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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여행] 청주 풍정사계...이한상 대표의 사계절에 담긴 술 이야기

춘·하·추·동으로 만나는 우리 술의 깊이

최치선 기자
[우리술 여행] 청주 풍정사계...이한상 대표의 사계절에 담긴 술 이야기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청주 무심천 너머, 단풍나무 우물이 있는 마을에서 사계절을 담은 네 가지 술이 탄생했다. 사진사에서 술 빚는 장인으로 변신한 이한상 대표의 ‘풍정사계’는 봄엔 약주, 여름엔 과하주, 가을엔 탁주, 겨울엔 증류식 소주로 우리 술의 품격을 전한다. 하나의 누룩으로 빚어낸 네 가지 술은, 단순한 술이 아닌 시간과 기억, 정성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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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사계(춘,하,추,동) (사진=최치선 기자)

 

술이 빚는 사계절의 기억, 풍정마을에서 시작되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작은 마을, 풍정. 예부터 맑은 물로 이름났던 단풍나무 우물, 이른바 ‘싣우물’이 있는 이곳에서 이한상 명인은 사계절을 닮은 전통주 ‘풍정사계’를 빚고 있다.

 

‘춘(春)·하(夏)·추(秋)·동(冬)’. 계절의 이름을 따온 이 술은 조선시대의 주조 방식과 철학을 현대에 맞게 되살린 결과물이다. 각각의 술은 누룩과 발효 방식, 숙성 방식의 미묘한 차이로 전혀 다른 풍미를 내며, 하나의 전통 누룩 ‘향온곡’으로 사계절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우리 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상징한다.


사진사에서 술 장인으로, 삶을 빚은 시간들

이한상 대표가 술을 빚기 시작한 것은 사실 아주 오래된 꿈이었다. 그는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청주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다. 필름 카메라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할머니가 손수 빚어주시던 술에 대한 기억과 향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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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사계 이한상 부부. (사진=트래블아이)

 

세월이 흐르며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도래하고, 필름이 점점 사라지자 사진관도 예전 같지 않았다. 수입이 줄어들고, 사진관의 불빛이 점차 희미해지던 어느 날, 그는 결심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전통주의 길로 들어서기로.

 

전통주 양조법을 배우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동안, 사진관의 일은 아내가 도맡아 이어갔다. 말없이 헌신한 아내의 내조는 ‘풍정사계’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한 보이지 않는 술독이었다. 이한상 대표는 말한다.

“술은 혼자 빚는 게 아닙니다. 가족의 시간과 정성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술이 완성됩니다.”


‘춘(春)’ — 봄꽃 향기 닮은 약주의 정수

 

풍정사계의 첫 번째 술, ‘춘’은 봄의 따스함과 생동감을 담은 약주로, 배꽃과 메밀꽃, 어린 사과를 닮은 산뜻한 향이 인상적이다. 은은한 단맛과 적당한 산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 안 가득 부드럽게 퍼지고, 100일 이상 옹기에서 숙성된 덕분에 끝맛은 깔끔하고 깊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만찬에서 선택한 술이 바로 풍정사계의 ‘춘’이었다. 한국 전통주가 외교 무대의 건배주로 오른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춘’은 2021년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그 품격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고, 한·벨기에 정상 만찬에서도 만찬주로 선정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샐러드나 냉채 같은 가벼운 요리부터 회, 고기구이, 된장찌개와 같은 한식까지 폭넓게 어울리며 음식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페어링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격식 있는 자리부터 일상 식탁까지 두루 어울리는 품격 있는 전통 약주다.

 

‘하(夏)’ — 여름을 건너는 술, 과하주의 재해석

‘하’는 여름철 고온에서도 변질되지 않도록 약주에 증류식 소주를 더해 만든 주정강화주다. 기존의 ‘춘’보다 진한 단맛과 참외를 닮은 향이 특징이며, 캐러멜 풍미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시원하게 칠링해 마시면 무더운 날 정자에 앉아 매미 소리를 들으며 맑은 샘물을 마시는 듯한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기름진 중식 요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추(秋)’ — 가을걷이의 기쁨을 담은 탁주

가을 논두렁에 앉아 한잔 나누던 풍경을 담은 ‘추’는 원주 형태의 프리미엄 탁주다. 아이보리빛 술은 막 익은 과실 향과 꽃향이 어우러지며,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완자전, 홍어삼합, 제철 과일과 곁들여 마시면 단맛과 산미, 쌉쌀한 여운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완전 발효로 숙취가 거의 없는 것도 이 술의 큰 장점이다.

 

‘동(冬)’ — 칼바람 속 정담 나누는 증류식 소주

풍정사계의 겨울, ‘동’은 25도와 42도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는 증류식 소주다. 상압 동증류기로 증류한 뒤 1년 이상 옹기에서 숙성시켜, 불향과 꽃향, 견과류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동은 우리술품평회에서 증류식 소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높은 도수에도 부드러운 목넘김과 긴 여운이 특징이며, 찐 생선이나 향 강한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겨울 밤, 정담을 나누며 마시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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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상 대표가 직접 만든 누룩 \'향온곡\' (사진=트래블아이)

 

네 가지 술, 하나의 철학

풍정사계는 단순히 네 가지 술이 아니다. 그것은 계절을 빚는 철학이고, 한 명인의 인생이자, 한 가족의 시간이 담긴 이야기다.

이한상 대표는 말한다.
“우리 술의 아름다움은 다양성에 있습니다. 누룩 하나로도 사계절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술은 곧 삶이고, 기억이고, 기다림입니다.”

청주의 작은 마을 풍정에서 사계절이 다시 빚어지고 있다. 한 모금 술을 마실 때마다, 그 속에서 지난 계절과 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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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사계 간판과 찾아가는 양조장 인증판(사진=트래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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