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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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인(STERLLING Inn)에서 인도를 만나다

빠르간지의 어두운 골목 속으로 들어가자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건물들이 나타났다. ‘저런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때 앞서가던 마이클이 “다 왔어요.”하면서 손가락으로 불켜진 곳을 가리킨다.

어둠 속에서 제법 환한 불빛으로 손님들을 반기고 있는 간판을 보니 STERLLING Inn 이라 적혀 있다.
 
숙소를 보자 나도모르게 ‘휴~’하며 긴장이 풀어지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빨려들듯 흰색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모텔보다 규모나 시설이 훨씬 열악한 ‘스털링 인’의 로비에는 손님용 소파 몇 개가 있을 뿐 이었다. 자정이 지나 손님이 없었는지 카운터에 있던 종업원이 하품을 하며 눈을 반 쯤 감은 채 이방인들을 맞아주었다. 간단히 체크인을 하고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마이클이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아침 6시15분 기차를 타려면 늦어도 5시30분에는 꼭 뉴델리역으로 가야한다고 알려준다.
 
방은 후덥지근하고 썰렁했지만 그래도 깨끗한 편이다. 들어오자마자 간단히 짐을 풀고 속옷을 꺼냈다. 샤워를 하고 싶었기때문이다. 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오는 동안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기에 그대로 잘수는 없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다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변기 옆에 작은 그릇이 눈에 띄었다. 그제서야 내가 인도에 왔음을 깨달았다.
 
인도에서는 볼일을 본 후 휴지 대신 왼손을 쓰기에 화장지가 필요없고 손을 씻을 수 있는 작은 그릇이 있었다. 이제부터 인도식에 적응하지 않으면 냄새에 취약한 나로선 앞으로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역시 그 불길한 예감은 욕실 문을 나서자마자 현실로 나타났다. 탁자에 행주처럼 아무렇게 놓여 있는 타올을 집어들고 몸을 닦는 순간 콧속으로 들어오는 비릿한 냄새는 참기 어려웠다. 집에서 수건을 놓고 온 게 후회됐다. 겨우 몸을 닦고 침대에 들었지만 이불에 배어있는 비릿한 냄새 때문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똑똑똑’ 꿈속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못들은 척 잠을 더 자려고 했으나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마이클이 뒤통수에 대고 한 말이 기억났다. ‘늦어도 5시 30분에는 뉴델리역으로 출발하세요.’
벌떡 일어나서 옷을 입고 배낭을 들쳐매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현관엔 이미 일행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비에 걸린 시계는 5시 35분. 역까지는 10분 남짓 걸린다고 한다. 아그라까지 가는 기차가 6시15분이니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뉴델리역으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알았을까. 서울에서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는 지인(카페 '인도로가는길' 사장)이 사업차 인도에 왔다가 마침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여행사 '인도로가는길'의 정동신 대표가 전화로 나에게 알려줬다.) 그가 새벽에 일어나서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그가 알려준대로 골목을 빠져나오니 대로가 나왔다.
 
대로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자동차들 그리고 오토릭샤, 릭샤의 행렬이 이어졌다.

   
새벽에 본 뉴델리역의 풍경.

 세계일주배틀-'제1탄 인도를 내품에' 취재를 위해 협찬해 주신 항공사와 업체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는 협찬사 명단과 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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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풍경과 상상의 부스러기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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