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 전체메뉴보기
 
[트래블아이=김민수] '나가사키' 하면 히로시마와 더불어 원폭의 이미지가 크다. 또한 영화 군함도의 배경이 된 하시마 섬이 있는 곳이다. 하시마는 나가사키 항에서 불과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에게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지만 정작 나가사키에 가면 일본에서 두번째로 개항을 시도한 도시답게 세련된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다. 게다가 나가사키 항은 일본의 3대 미항으로 불릴만큼 야경이 아름답다. 지금까지 가장 유럽다운 일본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렇게 나가사키는 유럽의 흔적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면서 오페라 '나비부인'의 모티브로도 알려진 구라바엔으로 가보자.
5249.jpg
 
5317.jpg▲ 구라바엔으로 가는 길 양쪽에 즐비한 기념품 상점들이 파는 기념품.
 
구라바엔으로 향하는 길 양쪽으로는 아기자기한 기념품들로 구색을 갖춘 상점들이 즐비하다. 갖가지 음식들과 장식품들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는다. 기념품들을 뒤로 하고 언덕을 향해 올라가면 since 1974라는 간판과 함께 구라바엔이 시작된다. 
592.jpg
 
일본을 여행하다보면 참 좋은 것이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한글 안내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홀로하는 여행이라 해도, 초행길이라 해도, 일본어를 몰라도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다. 나가사키 시내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구라바엔은 '움직이는 보도'를 통해 제1게이트에서 미쯔비시 제 2독하우스 입구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짧지 않은 거리를 올라가는 동안 왼쪽으로 볼 수 있는 나가사키의 전경이 예술이다. 드디어 미쯔비시 제2 독하우스에 도착했다. 이곳은 미쯔비시 조선소에 배가 수리하기 위해 들어왔을 때 승무원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숙박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종합시설이다. 
4253.jpg▲ 일본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사람 중 한명인 사카모토 료마의 사진
 
구라바엔의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어 전망을 보기에도 그만이다. 이층 베란다에 서면 나가사키항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조선소까지도 보인다. 실내에는 그 당시 사용되었던 집기와 의상들을 전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일본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사람 중 한명인 사카모토 료마의 사진이다.

도쿠가와 막부를 종식시키고 메이지유신을 일으키는데 공을 세운 영웅으로 지금까지 소설, 만화, 게임으로 일본인들 곁에서 함께하고 있다. 

5840.jpg
 
5544.jpg
 
저 멀리 보이는 하얀석상이 푸치니,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이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나비부인의 역할로 유명해진 미우라 타마키(일본 최초의 오페라 가수란다)이다. 그녀는 30년 동안 전세계를 돌며 나비부인의 역할을 하면서 일본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일조했다. 

이렇게 당시 모습들을 둘러보고 돌아나오면 푸치니와 미우라 다마키의 동상이 있다. 구라바엔을 이야기하면서 나비부인을 빼놓을 수 없듯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한 푸치니와 그 빛을 강렬하게 만들어준 미우라 다마키도 잊지말라고 이곳에서 여행자들을 맞는다. 이 동상들을 자꾸 바라보고 있으면 작곡자와 배우의 모습이 아니라 멀리 떠난 핀커튼을 꿈에서라도 보고자 염원하는 나비부인과 타국에 두고 온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는 장교 핀커튼으로 보인다. 지금은 이것이 나가사키 3대 비극 중 하나로 유명하다. 
560.jpg
 
유럽식 건물에 맞게 아름다운 화단정원으로 장식되어 있다. 지금도 그 주인공들이 살아있으면서 가꾸고 있을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5459.jpg
 
5520.jpg
 
1859년 나가사키시에 무역회사(글로버상회)를 설립한 토마스 글로버(Thomas Blake Glover)의 대저택으로 19세기 서양식 건물의 특징들이 남아있다. 
글로버 주택에는 많은 살림살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보이는 작은 그릇들도 모두가 글로버 부부가 이곳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향기보다는 글로버가 가지고 온 유럽의 향기가 더욱 짙은 것 같다. 
83.jpg
 

 거실에는 글로버와 그의 부인 쓰루의 사진이 걸려 있다. 쓰루 부인이 바로 나비부인의 모델이 되었는데 그녀는 늘 나비문양이 새겨져 있는 기모노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그 모습이 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해서 나비부인이 되었다. 
글로버는 73세가 될때까지 이곳에서 부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는데 안타깝게도 그들의 아들인 구라바 도미사부로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스파이로 몰리게 되어 자살을 했다. 그 이후 이 모든 것들이 국가로 환수되었다. 구라바엔을 주의깊게 돌아보다 보면 하트 모양의 바닥돌을 볼 수 있다. 
5921.jpg▲ 하트가 조각된 바닥돌
 
구라바엔에는 3개의 하트가 있다. 이 바닥돌을 밟으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좋은 일이 생긴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 등 여러가지 설이 전해진다. 만약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는 사람이라면 입구부터 눈을 크게 뜨고 다니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935.jpg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은 나가사키 전통 예능관이다. 전통 춤과 축제를 보여주는 동영상과 모형 등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다양한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나가사키의 유명한 축제 '나가사키쿤치'에서 사용되는 용과 함께 다른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거리상으로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더 가깝지만 어떤 측면에선 일본이 오히려 더 중국의 문화와 유사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구라바엔을 둘러보고는 올라가는 길에 미처 보지 못했던 기념품 가게들을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다. 
5840.jpg▲ 오구라 성당 (26성인 순교자 성당)
 
한가지 더 구라바엔에서 내려오다 보면 흰색의 오래된 목조 성당이 보인다. 바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성당으로 오우라성당 혹은 26성인 순교자 성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체 인구의 1%라는 적은 수의 가톨릭 신자가 존재하는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될 만큼 큰 의미를 가진 곳이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꼭 둘러보기를 권한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일본]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나가사키 구라바엔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