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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나를 사랑하기까지
고운(본명: 최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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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습지(사진=최치선 기자)

 

한때는 사랑이었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사랑이라 믿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잃어갔다
마음은 늘 지쳤고,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 있었다

나는 몰랐다
내가 나를 속이고 있었단 걸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끝없이 무너지고 있었다는 걸

오래된 기억 속,
어린 나는 감정을 숨겼다
“울지 마, 참아야 해.”
“네 감정보다 중요한 게 많아.”
그 말들이 내게 깊이 박혔다
그래서 나는 늘,
사랑받기 위해 나를 지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한 번도 나를 안아주지 않았구나
울고 싶은 날,
스스로를 토닥여준 적 없구나
나조차도 나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구나

그날, 처음으로 나를 마주했다
거울 속에서 나를 보고,
입을 열어 진짜 마음을 말했다
숨겨왔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억울함, 외로움, 두려움
그리고, 사랑받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이제는 내가 나를 사랑하려 한다
작은 감정도 외면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길을 걸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이제야 안다
진짜 사랑은,
내가 나를 온전히 껴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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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운(본명: 최치선)

등단 : 2001년 3월 자유문학 봄호

시집 : 바다의 중심잡기(2012), 동진강에서 사라진 시간(2020)

수상 : 자유문학상(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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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시] 다시, 나를 사랑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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