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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다자이후 텐만구(사진=문소지 기자)

돌계단의 끝에 서자 공기의 결이 달라진다. 익숙한 산사의 구조를 닮았지만, 이곳의 시간은 전혀 다른 속도로 흐른다. 계단 아래로 곧게 뻗은 참배길 위에 도리이가 문처럼 서 있고, 그 너머로 다자이후의 일상이 조용히 열린다. 말보다 먼저 풍경이 도착하는 순간이다. 이국이라는 감각은 설명이 아니라, 이렇게 몸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침묵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후쿠오카 남쪽에 자리한 다자이후 텐만구다.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신사로, 일본 전역의 텐만구 신사의 본산과도 같은 곳이다. 시험철이 되면 합격을 기원하는 학생들과 가족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지만, 그 바람마저도 이곳에서는 소란스럽지 않다. 정갈한 돌길과 오래된 녹나무 숲이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낮추기 때문이다.

 

검은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로 시간을 흔든다. 신사의 영역과 도시의 일상이 도리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풍경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신과 삶을 어떻게 이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계단을 내려오며 깨닫는다. 일본은 이해되는 곳이 아니라, 이렇게 서서히 스며들어 어느새 시선과 호흡을 바꿔놓는 세계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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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지의 포토에세이] 일본 후쿠오카...도리이 너머, 언어보다 먼저 오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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