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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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은원] 지난 여름 2박 4일 동안 떠났던 보라카이 여행. 그 후유증으로 수업을 이틀이나 빠졌다. 보라카이가 어떤 곳이었기에 다녀온 이후 며칠 동안 넋이 나간 채 있어야 했을까. 마지막 여행지로 나는 보라카이와 보홀 두 군데 중 고심했다. 보홀에는 귀여운 타르시어(눈이 큰 조그만 원숭이 오직 보홀에서만 서식한다)가 있고 보라카이는 아름다운 화이트 비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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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이름만 들어도 연상되는 에메랄드 코랄 빛 바다와 뜨거운 햇빛 그리고 낭만적인 해변썬셋. 나는 무한한 기대감과 로망을 품고 며칠의 고심 끝에 결국 보라카이의 아름다운 산호바다에 손을 들었다.   

나의 이번 보라카이 여행메이트는 나의 마닐라 여행 메이트였던 R과 나의 룸메 Kaylee 그리고 학교 배치메이트인 Stacy 이렇게 3사람이다. 나와 R이 이번 여행의 모든 계획을 짜기로 하였다. 떠나기 1달 전부터 분주했다.    
우리는 한국 여행사가 몰려있다는 말을 듣고 말라테에 3번 정도 찾아갔지만 번번이 헛수고만 하고 돌아왔다. 결국 R과 나는 인터넷으로 항공 예약과 리조트 예약을 하기로 하였다. 항공편은 갈 때는 세부 퍼시픽으로 990페소, 올 때는 제스트에어로 1990페소에 예약했다. 마침 세부퍼시픽에서 마닐라-보라카이행 비행기 프로모션이 있어서 올 때보다 2배 가까이 저렴하게 갈 수 있었다.   

boracay-beach.jpg▲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 풍경
 

항공권 예매를 할 때 간혹 저렴한 가격의 프로모가 뜬다. 비행기 시일을 앞두고 누군가가 비행기를 취소했거나 아니면 타는 사람이 없어 비행기 좌석이 남을 때 이러한 프로모 좌석이 뜨곤 한다. 리조트는 한국 중계사이트를 통해 파라다이스 가든 리조트라는 곳에서 2박을 예약했다. 

2인 1실 1박이 7만 원 정도인데, 풀장도 있고 뷔페 조식도 포함해서다. 그래서 1인당 세금 포함해서 총 15만 원 정도에 모든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보라카이를 갈 때는 깔리보공항을 통해서 가는 방법과 까띠끌란 공항을 통하는 방법, 2가지가 있다. 까띠끌란행 비행기는 보라카이로 가는 선착장에서 가까워서인지 훨씬 비싸다. 반면 깔리보를 통해서 가는 편도비행기 삯은 까띠끌란보다 대략 2000페소 정도 더 비싸다.   

대신에 비행기에서 내리고 약 2시간가량을 버스나 벤을 타고 선착장까지 간 다음에 가야한다. R과 나는 비행기 값을 아끼기 위해 깔리보행으로 예약했다. 21일 토요일 6시 비행기와 24일 화요일 새벽 5시 30분 비행기이다.    
가장 저렴한 값으로 맞췄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걱정되는 것들이 많았다. 우선 보라카이로 들어가는 배의 막차와 첫차 시간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운이 나쁘다면 돌아오는 마지막 날은 공항 주변에서 노숙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R은 이러한 것조차도 다 경험으로 생각하는 매우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 덕분에 마닐라와 보라카이에서의 여행이 매우 익사이팅했다.   

beach-7475.jpg▲ 보라카이 화이트비치 풍경
 

고대하고 고대했던 5월 21일 아침. 아뿔싸. R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새벽까지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서 열정을 불사르고 돌아왔다는 그녀의 몸은 열로 뜨끈뜨끈하다. 결국 공항까지 버스로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R은 자신의 뛰어난 체력만을 믿고 자만했던 자신을 저주했다.   

학교에서 공항까지는 택시로 30분 정도 소요하고 택시비는 240페소 정도 나왔다. R의 상태만 빼면 평이한 출발이다. 공항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했던 비용인 터미널 요금 200페소를 내야만 했다. 국내선이니까 200페소이지,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750페소나 내야한다. 필리핀 정부는 정말 떠나는 그 순간까지 우리에게서 돈을 짜내려는 거 같다.   

비행기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우리는 주변의 작은 면세점을 둘러보고는 공항 안에 ‘팬케이크 하우스’로 들어갔다. 딱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R의 상태가 좋지 않아 푹신푹신한 소파에서 쉬게 할 생각이었다.   

R은 테이블에 얼굴을 묻은 채 뻗어버렸고, 나는 참치샌드위치와 블랙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총 합쳐서 250페소 정도가 나왔다. 예상치 못한 금액을 계속 쓰게 되어서 조금 걱정되었지만,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기 때문에 나는 만족스러웠다.   

약간의 휴식 이후 기운을 차린 R은 다시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나와 R은 비행기를 타러 플랫폼으로 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작은 국내선 비행기. 내가 팔라완에서 탔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는 순간은 항상 긴장된다. 여행에 대한 긴장과 비행기의 안전성에 대한 긴장까지 다양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1시간의 짧은 비행 후 우리는 깔리보 공항에 도착했다. 깔리보 공항에는 보라카이 선착장까지 운행하는 벤을 타라는 호객꾼들로 가득했다. 깔리보 공항에서 선착장까지 가는 벤은 200페소이고 2시간가량 걸린다. 벤을 타고 가는 2시간 내내 차창 밖은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흔한 가로등조차 없는 산길을 지나가는데,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질 정도로 많이 보였다. 선착장에 도착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마침 가이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국인 아주머니 덕분에 무사히 배를 탈 수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환경세 75페소, 배 삯 50페소 그리고 터미널 요금으로 50페소를 냈다. 배로는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어두운 저녁인데 불구하고 물이 맑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린 후에는 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트라이시클을 타고 리조트로 갔다.   R

과 내가 묵게 될 리조트인 파라다이스 가든 리조트는 생각보다 좋았다. 다만 우리는 트리플을 예약했는데, 트리플이 아닌 더블룸을 배정 받아서 황당했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조식이나 부대시설은 만족스러웠다. 기대감으로 뜬 눈 새운 다음날 아침, 우리는 대충 씻고서는 7시 30분 경 조식 뷔페에 갔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즐기는 아침 만찬은 새로웠다. 다행히도 R은 원래의 쌩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침을 먹자마자 우리 일행은 아침바다를 보러 나갔다. 보라카이는 길이가 7km 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다. 스테이션1,2,3으로 모두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스테이션1은 고급 리조트와 조용한 비치가 있고 스테이션 2에는 쇼핑단지인 Dmall을 비롯하여 각종 레스토랑과 바, 카페가 모여 있다. 스테이션3는 저렴한 숙소와 리조트가 모여 있는 곳이다. 스테이션 3에서 스테이션 1까지는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걸렸다.    

우리는 보라카이에 있는 동안 이 거리를 10번도 넘게 왕복했다. 이곳에 오기 전 우리의 모토는 보라카이에 6년 산 사람보다 보라카이의 속속 들이에 대해 잘 알자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떠날 즘에 우리는 모든 가게, 술집이 어디 있는지 지도를 보지 않아도 잘 찾아갈 경지까지 올랐다.   

아침 9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햇빛이 강해서 우리 모두는 챙이 넓은 모자와 썬글라스를 챙기고 산책을 나갔다. 상아빛 하얀 모래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는 내가 이곳에 오기 전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하얀 모래사장은 곱고 푹신푹신했다.   

비치에서 한창 화보촬영을 한 우리는 비치에서 나와 Dmall로 향했다. 스테이션1과 2 사이에는 로드샵들이 즐비한 쇼핑단지인 Dmall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다양한 샵들을 구경하였다. 수많은 비치웨어를 파는 옷가게와 보라카이 기념품 샵들이 즐비해 있었다.   

또한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레스토랑과 까페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잡았다. 간단히 둘러 본 후에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스테이션 3부터 스테이션 1까지 걷고 Dmall을 구경하고 나니 점심시간은 금방이었다.   

Dmall에 위치한 유명 스페인 음식 전문점인 올레(olle)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이곳에서 790페소 콤보를 시켰는데, 5가지 메뉴를 우리가 고를 수 있었다. 우리는 5가지 메뉴로 조개구이와 그라탕, 오징어튀김, 미트 볼, 갈릭머쉬룸을 주문했다. 4명이 먹기에는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비키니 수영복을 위해서 점심을 적당히 먹기로 하였다. 스테이션 3에서 1까지 왕복한 후 우리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찝찝한 마음에 수영을 하고 싶었지만, 지글지글한 태양 아래서 수영을 하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라고 판단하여 리조트 내의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만나기로 했다.    

1시간 뒤 파라다이스 가든 리조트 야외 풀장에서 모인 우리는 한 바탕의 포토타임을 가진 뒤, 풀장에 뛰어들었다. 세상에! 풀장은 생각보다 엄청 깊었다. 1m 57cm 정도인데, 인공폭포가 내리는 곳은 수심이 2m가 넘어서 발조차 닿지 않았다.   

우리가 기대했던 명품복근의 멋진 외국남은 없었지만, 우리는 누구의 의식이나 시선에 상관없이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물 장난치며 신나게 2시간 동안 풀장에서 놀았다. 물장난 치고 씻고 나자 다시 배가 고팠다.   비키니를 입겠다고 점심도 적게 먹지 않았던가. 우리는 간식을 먹으러 다시 Dmall까지 걸어갔다. Dmall에서 발견한 완소 수제버거집인 Bite버거. 

우리는 제일 큰 햄버거인 트리플X버거를 주문했다. 4명이 나눠 먹어도 배가 부른 이 거대한 햄버거 하나 가격은 겨우 340페소. 레모네이드 2잔과 함께 주문하니 400페소 가량 나와서 일행 4명에서 깔끔하게 100페소씩 내고 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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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낭만과 열정의 섬 '보라카이' 추억 만들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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