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전남 여수시가 추진 중인 웅천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사업 초기의 기대와는 달리 지금은 각종 특혜 의혹, 행정 혼선,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지며 지역사회 전반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1165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해양관광 프로젝트가 시동조차 걸지 못한 채, 무능과 방치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웅천 요트 마리나(제공=여수시)
2015년 해양수산부 국가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에 선정된 웅천 마리나는, 여수시가 바다를 일부 매립해 요트 계류장과 클럽하우스, 상업시설을 조성하는 대형 민관 협력 프로젝트다. 국비 290억 원이 포함된 1165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은 당초 2022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현재 목표 시점은 2029년으로 7년이나 늦춰진 상태다.
특히 계류시설 공법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여수시의 실무 공무원이 입찰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며, 업체 간 고소·고발로 확전됐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며,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2020년 공고 이후 지금까지도 해당 공모의 결과는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여진 행정의 무책임이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실질적인 리더십이나 해결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가와 시민단체는 정 시장이 갈등 관리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행정의 연속성 부재 역시 여수시 행정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 총괄 부서에서는 최근 4년간 과장과 팀장이 10차례 이상 교체되며 업무의 누수가 반복됐다. 이로 인해 설계 변경, 공법 수정, 사업자 선정 중단 등 주요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됐고, 그에 따른 사업비도 폭증했다.
여수시는 지난달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며 사업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시민 A씨는 “1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정부 심사 통과했다고 홍보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정 시장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용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제 이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거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외부 독립 기구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업비 낭비, 갈등 관리 실패, 행정 무능 등 삼중고 속에 웅천 마리나는 더 이상 ‘해양관광의 미래’가 아닌 ‘행정 실패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수시 관계자는 “감사와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또다시 시간 끌기 아니냐”는 지역사회의 회의적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