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당신의 이야기, 호수 위 잔물결처럼 반짝입니다.” 송파 여성들이 삶의 한 구석에 숨겨둔 사연을 무대 위로 펼쳐내는 2025 송파인생학교 엄마배우 프로젝트 <윤슬극장>이 두 번째 하이라이트 무대를 준비했다. 9월 6일(토) 석촌호수 아뜰리에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은 〈호수가 말했다〉와 〈호수미용실〉 두 작품으로 꾸며진다. 연출은 김태임 감독이 맡아 ‘서로의 삶을 나누고 위로하는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무대 위에 올린다.
윤슬극장 포스터와 출연진(제공=송파문화재단)
〈윤슬극장〉은 송파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엄마 배우 프로젝트’다. 지난 6월 11일 문을 연 이래 매주 수요일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꾸준히 수업과 연습이 진행됐다. 프로그램명 ‘윤슬’은 햇빛과 달빛이 물결 위에 부서져 반짝이는 빛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참가자들은 일상 속에서 묻혀 있던 자신의 반짝이는 순간을 무대 위에서 새롭게 발견한다.
호수미용실 출연배우 단체사진(사진=트래블아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연극 경험이 전무한 주민들이 직접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대사를 외우는 것조차 서툴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이 겪은 삶을 토대로 대본을 쓰고, 노래와 안무를 완성하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빚어냈다. 관객이 보게 될 무대는 허구적 서사가 아니라 실제 삶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로 구성돼, 한층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두 작품으로 꾸며진다. 〈호수가 말했다〉는 석촌호수를 의인화한 작품이다. 무대 위 배우는 ‘호수’ 그 자체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들어주고, 마음을 다독이는 역할을 한다. 연출을 맡은 김태임 감독은 “〈호수가 말했다〉는 누구나 겪게 되는 인생의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관객은 호수라는 존재를 통해 위로받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호수가말했다 연습장면(사진=트래블아이)
호수가말했다 연습장면(사진=트래블아이)
또 다른 작품 〈호수미용실〉은 미용실 원장이 손님들의 애환을 들어주며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지만, 정작 본인의 딸과의 갈등은 풀지 못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 역시 치유받으며 딸과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김 감독은 “〈호수미용실〉은 남의 고민을 들어주던 원장이 결국 자신의 문제도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서로 돕고 돕는 사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배우들의 고백은 작품의 진정성을 더한다. 원장 역을 맡은 문소지 씨는 이번 무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아들과 딸을 혼자 키우며 어려움과 외로움, 혼자만의 슬픔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마치 호수가 되어 손님들의 애환을 듣다 보니 오히려 제가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손님들에게서 더 많은 조언을 받았고, 그래서 함께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작품은 원장이 손님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동시에, 결국 자신과 딸의 갈등을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돕고 돕는 세상을 담아낸 작품이라 더욱 특별합니다.”
호수미용실 연습장면(사진=트래블아이)
실제 연습 현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고른 노래와 사연을 공유하고 이를 극 속 장면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반복했다. 지난 7월 수업에서 한 참가자가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선택해 고백한 이야기는 모두의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를 갑작스레 떠나보내며 “사랑한다”는 말조차 건네지 못한 아쉬움을 노래와 연기로 풀어낸 장면에서, 조원들은 함께 울며 공감했다. 이런 과정은 단순한 연극 연습을 넘어, 참가자들 간 깊은 유대와 치유를 가능하게 했다.
공연은 뮤지컬적 요소까지 더해져 풍성하게 꾸며진다. 안무는 김희진 안무가가 맡았고, 대본은 김태임 감독이 직접 썼다. 무대에 오르기 전 캐스팅도 오디션 방식을 도입해 배우들이 스스로 역할을 쟁취하도록 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자기 삶을 연극으로 표현하고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이어졌다.
호수미용실 연습장면(사진=트래블아이)
송파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공연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윤슬극장〉은 송파구 엄마들이 자신의 삶을 예술로 표현하고, 서로 공감과 연대를 쌓아가는 문화 치유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장이 될 것입니다.”
김 감독 역시 배우들의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이 무대는 배우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한 이야기입니다. 관객들도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경험하게 되길 바랍니다.”
무대는 단순한 극적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석촌호수라는 일상의 공간이 배우들의 이야기로 반짝이며 연극이 되고,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삶의 무게를 나누는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이번 공연은 엄마 배우들의 용기와 진솔함을 확인하는 동시에, 지역 문화예술이 가지는 치유의 힘을 다시금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