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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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월동에서 울린 겨울의 진혼곡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영화 겨울소풍: 땅끝에 선 사람들의 촬영 이틀째, 카메라는 광주의 시간을 향했다. 최일순 감독과 오정옥 촬영감독, 그리고 배우들은 이른 아침 망월동 국립묘지로 향했다. 이곳은 영화의 배경이기 이전에, 한국 현대사의 가장 무거운 기억이 놓인 자리다. 이날 촬영은 장면을 만드는 작업이라기보다, 그 자리에 서는 일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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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소풍에 출연한 배우들과 감독 및 스탭들(사진=최치선 기자)

묘역 한켠에서 망자를 위한 진혼곡이 울렸다. 대금 시나위의 길고 낮은 호흡이 공기를 가르자, 최일순 감독은 넉전춤을 췄다. 발은 땅을 딛고, 몸은 하늘을 향했다. 5·18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남겨진 혼을 위로하는 의식은 연기가 아니었다. 말 대신 몸으로 건네는 사과와 애도의 시간이었고, 카메라는 그 침묵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이날 촬영은 기주봉 배우의 특별출연으로 더욱 깊이를 얻었다. 망월동을 찾은 그는 영화 속에서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에 의해 만삭의 아내를 잃고 평생을 한으로 살아온 참배객으로 등장한다.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기주봉의 표정과 호흡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했다. 묘비 앞에 멈춘 시선, 잠시 굳어지는 손끝,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까지—연기는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최일순 감독은 배우들에게 “장면을 연기하지 말고, 시간을 견디라”고 주문했다. 오정옥 촬영감독은 클로즈업을 자제하고, 인물과 공간의 거리를 유지했다. 망월동의 하늘과 묘역, 그리고 사람의 몸이 같은 프레임에 머무는 방식은 이 영화가 선택한 윤리였다. 기록은 개입하지 않고, 동행하는 태도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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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순 감독겸 배우가 망자의 혼을 위로하는 넉전춤을 추고있다(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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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법사(왼쪽)가 진혼곡을 팡이역의 김평부 배우(오른쪽)가 대금 시나위를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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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주봉 배우가 특별출연 해 5.18때 계엄군의 총에 의해 아내를 잃은 슬픔을 연기하고 있다.(사진=최치선 기자)

망월동 씬을 마친 뒤, 출연진은 말을 아꼈다. 짧은 정리와 장비 철수만이 이어졌다. 영화는 다시 길로 나선다. 겨울소풍의 일행은 다음 촬영을 위해 목포로 이동했다. 위로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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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소풍: 땅끝에 선 사람들’ 촬영 2일차, 위로는 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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