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한국어로 도와드립니다” 필리핀이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안전 강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한 관광객 유치 경쟁을 넘어, 여행 환경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필리핀관광부(DOT)는 최근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관광경찰 배치와 긴급 대응 시스템 개선, 관광객 지원 인프라 확대를 핵심으로 한 현장 중심 안전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막탄세부국제 공항(제공=필리핀관광청)
이번 조치는 세부에서 열린 아세안 관광 포럼을 계기로 양국 고위급 관광 협의가 이뤄지면서 구체화됐다. 한국은 필리핀 관광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바운드 국가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은 필리핀 방문객 수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휴양과 다이빙, 골프, 어학연수 등 다양한 목적의 방문 수요가 두텁다.
한국어 응대 관광경찰은 Cebu, Boracay, Palawan, Bohol, Davao, Clark 등 한국인 방문 비중이 높은 지역에 우선 배치된다. 국제공항 접근성과 리조트 밀집도, 레저 인프라 등을 고려한 선정이다. 이들 지역은 신혼여행과 가족 휴양지, 골프 여행지로 국내 여행객에게 익숙한 곳들이다.
관광객 지원 콜센터에도 한국어 상담 인력을 상주시켜 긴급 상황 발생 시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분실·사고·의료 지원 등 여행 중 돌발 상황에 대해 언어 장벽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관광경찰 대상 외국어 교육도 병행하며, 향후 다른 주요 시장 언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필리핀 당국은 최근 아시아 각국이 관광 회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안전’이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리조트 시설만으로는 장기적인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여행객이 체감하는 치안과 응대 수준이 재방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단기 캠페인이 아닌 구조적 개선에 가깝다.
실제로 세부와 보라카이 등 주요 휴양지는 최근 몇 년간 공항 확장과 도로 정비, 환경 관리 강화 등 관광 인프라 개선 작업을 이어왔다. 여기에 언어 지원과 현장 대응 체계를 더해 ‘안심 여행지’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방정부와 관광업계에도 협력을 요청해 숙박·교통·액티비티 현장에서의 안전 매뉴얼 점검도 병행한다.
한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익숙한 휴양지가 한층 가까워진 셈이다. 여행의 설렘은 낯선 풍경에서 시작되지만, 안도감은 소통에서 비롯된다. 필리핀이 꺼내 든 ‘한국어 관광경찰’ 카드는 관광객 수 확대를 넘어, 여행 경험의 질을 끌어올리려는 신호로 읽힌다.
관광은 결국 신뢰의 산업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리조트 풍경 뒤에 안전망이 촘촘히 갖춰질 때, 여행지는 비로소 다시 선택받는다. 필리핀의 이번 조치가 한국인 여행객에게 ‘가고 싶은 휴양지’에서 ‘안심하고 찾는 여행지’로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