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단풍 놓쳤다면, 지금 떠나는 일본 단풍 여행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국내 가을 단풍이 짧게 스쳐 지나간 올해, 일본의 늦가을이 여행객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올해 국내 단풍은 예년보다 더위가 길어지고 절정이 늦어지면서 기대한 풍경을 즐기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부터가 단풍의 하이라이트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지형 덕분에 지역별로 단풍 절정 시기가 다르게 나타나 10월부터 12월 초까지 폭넓게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11월은 일본 단풍이 가장 짙게 물드는 시기로, 가을 여행을 계획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점이다. 이 계절의 깊이를 전통과 함께 느낄 수 있는 호시노 리조트의 여러 시설은 늦가을 여행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강물 위에서 만나는 깊은 가을, 호시노야 교토
교토 아라시야마 강변에 위치한 호시노야 교토는 헤이안 시대 귀족들의 별장지가 지닌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곳이다. 11월 중순이면 아라시야마의 숲은 붉고 노란 단풍으로 채워지고, 강물에 비친 색이 일렁이며 자연이 스스로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한다.
특히 호시노야 교토에 머무는 가장 특별한 순간은 바로 이동 과정에서 시작된다. 토게츠교를 지나 **전용 보트 ‘히스이’**를 타고 숙소로 향하면, 물길을 따라 펼쳐지는 오쿠 아라시야마 협곡의 단풍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육지에서 보는 장면과는 다른 각도로, 강물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계절의 울림이 전해진다.
숙소는 메이지 시대의 료칸을 복원해 만든 건물로 교토 장인들의 세심한 기술이 곳곳에 녹아 있다. 실내외 여러 공간에서 단풍을 조망할 수 있으며, 특히 400년 된 단풍나무 아래 조성된 정원은 호시노야 교토의 대표 가을 명소다. 야외 다실에서는 단풍을 형상화한 화과자와 말차를 맛볼 수 있어 계절의 맛과 멋을 오롯이 담아낸다.
온천 속에서 맞이하는 가장 순수한 가을, 카이 하코네
가나가와현 하코네는 온천과 후지산 풍경으로 사랑받아온 대표 휴양지다. 산과 계곡이 이어지는 구조 덕분에 가을의 단풍이 특히 아름답게 물들며, 온천과 함께 즐기는 계절 감상이 여행객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인다. 2025년 리뉴얼 오픈한 호시노 리조트 카이 하코네는 이 하코네의 자연과 전통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담아냈다.
가장 큰 매력은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구조의 반 노천탕이다. 1,200년 역사의 하코네 유모토 온천수로 가득 채워진 편백 욕조에 몸을 담그면 정면으로 계곡과 산자락이 펼쳐진다. 아침의 물안개, 낮의 선명한 단풍, 저녁의 석양빛이 시간대마다 완전히 다른 풍경을 그려내며 하루 종일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객실 역시 하코네의 역사와 문화를 모티프로 꾸며졌다. 에도 시대 여행자들의 여정을 상징하는 짚신·등불·삿갓 등이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돼 공간 전체가 ‘시간 여행’의 분위기를 띤다. 또한 19세기 서양 여행자들로 인해 요리 문화가 발전한 하코네의 역사를 반영해, 서양 식재료를 일본식으로 조리한 전골 가이세키도 제공한다.
문화재 속에서 음미하는 가을의 단풍, 카이 가가
이시카와현 야마시로 온천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호시노 리조트 카이 가가는 가가 지역 고유의 전통 미학을 온전히 담아낸 숙소다. 1,300년 역사를 지닌 온천 지역의 분위기 속에서, 400년 역사를 이어온 유서 깊은 료칸 ‘시로가네야’의 정신을 계승해 설계된 이곳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공간에 그대로 녹여냈다. 객실과 공용 공간에는 구타니 도자기와 가가 유젠 직물 등 지역 장인의 손길이 살아 있는 공예품이 배치돼 있어 머무는 과정 자체가 문화 체험이 된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카이 가가의 건축과 자연의 조화는 더욱 빼어나다. 일본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다실 ‘시안’에서는 구타니 도자기로 다도를 즐기며 창밖의 단풍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고즈넉한 다실의 분위기 속에서 느끼는 차의 향과 붉게 물든 정원의 색감은 마음까지 차분히 내려앉게 한다. 주변에는 일본 3대 명원으로 꼽히는 겐로쿠엔, 절경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시라야마 시라카와고 화이드 로드가 있어 단풍 여행의 여운을 길게 이어가기에도 적합하다.
이승현 호시노 리조트 글로벌 마케팅 유닛 한국시장 담당자는 “이번 시설들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그만큼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며 “문화·온천·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호시노 리조트 카이(KAI)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숙소별 단풍 명소와 추천 코스를 소개한 ‘가을 단풍 특집’도 운영 중이다. 늦가을의 정취를 깊이 있게 즐기고 싶다면, 지금 떠나는 일본 단풍 여행이 아쉬운 올해 가을을 채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