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이수텝의 황금빛과 원님만의 예술, 산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 오리구이의 풍미부터 란나식 스파의 여유까지, 오감으로 즐긴 하루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타이 비엣젯항공 인천–방콕 직항으로 시작된 태국 팸투어는 방콕 왕궁 일정을 마친 뒤, 국내선을 갈아타고 북부의 중심 도시 치앙마이로 향했다. 북쪽 산자락의 공기는 분명 달랐다. 비행기가 치앙마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부드럽게 착륙하자 창밖으로 따뜻한 햇살이 번져나갔다. 11월의 치앙마이는 영상 27도에서 32도 사이, 한국의 가을과는 전혀 다른 계절이었다.
한낮의 공기는 조금 덥지만 달콤했고, 바람에는 이국적인 여유가 스며 있었다. 활짝 열린 하늘 아래로 야자수와 망고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고, 공항 주변에는 오렌지빛 기와지붕의 전통 가옥과 세련된 카페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뜨거운 수도의 열기를 뒤로하고, 초록빛 자연과 전통의 향기가 어우러진 도시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도로로 나서자 차창 너머로 북부 산맥의 능선이 멀리 보였다. 하늘은 유난히 높았고, 바람에는 약간의 먼지와 향신료 냄새가 섞여 있었다. 가끔 오토바이가 스치며 경쾌한 경적 소리를 남겼고, 도로 옆 노점에서는 코코넛 주스를 파는 상인들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호텔로 향하는 길가에는 부겐빌레아와 난초꽃이 한창 피어 있었고, 붉은빛 랜턴이 간판 사이로 매달려 있었다. 그 모든 풍경이 이방인에게 “환영한다”는 듯 따뜻하게 손짓했다. 치앙마이의 첫인상은 소박했지만, 분명히 아름다웠다.
◈치앙마이의 저녁, 농부의 정성이 머무는 식탁...오가닉 팜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고 해 질 무렵, 치앙마이에서 유명한 오가닉팜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일행을 태운 자동차가 매림 지역의 언덕길을 따라가자 초록빛 나무 사이로 나무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Welcome to Organic Farm.” 따뜻한 글씨 아래로 풍겨오는 구수한 나무 냄새와 허브 향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이곳은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친환경 레스토랑 ‘오가닉 팜(Organic Farm & Coffee Bus)’.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허브를 식탁 위에 올리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식당 내부는 벽돌과 목재로 꾸며져 마치 농가의 부엌에 들어선 듯 아늑했다. 커다란 창가 너머로는 저녁 노을이 들고, 부드러운 음악이 흘렀다. 샐러드 한 접시가 먼저 나왔다. 아보카도와 토마토, 캐슈넛이 어우러진 샐러드는 입안 가득 신선함을 전했다. 그 위로 갓 딴 바질 향이 은은히 감돌았다. 이어 나온 두툼한 스테이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허브소스와 감자퓨레가 곁들여져, 한입 한입마다 자연의 맛이 느껴졌다.
식사 후에는 야외 정원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파란색 버스를 개조한 ‘오가닉 커피 버스(Organic Coffee Bus)’ 가 자리하고 있었다. 불빛이 하나둘 켜지자 버스 주변은 작은 축제처럼 반짝였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손에 들고, 잔잔한 치앙마이의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도시의 소음도, 여행의 피로도 잠시 잊히는 순간이었다.
농부의 손길로 채워진 식탁, 그리고 자연이 건넨 한 모금의 커피. 오가닉 팜은 화려한 맛이 아니라 ‘정직한 맛의 여운’으로 여행자를 감동시킨다. 치앙마이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이보다 더 따뜻한 곳이 있을까.
◈님만해민 거리 중심의 복합문화공간 ‘원 님만(One Nimman)’
맛있고 건강해지는 저녁을 먹은 후 치앙마이에서 유명하다는 원 님만으로 향했다. 거리 초입부터 감각적인 카페와 수공예 상점이 늘어서 있었고, 벽돌 건물의 따뜻한 조명 아래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팝업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천연 허브비누, 패브릭 소품, 핸드메이드 가죽지갑 등 작은 상점마다 개성과 창의성이 묻어났다.
복도식 쇼핑가를 따라 걸으면 끝에 넓은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즉석 댄스 강습이 펼쳐지고, 관광객과 현지인이 함께 손을 잡고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았다. 한쪽에서는 작은 밴드의 공연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고, 1인 판토마임 공연자가 몸짓 하나로 웃음을 선사했다. 무대도, 조명도 필요 없는 거리의 예술이었다.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지자 나는 광장 옆 원마켓에 있는 펍에 앉아 ‘창(Chang)’ 맥주 한 병을 마셨다. 노을빛이 잔 속에 스며들며 여행의 피로를 덜어주었다. “이 도시는 서두름이 없다.” 원님만의 밤은 여유와 감성이 공존하는 시간이었고, 여행의 시작을 부드럽게 물들였다.
◈도이수텝, 구름 위의 사원에서 만난 평화
이튿날 아침, 버스는 해발 1,000m 높이의 도이수텝 산을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 창밖에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졌고, 이따금씩 피어오르는 안개가 창문을 스쳤다. 바퀴가 굽은 도로를 돌 때마다 멀리서 황금빛이 어른거렸다. 그것이 바로 치앙마이의 상징, 왓 프라탓 도이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이었다.
사원 입구에는 300여 개의 ‘나가(용)’ 계단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계단 대신 경사 엘리베이터를 탔다. 약 45도 각도의 리프트는 유리창을 통해 산 아래 도시의 전경을 비춰주며 천천히 위로 올랐다. 80바트 남짓한 짧은 오르막이었지만, 마치 하늘로 향하는 ‘공중 산책’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눈앞에 황금빛 체디가 찬란히 빛났다. 태양빛을 받은 탑은 사방으로 빛을 흩뿌리며 경건한 기운을 자아냈다. 향 냄새와 염불 소리가 고요히 퍼지고, 참배객들은 합장한 채 소원을 빌었다. 순간,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체디 난간에 서니, 구름 사이로 치앙마이 시내가 펼쳐졌다. 은은한 안개 속에서 도시의 지붕들이 반짝였다.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종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이곳에 머물러도 좋다”고 속삭이는 듯했다.
산 아래의 분주한 세상과 달리, 이곳 도이수텝은 오직 고요와 빛으로만 가득했다. 그리고 그 고요함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다.
◈치앙마이의 맛과 쉼...오렌지 농장에서 스파까지
점심은 현지에서 30년 넘게 사랑받는 오리구이 전문점 ‘판시리 로스트덕 & 딤섬(Pan Siri Roasted Duck & Dim Sum)’에서 즐겼다. 기름기 없이 바삭하게 구운 오리, 부드러운 딤섬, 향긋한 볶음국수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식사 후에는 매림 지역의 ‘마이 가든 오렌지 농장(My Garden Orange Farm)’으로 향했다. 푸른 언덕 사이를 달려 도착했지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떨어질 듯했다. 현지 가이드는 “이 지역은 산이 험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비가 오면 위험하다”며 체험 일정을 취소했다.
직접 오렌지를 따보는 대신, 농장 앞 카페에서 잠시 머물며 짧은 정취를 느꼈다. 창밖의 흐린 하늘과 산 안개가 오히려 치앙마이의 자연스러움을 더해주었다.
이후 일행은 서둘러 시내로 돌아와 올드타운의 ‘지라 스파(Zira Spa)’를 찾았다. 전통 란나식 마사지가 피로를 풀어주었고, 허브 찜질과 아로마 향이 여행의 긴장을 녹였다. 몸이 가벼워지자 비로소 마음의 여유도 되찾았다.
◈ 여행의 마무리, 센트럴 치앙마이 에어포트
저녁 무렵, 마지막 일정은 공항 인근의 대형 쇼핑몰 ‘센트럴 치앙마이 에어포트(Central Chiang Mai Airport)’였다. 노던 빌리지 구역에는 북부 태국의 수공예품과 기념품이 가득했고,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푸드코트에서 현지식 볶음국수와 망고 디저트를 맛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매운 향신료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떠나기 전의 아쉬움이 섞인 풍경이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창밖으로는 비가 완전히 그친 저녁 하늘이 열리고, 도시의 불빛이 서서히 반짝였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치앙마이는 여유와 따뜻함으로 가득한 도시로 기억됐다.
방콕의 역동성 대신 치앙마이에는 고요한 리듬이 있었다.
사원의 영성, 거리의 예술, 그리고 자연의 순리까지, 모든 순간이 태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번 여정은 타이 비엣젯항공이 마련한 기자 팸투어로, 방콕의 화려한 왕궁과 에메랄드 불상이 품은 영성에서 시작해, 치앙마이의 산과 문화가 어우러진 여유로 마무리됐다.
화려함과 고요함, 그리고 따뜻한 미소가 공존한 이번 방콕–치앙마이 일정은 태국의 진짜 매력을 오롯이 보여준 시간이었고,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잇는 타이 비엣젯항공으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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