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여행자들이 진짜 찾는 건 어디일까. ‘산보다 시장, 바다보다 축제’가 지금 대한민국 여행의 트렌드다. 전국 여행자와 현지인이 직접 추천한 지역 여행자원 중 재래시장과 지역축제가 1·2위를 차지하며 도시 속 체험형 여행이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컨슈모인사이트에서 조사한 전국 지자체별 현지인과 여행자 국내자원 추천도표 (제공=컨슈머인사이트)
국내 여행 트렌드가 ‘자연 힐링’에서 ‘도시 체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25년 발표한 ‘여행자·현지인의 국내여행지 평가 및 추천 조사’에 따르면, 전국 4만8천여 명의 여행자와 현지인이 꼽은 국내 최고의 여행자원은 바로 ‘재래시장’(39.1%)이었다.
부산 중구의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등 먹거리와 볼거리, 쇼핑이 한데 어우러진 전통시장이 최고 추천률(75%)을 기록했고, 그 외에도 서울·대구·대전의 ‘중구’ 지역들이 고루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들 중구는 노포와 재래시장이 밀집된 지역으로, 레트로 감성과 인증샷 명소로 MZ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2위는 지역축제(32.4%)로,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가 대표 추천지로 꼽혔다. 코로나 이후 빠르게 회복된 지역 축제는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정서를 체험하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2019년 1위를 차지했던 산·계곡(32.0%)은 3위로 밀려났다. 여전히 강세를 보이긴 하지만 여행자의 관심은 좀 더 도시적이고, 소비와 체험이 가능한 장소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는 유명 음식점(27.2%), 전통·특색음식(26.3%), 디저트 음식점(9위), 거리문화(13위), 박물관·미술관(14위) 등 도심 속 체험형 콘텐츠의 순위 상승으로도 드러난다.
특히 SNS의 영향력이 뚜렷하게 반영됐다. 여행지의 선택 기준이 ‘풍경’에서 ‘인증샷’으로 이동하며, 사진이 잘 나오는 골목, 감각적인 음식, 스토리가 있는 장소들이 주목받고 있다. ‘디저트류 음식점’은 무려 7계단이나 순위가 상승했고, 거리와 대학문화도 큰 폭으로 올랐다.
재미있는 변화는 ‘길거리 음식’이 12계단 하락해 22위에 머문 점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위생과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전문 디저트 카페나 트렌디한 음식점으로 여행자 관심이 옮겨간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25개 항목 중 무려 9개 항목에서 경북·부산·대구 등 영남권 도시들이 1위를 차지해 지역 경쟁력도 엿보였다. 청송군은 ‘산·계곡’, ‘등산’, ‘농산물’ 3개 부문에서, 안동은 ‘전통음식’과 ‘마을·주거지’ 부문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지역별로 추천 여행자원의 수가 평균 7.35개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여행자들이 한 지역에서 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려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결국 여행은 단순한 쉼을 넘어, ‘먹고, 걷고, 찍고, 공유하는 일상 확장형 경험’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제 여행은 더 이상 멀리 가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가까운 도시 골목의 오래된 시장, 동네 축제의 푸근한 열기, 인증샷이 절로 나오는 레트로 감성 공간이 새로운 여행의 중심이 되고 있다.
산과 바다의 여운도 좋지만, 요즘 진짜 핫한 건 시장의 활기와 골목의 이야기다. 당신의 다음 여행, 지도에서 자연보다 도시를 먼저 살펴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