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가을이 깊어간다. 초록의 숲이 가장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 계절이다.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단풍의 순간을 놓치기엔 너무 아쉽다. 요즘처럼 선선한 날씨는 숲길을 걷기 딱 좋다. 조금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아 발걸음이 가볍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숲속을 걸으면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숲이 겨울을 준비하듯, 우리도 잠시 쉬어가며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고대산자연휴양림-(제공=경기관광공사)
경기관광공사에서는 이번 주말, 차를 몰고 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경기도권 숲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도심의 소음과 스크린에서 잠시 벗어나 ‘걷기’, ‘멍때리기’, ‘호흡하기’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숲이 선사하는 풍경과 호흡이 우리에게 조금 더 진하게 다가오는 이 계절에, 마음의 온도를 낮추고 다시 켜보는 리셋 모먼트를 경험해보자.
호반의 풍경이 아름다운 ‘청평자연휴양림’
청평자연휴양림(제공=경기관광공사)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호반의 흔들림과 숲의 숨결이 맞닿아 있는 이곳은 입장권을 내면 숲과 계곡 사이 카페에서 무료 음료 한 잔을 마실 수 있어 ‘천천히 머무르는 숲’으로 바로 접속된다. 휴양림 입구부터 시작되는 호수 옆 드라이브 길은 창밖으로 반짝이는 물빛이 여행의 설렘을 고조시킨다.
숲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다람쥐 마실길’은 숙박동 사이를 잇는 약 1 km의 짧은 코스로 가볍게 둘러보기 적당하고, ‘약수터 왕래길’은 왕복 약 5 km의 임도 산책로로 숲을 천천히 품고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약 15 분쯤 걷다 보면 전망대를 만난다. 여기서 바라보는 북한강은 마치 거울처럼 반짝이며 주변 숲까지 품은 듯하다. 그 뒤로 10 여 분 더 오르면 임도의 정상이고, 이후 내리막을 따라 걷다 보면 깊은 숲속 약수터가 나타난다. 땅속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여행자 리뷰도 이곳의 매력을 말해준다. “산책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니 시원하게 흐르는 북한강을 한눈에 볼 수 있었고, 돌아오는 길에 스친 가을바람이 행복했다.”
주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북한강로2246번길 8‑6
전화: 031‑584‑0528 / 이용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어린이 4,000원.
숲속 위로가 함께 하는 ‘고대산자연휴양림’
고대산자연휴양림(제공=경기관광공사)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 자리한 이 숲은 도시의 소음을 완전히 잊게 해주는 휴식처다. 2017년 개장해 무장애 산책로를 갖추고 있어 누구나 편안히 걸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숲속 산책길이 숙박동 뒤편에서 시작되고, 숲 사이로 데크길이 깔려있다. 북쪽 지역인 만큼 가을빛이 더 빠르고 짙게 물들며, 숲길 양옆 나무들 사이로 ‘잘 될 거야’ 또는 ‘잘하고 있어’라는 문구가 달린 나뭇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숲이 건네는 작지만 따뜻한 위로다.
주소: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84‑79
전화: 031‑834‑2200.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국립양평치유의숲’
국립양평치유의숲(제공=경기관광공사)
양평군 양동면에 자리한 이 치유의 숲은 ‘걷기’ 이상의 체험을 제안한다. 1.1 km 데크로드 ‘사부작길’을 따라 걷고, 중간 쉼터엔 해먹이 놓여 있어 누워서 숲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른바 ‘숲멍해먹’ 프로그램이다. 또한 편백향기테라피, 온열치유, 반려동행 숲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면역력 증진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목표로 하는 산림치유의 숲으로 설계되었다. 치유에 집중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숲과 함께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경험해보자.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 유의하자.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황거길 262‑10
전화: 031‑8079‑7950.
도심 속 작은 낙원, 부천 무릉도원수목원
무릉도원수목원(제공=경기관광공사)
도시 한복판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숲이 있다.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에 위치한 ‘무릉도원수목원’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잠시 눈을 맞출 수 있는 숨은 쉼터다.
부천자연생태공원 내에 자리한 이 수목원은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농경유물전시관 등과 함께 조성돼 있어 하루 종일 머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부천식물원은 울창한 열대식물로 채워져 있어, 도심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무릉도원수목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주상절리형 인공폭포와 동물 토피어리가 반긴다. 그 너머로는 1,300여 종의 나무가 자라는 본격적인 숲이 펼쳐진다. 사계절 꽃과 나무가 교차하는 이곳은 지금 단풍으로 물들어 가장 화려한 순간을 맞고 있다.
숲 깊숙한 곳에는 ‘숲속의 작은 서재’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책 한 권을 펼치면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는 힐링의 순간이 찾아온다. 또한, ‘누구나숲길’이라는 이름의 무장애 산책로는 유모차, 휠체어 이용자도 불편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가까운 지하철역과 연계된 접근성, 도심 속 조용한 자연, 그리고 사계절 바뀌는 풍경. 무릉도원수목원은 그 이름처럼 작지만 진짜 ‘이상향’이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숲 내음이 폐 깊숙이 들어온다. 경기도 광명시의 ‘구름산산림욕장’은 그 이름처럼 가볍게 걷기 좋은 숲길이 가득한 힐링의 공간이다.
이곳은 산책, 트레킹, 가벼운 등산까지 모두 가능한 복합 숲 공간이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하안동과 소하동, 광명시 보건소 등 다양한 출입로가 있어 누구든 편한 위치에서 숲을 시작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산림욕장 구간이 적격이다. 통나무 놀이시설과 ‘숲속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자연 속 놀이와 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곳곳의 피크닉 벤치와 썬베드는 어른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산림욕장 중심에는 울창한 전나무숲이 있다. 피톤치드 향이 진하게 퍼지는 이 구간은 깊은 호흡만으로도 심신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 깊이 걷고 싶다면 등반로를 따라 오르면 광명동굴 방향의 둘레길과 구름산 정상 방향 갈림길이 나타난다. 구름산 정상까지는 약 2.2km.
걷는 거리보다 중요한 건 걷는 속도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기 호흡에 맞춰 걸을 수 있다. 걸음은 느려지고 마음은 차분해지는 경험. 바로 구름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주소: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619번길 34 141-7 운영시간: 연중무휴, 24시간 개방 이용요금: 무료
깊어가는 가을, ‘잠깐 멈춤’이 주는 여유는 크다. 숲길을 걷는 동안 느끼게 되는 바람의 결, 물소리, 나무 그림자 하나하나가 우리의 마음을 천천히 풀어준다. 위의 세 숲은 각각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호반의 풍경과 약수터를 만나는 청평, 무장애 데크길로 편안히 걷는 고대산, 그리고 숲과 치유 프로그램으로 머무는 양평. 어느 길을 선택해도 ‘쉼’이라는 가치엔 앞뒤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