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는 저물고, 예방과 예측의 의료가 열린다.”
이 한 문장이 이번 신간의 핵심을 함축한다. 『AI가 인체를 번역한다』는 기술과 인간이 만나 그리는 미래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HDT(Human Digital Twin)는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자, 개인의 삶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다.
AI가 인체를 번역한다 (제공=제노시스 AI 헬스케어 연구소)
이 책에는 의료와 과학, 그리고 사회를 잇는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강시철 박사(제노시스 AI 헬스케어 부회장)는 정밀의료와 AI 융합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데이터 기반 예방 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고령화 사회에서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AI와 데이터가 결합된 HDT야말로 의료의 새로운 해답”이라고 말한다.
이희원 대표(제노시스 AI 헬스케어)는 기술 개발자의 관점에서 HDT의 실체를 설명한다. 웨어러블 센서와 클라우드 데이터 관리, 그리고 초지능 알고리즘이 결합해 개인별 맞춤 건강 코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그는 “AI가 인체를 번역한다는 말은, 이제 몸이 내는 신호를 누구나 이해 가능한 언어로 바꿔낸다는 뜻”이라고 덧붙인다.
현장 의료진의 시각도 빼놓을 수 없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교수진은 환자의 실제 경험을 담아내며 “환자는 더 이상 치료만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주도하는 능동적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쌍둥이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읽고 관리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함으로써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박상철 교수(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노화 연구와 생명과학적 통찰을 보탠다. 그는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누구보다 깊이 연구해온 학자로, “HDT는 단순한 의료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 전 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라며, 예방과 예측의 관점에서 노년기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권순용 박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는 데이터 과학자의 입장에서 HDT의 미래를 조망한다. 그는 “생체 신호와 빅데이터, 그리고 AI의 결합은 의료의 민주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평가하며, 기술적 잠재력뿐 아니라 사회적 과제도 함께 짚는다. 권 박사는 디지털 격차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과 시민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책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민감한 건강 데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할 것인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 그리고 AI의 판단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저자들은 이 모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협력에 있다고 말한다. 결국 HDT는 과학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완성되는 미래 의료의 토대라는 것이다.
읽다 보면 HDT가 단지 질병을 조기에 알려주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고령화 사회의 불안을 덜어주고, 만성질환으로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며,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저자들이 특히 강조하는 대목은 바로 시니어 세대다. 활동이 줄어들며 생기는 소외감과 건강 염려를 HDT가 덜어줄 수 있다는 기대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AI가 인체를 번역한다』는 단순히 최신 의료 기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데이터와 과학, 그리고 인간의 직관이 만나 새로운 의료의 문을 여는 여정을 기록한 에세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나의 미래 건강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답은 분명하다. 바로 나와 함께 호흡하는 디지털 쌍둥이,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지혜다.
이 책은 의료의 민주화와 인간 중심의 미래를 그리는 출발점이자, 앞으로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예방과 예측을 향한 새로운 의료의 지평은 이미 열리고 있다. 그 문을 통과할지 말지는 이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