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전문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한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이 있다. 경기도 곳곳의 노포들은 단지 오래된 식당이나 빵집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과 손맛을 이어온 살아 있는 기록이다. 아침마다 오븐을 여는 김포의 제과점, 새벽부터 사골을 끓여내는 수원 시장의 순댓집, 70년을 견뎌온 파주의 중화요리 집, 색감 있는 면으로 동네 입맛을 지킨 안산의 칼국수집, 한옥에서 스키야끼를 내는 양평의 작은 공간, 가족의 삶이 깃든 이천의 전골집까지. 이들은 변화를 쫓기보다 자기 일상의 리듬을 지키며 손님을 맞는다. 접시에 담긴 한 그릇, 진열대의 빵 한 조각이 주는 위로는 시대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김포 쉐프부랑제(제공=경기관광공사)
김포 사우동 ‘쉐프부랑제’는 오전 8시 오픈과 함께 갓 구운 빵 냄새로 동네를 깨운다. 전북 고창 출신 이병재 대표는 군산 이성당 등 여러 빵집을 거쳐 2002년 김포에 정착했다. 현재 100여 종의 빵을 만드는 이 집은 쌀단팥빵, 피칸이 듬뿍인 엘리게이터, 당근크림치즈파운드가 특히 인기다. 진열대는 오전 중에 빠르게 비는 편이라 가능한 한 일찍 방문하길 권한다. 사우프라자 지하주차장 이용이 편하고, 대중교통은 김포시청·사우역 인근에서 접근 가능하다.
수원 호남순대-(제공=경기관광공사)
수원 지동시장 ‘호남순대’는 새벽 4시부터 문을 연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 온 이 집의 순댓국밥은 돼지뼈만으로 우려낸 진한 사골 육수가 특징이다. 순대곱창볶음은 당면과 채소가 어우러진 매콤한 맛으로 술안주와 식사 모두에 잘 어울린다. 시장의 소리와 냄새 속에서 한결같이 음식을 내놓는 광경은 오래된 시장의 정취를 전한다. 수원역·팔달문 인근이라 접근성이 좋고, 아침 시간대에 시장의 활기를 함께 느끼기 좋다.
파주 덕성원-(제공=경기관광공사)
파주 금촌 ‘덕성원’은 1954년 문을 연 뒤 70년 가까이 지역의 중화요리를 지켜왔다. 벽면의 흑백사진은 이 집의 긴 시간을 증언한다. 냉동 해산물을 쓰지 않는 원칙과 싱싱한 채소 고집은 짬뽕과 짜장을 오래 사랑받게 한 비결이다. 금촌역에서 도보로 5분 내외라 접근성이 좋고, 평일 브레이크타임을 피해 방문하면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
안산 이조칼국수(제공=경기관광공사)
안산 ‘이조칼국수’는 삼색면으로 유명한 곳이다. 흑미·콩가루·부추를 섞어 만든 면과 연안부두에서 공수한 조개로 우려낸 국물의 조화가 인상적이며, 보리밥은 칼국수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는 존재다. 팥칼국수와 집에서 담근 김치는 계절 메뉴와 함께 이 집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주말 점심 시간대엔 대기 가능성이 있으니 시간을 고려해 방문하자.
양평 사각하늘(제공=경기관광공사)
양평 ‘사각하늘’은 북한강 인근 언덕 위 한옥에서 스키야끼와 다도 체험을 제공한다. 일본인 건축가가 한옥의 미를 살려 지은 공간에서 철판에 구운 채소와 얇은 소고기를 날달걀에 찍어 먹는 방식의 스키야끼를 맛볼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하고 말차 체험을 병행하니 사전 예약은 필수다. 촛불과 자연광이 만드는 정적은 식사의 온도를 천천히 낮춰준다.
이천장흥회관(제공=경기관광공사)
이천 ‘장흥회관’은 1982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전골을 끓여온 곳으로, 창업주의 작은 시작이 가족의 삶과 맞물려 오늘까지 이어져왔다. 재료 준비와 국물 우림에 정성을 들이는 전골은 주문 시 미리 알리면 기다림 없이 맛볼 수 있다. 식사 후 이천시장의 소박한 풍경을 걸어보면 한 끼의 여운이 오래간다.
오래된 가게들이 건네는 느린 위로는 소중하다. 경기도 골목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노포들은 그 자체로 여행지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다음 주말, 동네 오래된 가게 하나를 찾아보자. 익숙한 맛과 풍경이 하루를 더 든든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