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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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일순] 수크레로 가는 길에는 버스가 야생 산양인 뿔긴떼를 만나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댄다. 그러나 무리지어 움직이는 산양 떼도, 경적을 울려대는 운전사도 차안에 가득한 승객들도 별로 서두르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시끄러운 경적만이 고원에 메아리칠 뿐이다.

 

410_301_2750.jpg▲ 수크레로 가는 버스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버스는 언제부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로를 버리고 관목 숲 사이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은 개울을 하나 건너는가 싶더니 갑자기 부와왕!’하며 커다랗게 엔진 소리를 내더니 멈추어버린다. 바퀴가 축축한 모래바닥을 파고 들어가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버스에 탄 모든 남정네들이 내려 밀어보았으나 역부족이다. 버스 안에서 삽 등 연장을 꺼내 사람들이 근처에서 돌멩이와 관목들을 뽑아와 바퀴 밑을 파고 웅덩이를 돌과 나무로 채운다. 그리고 다시 시동을 건 버스에 모두 달라붙어 밀자 겨우 그 자리를 빠져나왔으나 5미터도 못가 다시 빠져버린다. 이런 힘든 씨름을 두 시간여 동안 10여 차례나 하고서야 마침내 모래 수렁을 빠져나온다. 하지만 버스가 빠진 고원의 풍경은 가히 선경이다

 

410_304_3210.jpg▲ 끝없이 펼쳐진 붉은 고원의 한쪽으로는 우람한 산맥이 흰 구름 섞인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그중 한 산의 정상부분의 모습은 인도 자이푸르의 암베르성 정상부분에 우뚝 지어진 자이기르 요새를 닮아 있다
 

410_303_2841.jpg▲ 밭을 갈고 있는 부부의 모습.
 

끝없이 펼쳐진 붉은 고원의 한쪽으로는 우람한 산맥이 흰 구름 섞인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그중 한 산의 정상부분의 모습은 인도 자이푸르의 암베르성 정상부분에 우뚝 지어진 자이기르 요새를 닮아 있다. 행여나 사람이 지은 요새가 아닌가싶은 생각에 한참을 눈여겨본다. 대자연이 지어낸 함락당할 일이 없는 요새다.

410_302_2813.jpg▲ 요새와 같은 고원 위의 모습이 신비롭다.
 

약 두 시간 가까이를 버스와 씨름을 하는 사이에 한 인디오 중년 부부는 버스가 다시 움직이기는 글렀다는 듯 짐을 내려 등에 메고는 터덜거리며 걸어서 멀어져간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집이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 고원에서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이들 역시 티베트나 몽골의 고원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자동차가 퍼져버리자 죽어버린 짐승으로 치부하고 이내 포기한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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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순의 남미여행기] 신화의 땅 '라틴아메리카'...칠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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