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엔지니어에서 전통주 장인으로
- 원주 쌀과 효모로 담아낸 모월의 이야기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강원도 원주에 자리한 모월양조장은 단순한 양조장이 아니다. 고향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한 사람의 소망이 담긴 공간이자,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터전이다. 대기업 엔지니어에서 사업가로, 그리고 전통주 양조인으로 삶을 전환한 김원호 대표의 철학은 ‘우리 땅의 재료와 정직한 손길로 술을 빚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상 수상으로 인정받은 그의 술은 이제 원주의 이름을 새롭게 알리고 있다.
◈친구와의 약속에서 시작된 귀향의 꿈
“우리 나중에 늙으면 다 같이 원주로 돌아와 모여 살자.”
김원호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나눈 농담 같은 약속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20년 넘게 대기업 기계·전자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서울에서 성공적인 사업가로 자리매김했지만, 결국 그는 고향 원주로 향했다. “고향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늘 관심 있던 우리술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서울에서 사업과 양조장을 병행하면서 처음에는 사업에 쏟는 비중이 8이었다. 그러나 점차 양조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지면서 지금은 양조장 9, 서울 1의 삶이 되었다. “서울의 일은 이미 직원들이 알아서 굴러갈 정도로 안정돼 있어요. 이제 제 중심은 원주 모월양조장에 있습니다.”라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협동조합 같은 양조장
2010년, 김 대표는 원주에 양조장을 열었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인지도가 부족해 술을 빚어도 팔리지 않았고, 2020년까지만 해도 접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그 상은 제 개인의 성취라기보다 고향 사람들과 함께해 온 노력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술을 빚는 길은 언제나 순탄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양조장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오히려 사람과의 관계였습니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해 금전적으로도 큰 손해를 입었죠. 물질적인 어려움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컸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지지해 준 친구들이 곁에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끝까지 믿어주고 함께해 준 고향 친구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모월양조장이 있습니다.”
◈원주의 쌀, 그리고 집요한 연구
양조장의 자부심은 원주에서 직접 재배한 토토미 쌀이다. 김 대표는 자신이 직접 소량의 쌀농사를 지어 보태기도 한다. “우리 땅의 재료로 술을 빚는다는 게 가장 큰 자부심입니다.”
그는 기술자 출신답게 효모 연구에도 몰두한다. 다양한 효모를 증식시켜 가장 적합한 균주를 찾아내고, 증류 과정에서는 초류와 후류 각각 2~3%를 제거해 숙취를 줄인다. 또 유약을 바르지 않은 옹기에 술을 담아 6개월 이상 숙성해 곡물 본연의 맛을 살린다.
“좋은 술은 기술과 정성이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모월양조장은 ‘모월 연’, ‘모월 미’, ‘모월 로’, ‘모월 인’ 등 네 가지 술을 내놓고 있다.
모월 연은 원주 쌀 100%로 빚어 산미가 입맛을 돋우고, 모월 미는 군고구마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모월 로(25%)는 부드럽고 깔끔한 목넘김을 자랑하며, 모월 인(41%)은 쌀로만 만든 증류주의 정석으로 깊은 감칠맛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모월(某月)’은 달처럼 시간이 흐르며 술이 익어간다는 뜻입니다. 술은 기다림과 인내의 산물이죠.”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철학은 단순하다. “우리 땅, 우리 사람들과 함께 술을 빚는다.” 그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원주만의 색깔을 담고, 공동체 운영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실현한다. 나아가 꾸준한 연구로 한국 전통주가 해외에서도 인정받기를 꿈꾼다.
“고향 원주에서 시작했지만, 목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의 전통주가 세계에서도 사랑받는 날까지 도전하겠습니다.”
모월양조장은 단순한 술 공방이 아니라, 사람과 땅, 그리고 시간이 빚어낸 공동체의 양조장이다. 때론 배신과 손해라는 아픔도 있었지만, 끝내 이를 이겨낸 것은 믿음으로 함께해 준 친구들이었다. 김원호 대표의 술 한 잔에는 고향의 온기, 우정의 힘, 그리고 장인의 집념이 담겨 있다. 모월의 술을 마시는 일은 단순한 음주가 아니라, 원주의 이야기와 한국 전통주의 미래를 함께 나누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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