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왜 한국엔 인생 맥주가 없을까? 왜 소맥이 아닌 맥주 그 자체의 문화를 말하지 못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도전이 바로 ‘제주맥주’다. 국내 최초 체험형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그곳에서 맥주 이상의 가치를 만났다.
제주맥주 회사 전경(사진=최치선 기자)
"맥주는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보는 ‘오감의 문화’입니다."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브랜드 영업팀 전빈 팀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양조장 한편 투어공간에서는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관람객들이 진지하게 밀맥주 전용잔을 들어 올린다. 손잡이가 없는 그 잔은 사람의 체온을 그대로 전달하며, 맥주 본연의 향을 돋운다.
2017년 4월, 한라산 자락 아래에 완공된 이 양조장은 단순한 맥주 공장이 아니다. 같은 해 8월부터 시작된 투어 프로그램은 ‘맥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오감으로 보여주는 경험형 공간이다. 특히 2019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이후 “나도 가보고 싶다”는 문의가 폭발하며, 제주도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제주맥주 제품(사진=최치선 기자)
지금은 별도의 홍보 없이도 하루 평균 150~200명이 예약제로 투어에 참여한다. 투어는 약 70분. 맥주 제조 과정 체험부터 시음까지 이어지며 ‘단순히 마시는 술’에서 ‘공감하는 술’로 거듭난다.
“사람들이 제주맥주를 좋아하는 건, 맛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에요.”
전 팀장은 맥주의 스토리를 ‘문화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왜 한국 사람들의 인생 맥주는 늘 수입맥주일까, 왜 한국에는 꼭 가보고 싶은 브루어리가 없을까, 그런 질문들이 제주맥주를 만들게 했다”고 했다.
전 빈 팀장(사진=최치선 기자)
실제 제주맥주는 ‘국내 최초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뉴욕 No.1 브루어리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맛과 시스템을 갖췄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브루마스터 개릿 올리버가 직접 레시피를 개발한 ‘제주 위트 에일’은 세계 3대 맥주 품평회인 AIBA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도 대상을 거머쥐었다.
“맥주는 정직한 술이에요. 좋은 재료, 좋은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이해가 더해질 때 비로소 제맛을 냅니다.”
양조장 내부에는 독일과 미국 청정지역에서 들여온 홉과 유럽산 프리미엄 맥아, 제주에서 직접 배양한 효모 등 제주맥주가 자랑하는 원료들이 진열돼 있다. 유럽 최고의 설비, 세계 곳곳에서 공수한 측정 장비, 이 모든 것이 한 잔의 맥주를 위한 정성이다.
제주맥주 양조장(제공=제주맥주)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제주맥주 양조장이다.
투어의 마지막은 제주맥주 펍. 갓 만들어진 신선한 맥주가 잔을 타고 목으로 흘러든다. 맛도 향도 생생하다. 2층 체험존에서는 자신만의 맥주잔을 디자인하거나, 맥주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보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전 팀장은 “편의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고르던 맥주가 달라진다”며 “투어 이후엔 맥주의 스타일, 원재료, 향까지 고민하며 맥주와 함께하는 삶을 누리게 된다”고 말했다.
‘소맥’이 대세인 한국에서, ‘맥주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공간이 있다는 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제주맥주는 단순히 맥주를 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맥주를 통해 문화를 만들고,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컬쳐 크리에이터’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인생 맥주도 ‘수입산’이 아니라 ‘제주산’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