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민동근 작가] 해가 막 떠오르기 전, 우붓의 거리는 고요하다. 그러나 새벽 6시가 되면 골목마다 숨결이 살아난다. 시장 초입에는 막 따온 바나나와 파파야 향이 바람에 섞이고, 대나무 바구니 속엔 초록빛 채소들이 이슬을 머금은 채 반짝인다. 어스름 속에서 장사꾼들의 손놀림은 빠르고 능숙하다. 작은 비닐봉지에 고추를 담고, 그 옆에서는 금빛 생선을 손질하는 이의 칼끝이 반짝인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우붓 근교에서 직접 재배한 작물을 들고 나와 서로 교환하며 하루를 여는, 삶 그 자체의 공간이다. 바구니를 머리에 인 여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노상에 앉은 노인들은 새벽공기와 함께 커피를 나눈다. 정겨운 웃음소리와 함께 “세라맛 빠기(Selamat pagi)” 인사가 오간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이곳에서 여행자는 발리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꾸밈없는 사람들, 흙냄새 섞인 과일, 그리고 햇살이 천천히 시장을 비출 때의 따스한 평화. 우붓의 새벽시장은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살아 있음’의 의미를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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