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문소지 기자] 산업화의 이면을 온몸으로 버텨낸 광부들의 생을 렌즈에 담아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병문이 오는 6월 6일부터 7월 31일까지 강원도 정선 덕산기계곡에서 사진전 ‘아버지는 광부였다’를 연다.
이번 전시는 제4회 푸른별이야기-산촌문화제 기간에 열리는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총체극 연극 <아버지는 광부였다>와 함께 덕산기계곡의 자연 속에서 동시 개최된다. 연극과 전시가 한 무대 위에 나란히 놓이며, 광부들의 삶과 희생을 예술적으로 되새기는 복합문화 행사를 이룬다.
전시 ‘아버지는 광부였다’는 강원 태백 출신으로 광산촌에서 자란 박병문 작가가 산업화 시대, 특히 1970~80년대 석탄산업 전성기 속 광부들의 삶을 사진으로 재현한 대표작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폐광 지역을 오가며, 검은 탄가루에 절여진 얼굴과 거칠게 갈라진 손, 굳은 의지로 가족을 지켜낸 아버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첫 발표 이후 10여 년에 걸쳐 이어온 ‘광부 프로젝트’의 정수를 담은 작품들로 구성됐으며, 노동의 시간과 인간의 존엄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특히 정선군 정선읍 덕산기계곡의 청정 자연과 함께하는 야외 전시 형식으로, 산업의 거친 흔적과 자연의 순수가 극적으로 대비되는 독특한 무대를 제공한다.
박병문 작가 작품(제공=최일순 연출가)
전시 공간은 예술인 최일순 연출가가 20여 년 전부터 오지 속 문화예술 공동체를 조성해온 ‘푸른별예술창고’ 일대로, 사진의 메시지와 장소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새로운 문화 경험을 선사한다.
박 작가는 2010년 강원도 사진대전 대상 수상 이후 ‘은빛 다큐멘터리’ 회원으로 활동하며 수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어왔다. 2018년 포항 아트갤러리 빛에서의 기획초대전 ‘검은땅, 검은물, 검은얼굴’ 역시 광부 프로젝트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늘 가슴이 먹먹했다. 아버지들의 고단한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4년 발간한 동명의 사진집 『아버지는 광부였다』(하얀나무출판사) 속 대표작과 함께, 이후 새롭게 촬영된 미공개 사진들도 함께 공개된다. 박 작가는 이번 정선 전시에 대해 “이 시대의 청년들이 ‘아버지 세대’를 기억하고,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빛이 없는 땅 아래에서 묵묵히 살아낸 이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번 전시는, 산업화 세대의 아버지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선의 자연과 함께하는 박병문 작가의 사진세계는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박병문 작가의 작품(제공=최일순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