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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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대절하는 부스. 박스 안에는 경찰이 표를 끊어주고 있었다. 외국여행객들에게 호객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같았다. 오른쪽 첫번째 인도인이 봉고택시 기사다. 

   
 '자마 마스지트'에서 판매하는 조각공예품. 코끼리 안에 새끼코끼리가 들어있다.

   
이슬람 회당(모스크)인 '자마 마스지트' 외벽의 모습. 이슬람교인이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기차는  '연착을 할 것이다' 는 예상을 깨고 정시에 가깝게 도착했다.  마침내 인도의 눈물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큰 진주로 불리는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에 온 것이다.

아그라 칸트 역의 풍경은 델리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규모면에서는 훨씬 작게 보였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지린내와 소똥냄새 그리고 인도인들의 땀냄새가  사정없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플랫폼과 대합실에는 많은 사람들과 소, 개, 고양이 등이 뒤섞여 북적거렸다.

사람들을 비집고 나와 대합실까지 오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대합실 벽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시계는 아침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누렇게 변색된 시계는 얼핏 보면 고장난 것 같았으나 분명 살아있었다. 대합실 밖으로 나가니 쏟아져 나온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릭샤꾼들과 택시기사들이 앞다퉈 흥정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들 중 누구도 이방인에게 다가와서 말을 붙이지 않았다. 처음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인도의 풍경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멀뚱히 서 있었으나 잠시 후 주위의 풍경들이 하나 둘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그라성과 타지마할 그리고 파테뿌르 시끄리에 있는 자마 마스지트를 하루에 돌아보려면 차가 필요했다. 눈앞에 있는 일행 중 한 명이 “저쪽에 관광안내소 같은 게 있다”고 소리쳤다. 워낙 주변이 시끄러워서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안 들렸다.
 
나무박스로 만든 관광안내소에는 권총을 허리춤에 찬 경찰이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이방인이 나타나자 무게를 잡으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그곳은 관광안내소가 아니었다.
 
차를 하루 동안 사용하는데 비용이 얼마냐고 묻자 경찰이 엉성해 보이는 나무박스에서 손가락을 펴며 어딘가를 가리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거기엔 가격표 비슷한 게 붙어 있었다.
 
‘1일 관광 1인당 300루피’라고 적힌 것을 보고 있으니 어디선가 인도인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내가 하루 종일 관광할 수 있도록 운전하고 가이드도 소개시켜 줄께.” 더이상 생각할 게 없었다. "OK, GO"
 
‘세계일주배틀 인도를 내 품에’의 첫번째 답사지인 아그라에는 1983년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타지마할이 있다. 시간이 부족했다. 출발하기 전 클락룸에 각자의 배낭을 맡겼다. 클락룸은 동굴같이 생긴 방에 층층이 여행자들의 짐을 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자물쇠는 직접 가져온 것을 채워야 했다. 가격은 30루피로 비교적 싼 편이었다.
 
등에서 무거운 포토트래킹 배낭을 덜어내니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졌다.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인도인 기사가 운전하는 봉고버스에 올라탔다. 다마스 크기의 봉고는 그곳에서 택시처럼 이용되었다.
 
에어컨도 없는 봉고택시는 중앙차선 표시가 없는 도로 위로 뛰어들더니 릭샤와 오토바이, 소떼들, 대형트럭들 사이를 헤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예를 부리다시피 달렸다.
 
   
 
   
 
1시간 쯤 지나자 차창 밖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붉은 성채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관광명소에는 세계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그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현지인들로 혼잡하기 마련이다. 봉고기사는 파테뿌르 시끄리 유적 입구에 있는 주차장으로 차를 세웠다. ‘드디어 도착했구나’생각하면서 내렸지만 얼마 전까지 차에서 보았던 아그라성은 보이지 않았다. 기사에게 가는 길을 묻자 돌아온 답은 황당했다.
 
   
빠테뿌르 시끄리 성곽 근처에 세워진 오토릭샤.
“여기서부터 릭샤나 마차를 이용해서 아그라까지 가야한다.”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했다 “외국 관광객들은 여기서부터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다. 이곳에 사는 인도인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한편 이해가 되었지만 이중으로 돈을 챙기려는 얄팍한 상술임이 뻔하기에 기분은 좋지 않았다. 주차장 입구에는 이미 수많은 릭샤꾼들과 마차꾼들이 눈을 번뜩거리면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알고도 속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여기는 인도가 아닌가.’ 이렇게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면서 기사가 데리고 온 릭샤꾼을 따라갔다.
 
더위와 땀 냄새에 완전히 노출된 릭샤에 올라타자 봉고택시와는 또 다른 느낌이 왔다.
 
오래된 인도영화 ‘시티 오브 조이’에서 릭샤를 타고 캘커타 시내 한가운데를 달려가던 맥스(패트릭 스웨이지 분)가 두 손을 번쩍 들면서 환호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나도 맥스처럼 벌떡 일어나서 두 팔을 높이 들고 ‘야호’를 외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잠시 후 릭샤는 파테뿌르 시끄리의 2개의 유적 중 하나인 자마 마스지트 앞에서 멈추었다. 릭샤에서 내리자 눈앞에 적사암으로 지은 붉은 성이 나타났다. 성안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이번에는 눈이 큰 인도소년이 나타나 손을 내민다.
 
“10루피.” 손이 주머니로 가려다 나를 보고 있는 많은 시선들이 느껴져 주위를 살펴보았다.  회랑 주변에는 조잡해 보이는 장신구와 엽서, 사진첩 등을 보여주며 돈을 요구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그들 중 대부분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비포장 흙길을 걸어 다녔다.
033.jpg▲ 자마 마스지트로 들어가기 위한 계단에는 염소들이 누워있다.
 

소년에게 10루피를 쥐어주고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하지만 회랑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는 순간 아이들이 일제히 ‘10루피’를 외쳤다. 동시에 내 얼굴을 향해 오랫동안 씻지 않아 얼룩진 작은 손들이 몰려들었다. 순간 당혹스러웠다. 
 
그 곳을 어떻게 빠져나와 모스크 안으로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슬람의 모스크 풍경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넓은 회랑과 그늘진 벽 쪽으로 노점상 같은 점포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얼핏 보기에 우리나라의 5일장 같은 시장 분위기다.
 
‘1571년 악바르대제 때 수도가 된 빠테뿌르 시끄리의 유적 안에서 음료와 식품, 옷, 신발, 공예품 등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는 마켓(시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에서는 국보급 유적이나 문화재에 해당되는 곳인데 저렇게 관리 해도 되는 것일까?’
 
눈앞의 광경을 보면서 호기심과 의문들이 뭉개뭉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벽돌과 대리석으로 만든 바닥은 한 낮의 햇볕에 달구어져 뜨거웠다. 처음엔 맨발로 뜨거운 바닥을 딛기가 힘들었는데 조금 걷다 보니 오히려 따뜻한 기운이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전달되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회랑 한 가운데 들어선 시장.
   
 
   
회랑 안쪽으로 들어가면 희대리석과 붉은 적사함으로 만든 묘들이 있다.
   
 
   
 
   
회랑 한쪽에 조각공예품을 파는 점포가 있다. 돌을 깎아서 만든 공예품은 흥정만 잘하면 비교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적사암으로 지어진 자마 마스지트로 들어가는 거대한 블란드 문을 통과하면 내부에는 관광객들과 인도인들 그리고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텐루피를 외치던 소년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특히, 70-200mm 망원렌즈까지 부착한 캐논 마크2를 든 이방인여행자는 그들의 좋은 표적이었다. 마치 길을 잃고 헤매는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같다고 할까?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는 인도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도 소년들의 합창 ‘10루피’는 멈추지 않았다.

   
 
   
예언자 셰크 사림 치슈티의 묘. 백색으로 만들어진 멋진 건축물이다.

처음엔 신경 쓰는 게 귀찮아서 주머니에 있는 10루피를 주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손을 벌리는 숫자가 늘어나자 더 이상 돈을 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남매인 듯한 어린이 둘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다가와 음료수판매하는 곳을 가리키며 ‘콜라를 먹고 싶다’고 한다. 나는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그들 손에 이끌려 콜라와 림카(인도사이다)값을 지불했다.

   
인도 남매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수행자의 모습.
   
 
   
 벽면에 새겨져 있는 문자와 상징들.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그 후 자마 마스지트 내부에 있는 회랑과 모스크, 하얗게 빛나는 묘 등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소년들의 추격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을 무시하기로 한다. 
 
하지만 눈에서 카메라를 떼는 순간 그들의 눈과 마주치게 된다. 덕분에 빠테뿌르 시끄리의 기억 속에는 ‘10루피’를 외치며 손을 내밀던 아이들의 모습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세계일주배틀-'제1탄 인도를 내품에' 취재를 위해 협찬해 주신 항공사와 업체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는 협찬사 명단과 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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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세계일주 배틀 100...믿을 수 없는 풍경과 상상의 부스러기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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