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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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1일차  : 서울~평택


[트래블아이 =최치선 기자] 이른 아침부터 잠을 설쳤다. 자전거 국토종단은 처음이라 긴장되기도 했지만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에 마음이 안 놓였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일어나서 테일지코리아에서 협찬한 전기자전거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안장 높이를 조절하고 스패너로 볼트를 꽉 조였다. 자전거 전용 가방도 흔들리지 않게 고정했다. 배낭과 가방에 노트북과 속옷 면도기 등을 채워넣고 설문용지도 챙겼다. 자전거 충전도 100%다. 이제 CNP바이크에서 제공한 헬멧과 라이딩 옷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준비완료다. 간단히 사를 하고 서둘러 페달을 밟았다.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출발시간은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라이딩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불광역에서 다음 역인 녹번역까지 무려 두 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중 표지판도 형식적으로 세워놓았고 자전거도로는 없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만한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보행자에 대한 배려나 편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짝 긴장 한 채 차들이 달리는 도로로 자전거를 몰았다. 그렇게 위험을 느끼며 홍제를 지나 인사동을 관통해 한남대교까지 계속 달렸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법 크게 자란 가로수와 그 위에 푸른 하늘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남대교를 건널 때는 한강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평소 차안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강이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본 한강은 이국적이기까지 했다.

강을 건넌 후부터 라이딩에 제동이 걸렸다. 강북과 강남의 차이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자전거가 알아챘다. 도로와 인도에 차와 사람이 넘쳐났다. 차도로 달릴 엄두도 못내고 자전거 길이 없는 인도에서도 라이딩은 자유롭지 않아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는 아예 자전거를 끌고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만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무려 1시간은 족히 허비한 것 같았다. 겨우 강남역의 혼잡지역을 빠져나오니 양재역부터 과천까지는 아주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자전거 도로는 군데군데 끊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다 정비가 잘 된 편이었다. 특히 우면동엔 나주의 메타세콰이어 숲 길처럼 멋진 나무들이 길게 도열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과천종합청사역까지 오는 동안 자전거 도로는 계속 이어져서 다른 지역보다 편하게 달렸다.

하지만 인덕원을 향해 갈 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다. 초겨울 날씨를 보며 하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곡을 준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를 맞으며 우비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이 있는 쉼터로 향했다.

30분쯤 지나자 빗발이 잦아들었지만 비에 젖은 몸에 한기가 와서 도저히 라이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결국 인덕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금정까지 간 다음 다시 천안행으로환승했다.

평택까지 오는 동안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안전여행을 촉구하는 설문지를 돌렸다.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학생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어른들 역시 일어나선 안될일이 일어났다면서 슬퍼하고 분노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은 한결같이 세월호 참사가 두 번 다시 재발되지 않 도록 철저한 관리감독과 책임자처벌 그리고 재난예방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전거 도로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오산에 사는 김정식(가명 54)씨는 “평소 라이딩을 즐기는데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국도를 이용할 때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면서 “안전한 자전거 여행이 되도록 전용도로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평택역에 내리자 8년전 건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AK백화점과 영화관 있는 세련된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옆 광장에는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근조 플랜카드와 기둥마다 세월호 실종자를 기다리는 노란리본이 빼곡히 매달려 바람에 휘날렸다.

광장 건너편은 새로 조성된 쇼핑상가들이 명동이나 강남역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했다. 아이쇼핑을 하다보니 피로가 몰려왔다.

역 근처 숙소는 방이 없거나 비쌌다.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다행히 좀 외진 곳에 방을 잡고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다. 배가 고파서 눈을 떠보니 9시다. 밖으로 나와서 8년전 먹었던 파주옥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간판의 불이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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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옥에서 맛볼 수 있는 곰탕
 

4443.jpg▲ 파주옥에서 곰탕과 함께 먹으면 제맛인 김치
 


 

곰탕과 소주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파주옥의 별미는 갓담은 김치와 잘익은 무김치다. 구수한 곰탕과 걷절이 김치는 궁합이 아주 잘 맞아 손님들한테 인기가 높았다.


이렇게 종주 1일차는 중간에 비가 오는 바람에 평택까지 완성을 하지 못했지만 2일차는 평택에서 전주까지 8시간 거리를 달려야 한다. 거리도 175km라 만만치 않다. 전기자전거는 70km 달리면 오늘처럼 밧데리가 다 소모되기 때문에 온전히 인력으로 페달을 밟아야 한다.

라이딩을 하면서 실제 도로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날씨와 자전거의 선택이 무척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알았다. <계속>


2일차 평택에서 전주간 자전거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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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획] 내 나라 안전여행을 촉구하는 자전거 국토종단(1) 종주 1일차 서울~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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