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0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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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건의 사고, 수백억 세금, 그리고 시민 안전은 뒷전
  • 준비되지 않은 ‘대중교통 실험’의 현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시가 ‘수상 대중교통’이라는 기치 아래 야심차게 띄운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그러나 화려한 출항 뒤에는 불안이 짙다. 과연 이 배가 버스나 지하철처럼 시민의 일상 속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까. 오세훈 시장의 대표 역점사업으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교통혁신보다 ‘정치적 상징 만들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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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버스 (제공=서울시)

 

이 사업의 취지는 분명했다. 한강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도시의 새로운 교통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의 현실은 다르다. 정식 운항 재개를 앞둔 시험 단계에서만 세 건의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마곡 도선장에서는 접안 훈련 중 선박끼리 충돌했고, 망원선착장에서는 야간 운항 중 부표를 인식하지 못해 선체가 파손됐다. 뚝섬 선착장에서는 구조물과 부딪히며 선체 일부가 손상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모두 승객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시민의 안전을 전제로 하는 ‘대중교통’이라면 이 정도의 빈발 사고는 심각한 신호다. 서울시는 “운항 초반의 미숙한 상황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문제는 그 ‘초반’이 곧 시민의 일상으로 이어질 정식 운항의 예고편이라는 점이다. 안전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항을 강행한 행정 결정이야말로 비판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최고 속도를 시속 31.5㎞(17노트)라 홍보했지만, 실제 시운전 성적서상 평균 속도는 29㎞(15.8노트)에 그쳤다. 선로가 물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는 대중교통으로서 턱없이 느린 수치다.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정시성 있는 운항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시민의 ‘출퇴근용 교통수단’이 아니라 ‘수상 관광상품’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노선도 문제다. 

 

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약 28.9㎞, 7개 선착장을 잇는다. 그러나 배차 간격은 1시간 30분으로, 지하철이나 버스의 5~15분 간격에 비해 현저히 비효율적이다. 서울시는 일반 노선 75분, 급행 54분이라 홍보했지만, 실제 운항 결과는 일반 127분, 급행 82분이었다. 지하철로 같은 구간을 이동하면 40분이면 충분하다. 

 

‘한강버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 교통수단은 시간 경쟁력 측면에서 이미 대중교통의 자격을 상실했다. 더 큰 문제는 ‘안전과 환경 리스크’다. 운항 중 발생하는 항주파(선박이 지나며 생기는 강한 파도)가 한강변 수상시설물과 레저업체 시설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실제로 일부 바지선의 연결다리가 끊어지고, 소형 보트가 뒤집힐 뻔한 사례도 보고됐다. 급행 노선의 속도를 유지하려다 발생한 파도가 인근 시설물에 타격을 준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례적 현상”이라며 축소 대응에 급급했다. 현장의 불안은 커지지만, 시의 행정은 여전히 ‘홍보용 브리핑’에 머물러 있다. 

 

한강버스 사업의 문제는 단순히 운항기술에 있지 않다. 행정 절차와 의사결정의 부실함이 더 본질적인 문제다. 시운전 단계에서 이미 속도 미달과 충돌 가능성이 보고됐지만, 서울시는 ‘정상 추진’ 결정을 내렸다. 시민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열흘 만에 고장으로 운항이 중단되자, 시는 ‘무승객 시범운항’으로 급히 전환했지만 그 사이 예산은 이미 수십억 원이 투입됐다.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약 227억 원, 여기에 내년 계획된 선박 12척 확대와 유지비용, 인건비, 항로 정비비 등을 더하면 예산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수상택시 사업이 적자 누적으로 폐지된 전례를 서울시는 잊은 듯하다. 교통 수익성 검토 없이 ‘정치적 상징’으로 포장된 사업이 결국 시민의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환승 체계 역시 미흡하다. 일부 선착장이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인근에 있으나, 실제 연계는 불편하다. 무료 셔틀버스나 자전거 거치대 설치 등은 ‘추가 예산’이 필요한 보조 조치에 불과하다. 기상 악화나 수위 상승 시 결항 가능성도 높아, 정시성 확보는 더 어렵다. 그럼에도 시는 한강버스를 ‘대중교통’으로 분류해 세금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또한 시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다. 

 

문제의 본질은 행정이 아니라 정치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을 다시 ‘서울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정책의 방향은 시민의 이동보다 시장의 ‘성과 이미지’에 맞춰져 있다. 한강버스가 내세운 ‘수상 대중교통’은 실제로는 ‘정치적 상징 사업’에 가깝다. 

 

오 시장이 내놓은 ‘한강 르네상스 시즌2’라는 구호는 10년 전 수상택시 사업의 실패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당시는 ‘한강을 시민의 길로’라는 명분 아래 추진됐지만, 운영 3년 만에 이용률 저조와 적자로 조용히 사라졌다. 한강버스는 지금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에도 ‘속도’를 선택했다. 

 

시민 공감대 형성, 안전 검증, 경제성 분석보다 언론 홍보와 출항 퍼포먼스를 우선했다. 그러나 행정은 쇼가 아니다. 정책은 실험이 아니라 책임이다. ‘한강버스’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 모든 결정에는 결국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그 결과의 책임 또한 시민이 부담한다. 

 

서울시의 한강버스 사업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재출항’을 서두르기보다, ‘재검증’을 택해야 한다. 속도보다 안전, 홍보보다 실효성, 성과보다 신뢰가 우선이다. 세 건의 사고는 단순한 돌발 변수가 아니라 경고다. 한강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이 사업의 문제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행정의 오만이다. 오세훈 시장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교통정책을 원한다면, “한강의 재탄생”이라는 구호 대신 “시민의 안전과 세금은 무겁다”는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 화려한 출항은 잠시의 쇼일 뿐이다. 정책은 물 위에서 떠다니는 배가 아니라, 시민의 신뢰 위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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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강버스, 물 위의 쇼로 끝날 것인가...오세훈식 전시행정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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