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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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본 진혼의 로드무비...얼어붙은 길 위에서 위로를 걷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광주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영화 겨울소풍(부제: 땅끝에 선 사람들)은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 현장에 선 사람들의 선택에 가까웠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 일행은 광주에서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촬영 1일 차, 아홉 명의 배우가 그렇게 한 팀이 됐다. 이들이 함께 완주할 여정은 2시간 분량의 로드무비이자 다큐멘터리 형식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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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소풍]배우들과 감독 최일순(좌에서 4번째) (사진=최치선 기자)

이 영화의 출발점에는 고 전유성 개그맨이 사북탄광에서 올린 진혼제가 있다. 광물에 대한 감사, 그리고 사고로 생을 마감한 광부들의 넋을 기리는 자리였다. 그 현장에서 최일순 감독은 “미완의 로드무비를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영화의 출발 신이 됐다. 최 감독은 연출을 맡는 동시에 ‘백수’라는 이름의 배우로도 카메라 앞에 선다.

 

광주에서 만난 법사는 이 여정의 또 다른 중심이다. 그는 광주 5·18 항쟁과 4·16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진혼제를 올리는 인물이다. 일행은 법사와 함께 목포와 팽목항, 진도까지 길을 이어간다. 이 길 위에서 배우들은 자기 이름이 아닌 배역명으로 불린다. 뜽구, 법사, 몸빼, 잭슨, 팡이, 풀이, 기타, 먼산. 이름은 캐릭터가 되고, 캐릭터는 각자의 삶과 기억을 대신한다.

 

카메라는 설명을 최소화한다. 촬영감독 오정옥의 화면은 풍경을 해설하지 않고, 현장의 공기와 침묵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촬영에 참여한 최치선의 카메라는 배우와 기록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길 위의 감정을 붙잡는다. 팽목항에 이르러서는 누구도 쉽게 말을 잇지 않는다. 대신 바람과 파도, 멈춘 시선이 장면을 채운다.

 

‘겨울소풍’은 슬픔을 재현하지 않는다. 진혼은 의식이 아니라 태도이며,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함께 걷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사북탄광에서 시작된 이 길은 광주와 목포, 팽목항과 진도를 지나, 끝내 가장 낮고 먼 곳을 향한다. 이들의 여정은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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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소풍 – 땅끝에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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