주세요. [편집자주]
가을 열매
신현득
나무가 그렇게 했죠.
제 살점을 쬐끔 떼어
물기 섞고, 바람 섞어
가지에 달았죠
초록 옷 입혀서.
그 작은 걸
햇살에 들고
햇살 젖으로 키웠죠.
웬만큼 크자, 이 가을에
노랑 옷을 입히거나
빨강 옷 갈아입혀 뒀어요.
뭐- 게요?
수수께끼 아녜요.
나무의 손끝에서 뛰어내리는
가을 열매, 열매들.
햇살을 먹고 자란 열매들이 노랑과 빨강 옷으로 갈아입고 나무의 손끝에서 뛰어내리는 가을 풍경을 동화적으로 그려낸 일러스트.·AI 활용 제작·트래블아이
- 『자장면 대통령』(아동문예)
신현득 선생의 동시는 술술 읽힌다. 이야기책처럼 구수하다. 다 읽고나면 ‘아!…’ 한다. 동시집 안에 들어있는 우리 겨레의 얼과 사람살이의 소박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역사의식에 대한 깨우침을 받을 수 있는 까닭에서다.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의 인물을 소재로 한 동시가 독자들의 마음속에 펄펄 살아있어서다.
이 동시에서 열매는 나무가 ‘제 살점을 쬐끔 떼어’ 가지에 달아준 것이라고 한다. ‘햇살 젖으로’ 키우고, 노랑 옷 빨강 옷 갈아입혀 두었더니, 가을 열매가 ‘나무의 손끝에서’ 뛰어내린다고 시인은 표현했다. 가을 열매가 아기새처럼 나뭇가지에서 폴짝 뛰어내린다. 이 얼마나 상상력 가득한 아름다운 비유인가! 제 살점을 떼어준 나무가 고마울 따름이다. 생명을 이어가고자 하는 자연의 숭고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미니 해설/신새별(동시인, ‘自由文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