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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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재의 조화, 정직한 발효… 세계에 스토리 있는 명주로 알릴 것”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청주의 전통술 ‘신선주’는 500년 세월을 거쳐 함양박씨 가문의 종가에서 내려온 가양주다.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이 술은 단순한 전통주가 아닌, 역사와 철학, 가문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이다. 그 술을 오늘에 다시 피워올리는 이는 박준미 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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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주를 빚고 있는 아버지와 박준미 명인(제공=이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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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미 명인(사진=트래블아이)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청주신선주 문화양조장'. 이곳은 단순한 술 공방이 아니다. 500년 역사의 전통술이 현재와 호흡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문화마당이다. 최근에는 서예, 문인화, 공예 등 다양한 예술 공연과 어우러진 '저잣거리 아트페어'가 열려, 청주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술의 주인공은 단연 '신선주'다. 신선주는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학문을 닦으며 손님 접대용으로 빚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술이다. 그의 일화에 따르면, 신선봉 아래서 선비들이 신선주를 마시며 “노인이 젊어지고 흰 머리가 검어지는 효험”을 봤다는 기록이 명인의 조부 박래순의 『현암시문합집』에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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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미 명인이 직접 빚은 누룩(사진=트래블아이)

 

"신선주는 술이 아니라 이야기이자 철학이에요. 건강한 재료로 정직하게 빚어낸, 몸과 마음을 위한 약주입니다."

 

박준미 명인은 신선주가 단순한 음주용 술이 아닌, 우리 전통 식문화의 집약체이자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 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신선주는 생지황, 숙지황, 인삼, 당귀, 감국, 구기자, 육계, 맥문동, 하수오, 우슬 등 12가지 약재에 국내산 찹쌀과 앉은뱅이밀로 만든 누룩, 청주의 지하수만을 사용해 세 번의 빚는 과정을 거쳐 100일 이상 발효·숙성된다. 식품첨가물 없이 오직 건강한 재료로만 만든 술은 빛깔부터 향과 목넘김까지 정직함이 묻어난다.

 

신선주 탁주는 처음에는 묵직하게 느껴지나 목넘김은 부드럽다. 약주는 깊은 맛과 향이 특징이며, 약간의 단맛과 여운이 길게 남는다. 실제로 시음 후기에는 “사과 뉘앙스가 느껴지면서 밸런스가 좋았다”는 평가가 있으며, “산뜻한 풍미가 입맛을 돋우고 숙취도 거의 없다. 약초 향은 느껴지지만 강하지 않아 한약 같지 않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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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주 (제공=이음그룹)

 

"약재 비율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서 오히려 약재가 들어간 줄 모를 만큼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가 특징이에요. 밝고 영롱한 황금빛 색도 신선주의 상징이죠."

 

술의 종류에 따라 음식 궁합도 다채롭다. 신선주 탁주는 더덕전, 도토리전 등과 잘 어울리고, 약주는 지리탕이나 대구탕 같은 맑은 국물요리와 궁합이 좋다. 증류주는 맥적구이처럼 깊은 풍미의 고기 요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그의 술 인생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할아버지께서 빚은 신선주를 처음 맛봤어요. 그 향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박 명인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청주 지역 대표 수영선수로 활약하며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지녔다. 이 악바리 정신은 지금도 술 빚는 매 순간마다 발현된다. 그는 건축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식품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뒤늦게 식품명인이 되었고, 이후 신선주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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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주 약재(제공=이음 그룹)

 

"한 병의 술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시대와 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실제로 그는 2013년 한국 대표로 해외 행사에 참여해 한국 전통술과 음식을 알렸고, 지금은 아들과 딸이 각각 전수자와 이수자로 신선주를 계승하고 있다. 직접 밀농사를 지으며 모든 술 빚는 과정에 참여하는 장인정신 또한 인상 깊다.

 

"앞으로는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술을 만들고 싶어요. 신선주가 한국의 명주로서 세계인의 술자리에도 오를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킬 겁니다."


박준미 명인의 목소리엔 사명감이 담겨 있었다. 전통을 지키되 머무르지 않고, 오늘을 살아내며 내일을 준비하는 장인. 신선주는 단지 한 잔의 술이 아니라, 한국 식문화의 정신을 담은 유산이다. 그리고 그 술을 세계로 이끄는 이가 바로 박준미 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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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주 증류주시설 (사진=트래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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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여행] 500년 이어온 신선주, 이제는 세계로.. 박준미 명인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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