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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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신사 포그의 여정, 소극장에서 재구성된 감성 모험

[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부산 광안리 어댑터씨어터 2관에서 뮤지컬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무대에 오른다. 쥘 베른의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시간과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담은 이 작품은 신사 필리어스 포그의 여정을 통해 위기와 구원을 오가는 이야기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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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간의 세계일주 부산 광안리 어댑터씨어터에서 뮤지컬 공연 (제공=어댑터씨어터)제공=

 

이번 공연이 열릴 어댑터씨어터 2관은 부산 수영구 광남로에 위치한 소극장이다. 객석 수는 약 92석에 달하는 소극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뮤지컬 공연이 집중되기보다는 실험성 작품 중심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품은 금요일 저녁과 주말 공연으로 구성된다. 러닝타임은 약 100분이며, 만 8세 이상 관람가로 설계되어 있다. 소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은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음악과 서사의 밀도를 높이는 기회가 된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1872년 발표된 이래 수많은 각색과 재해석을 거쳐 왔다. 기술의 진전, 인간의 욕망, 시간의 무게를 탐색한 이 이야기 속에는 여전히 많은 질문이 남아있다. 이번 무대는 원작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포그의 정체성과 감정의 변화를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내려 한다.

포그는 처음엔 시간에 엄격한 영국 신사였지만, 이 작품에선 위기 속에서 인간적 결단을 내리는 인물로 진화한다. 특히 인도에서 아우다를 구하거나 적대자 픽스를 향해 정의를 실현하는 장면은 포그의 성장과 내면 변화를 드러내는 핵심 지점이다.

기존 원작에는 없던 인물 라코타가 새롭게 등장해 포그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억압받는 원주민을 구하는 구원자로서 포그의 인류애가 확장된다. 파스파르투와의 우정, 아우다와의 사랑, 픽스와의 갈등 속에서 포그가 회복해 나가는 감정이 이 작품의 중심 에너지다.


한국 뮤지컬계는 최근 단순한 라이선스를 넘어 해외 작품을 한국화하는 ‘재창작’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그 맥락 위에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인정받은 한국 창작 뮤지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국 창작진 중심 제작 시스템이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가운데 위치한다. “Maybe Happy Ending”의 토니 6관왕 성과는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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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간의 세계일주 광안리 어댑터씨어터 뮤지컬 공연(제공=어댑터씨어터)

 

 

소극장에서 시작하는 이 공연은 위험을 감수한 실험적 무대이지만, 그 안에서 서사 중심의 완성도를 다지고자 한다. 관객과의 밀도 높은 교감이 작품을 진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수의 국내 창작 뮤지컬 — 예컨대 ‘빨래’, ‘김종욱 찾기’, ‘팬레터’ 등 — 은 소극장을 거쳐 장기 흥행작으로 성장한 전례가 있다.

 

연출가 유병은은 “작은 무대에서 시작하지만, 그 안에서 더 큰 인간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의 연출 경험을 통해 배우·연출진 간 깊은 호흡을 맞췄으며, 본 작품에서도 배우들과의 시너지에 무게를 둔 연출을 이어간다. 작곡가 강진명 또한 섬세한 음악 구성으로 작품이 내러티브와 감정 사이를 잇도록 설계했다.

 

배우진 역시 다채롭다. 강성진, 김형균, 구옥분, 김륜호, 엄준식, 김두리, 우한수, 이은미 등이 캐스팅되며, 각자의 무대 경험과 색을 더한다. 특히 엄준식은 픽스 역할 등을 통해 다양한 역할 소화력을 보여주며 무대의 중심을 잡는다. 

부산은 공연문화가 활발한 도시이지만, 뮤지컬 중심 대극장 무대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소규모 창작 뮤지컬이 부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지역 문화 생태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댑터씨어터 2관은 2024년 개관한 비교적 신생 공간이며, 공연예술의 다양성을 품는 플랫폼 역할을 기대받는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세계 일주’라는 거대한 이야기에 동참하게 된다. 소극장 특유의 집중된 무대와 배우의 숨결이 함께하는 경험은, 먼 여행만큼이나 가깝고도 강렬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단순한 여행 서사를 넘어, 인간성·정의·감정의 여정이 뒤얽힌 현대 서사로 재탄생했다. 소극장이라는 실험적 무대 위에서, 포그의 마음 안에서 피어나는 여러 감정의 낙차는 관객에게 작은 여행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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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26 뮤지컬 “80일간의 세계일주” 부산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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