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울시가 공들여 선보인 ‘한강버스’가 또다시 잇단 사고로 운항이 중단됐다. 정식 운항 시작 이후 반복되는 안전사고에도 서울시는 사실상 뚜렷한 대책 없이 운항을 지속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민 안전과 막대한 세금 투입이 걸린 문제를 두고도 시가 ‘오세훈 시장의 치적사업’에 집착해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한강버스가 운항도중 또 멈춰 승객들이 배에서 1시간 동안 대기상태로 구조를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다(제공=서울시)
서울시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뚝섬 선착장을 무정차 통과한다고 15일 밝혔다. 한강버스 운항 과정에서 부유물·이물질과의 충돌이 잇따르자 선착장 주변 수중조사와 준설을 위해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상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뒤늦은 임시봉합식 대응’만 반복해온 셈이다.
문제는 사고가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1일 오후 7시 50분경, 한강버스가 잠실에서 뚝섬으로 입항하던 도중 선착장 주변에서 떠다니던 로프가 프로펠러에 감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영사는 잠수부를 투입해 직접 제거해야 했다. 같은 날 낮 12시 43분에도 뚝섬에서 출항하던 선박이 인근 수역에서 이물질과 접촉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사고 발생 지점과 유형이 반복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강버스 운항 자체가 충분한 안전성 검토 없이 서둘러 추진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강버스를 멈추게 만든 이물질(제공=서울시)
그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 14일 저녁 8시 30분경, 잠실선착장에서 불과 118m 떨어진 지점에서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멈춰 섰다. 승객 82명은 어두운 강 한복판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해야 했고, 119 구조대와 한강경찰대가 도착한 뒤에야 구조선으로 옮겨 탈 수 있었다.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민들은 극심한 불안과 불편을 호소했다.
“구명조끼를 막 던지고 소리 지르고… 아이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울고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의 증언은 당시의 혼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서울시는 “항로 이탈은 아니며, 강바닥의 모래·흙 또는 이물질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박 운항 가능 여부를 재점검해 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이미 9월 정식 운항 직후 한 달 가까이 사고가 잦아 운항이 전면 중단됐던 점을 감안하면, 시의 해명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서울시는 오늘부터 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사고가 집중된 구간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운영 재개 보름 만에 다시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안전 검증 없이 ‘성급한 개통’을 서둘렀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치적 쌓기용 정책이 과도하게 우선시된 결과”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성급하게 개통하기 위해 충분한 시뮬레이션과 원천적 안전 조치를 건너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성과 홍보’가 앞섰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강이라는 특수한 수역의 환경 분석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수심 변화, 유속, 계절별 퇴적물 증가 등은 정밀 조사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이번 사고 사례들은 이러한 기초 작업이 과소평가됐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강을 관광교통지대로 확장하겠다는 시의 의지가 나쁘다기보다, 정책 실행 과정에서 ‘안전 최우선’ 원칙이 무너진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민 불편도 커지고 있다. 운항 중단 구간이 다시 확대되면서 출퇴근·관광 목적 이용객 모두 연이어 혼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한강 한복판에 갇힌 경험’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많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뒤늦은 조치가 이어지며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강버스는 앞으로도 더 많은 예산 투입과 관리·운영 비용이 필요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현재 같은 부실 운영이 이어진다면 예산 효율성과 공공성 측면에서 모두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태는 ‘준비 안 된 정책이 시민을 위험에 빠뜨린 대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반복되는 사고 원인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 문제를 최우선에 둔 전면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