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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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다시 여행이다. 세번째 가는 이탈리아. 일년에 한 두 차례 다녀오는 해외여행이라곤 하지만, 비행기를 막 탔을 때의 느낌은 언제나 새롭다. 작은 설레임과, 미세한 경련같은 긴장들이 가슴 속을 휘젖고 다닌다. 이 정도면 익숙해졌을 것이라 자위를 해보지만, 이륙할 때의 그 짜릿함같은 쾌감은 마치 카타르시스처럼 야릇하다. 
562301.jpg▲ 시에나의 사이프러스 나무 풍경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 진다.
 
여행은...막 비행기를 내려서 트랙을 밟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아니, 하나하나 준비물을 점검하고 루트를 짜고 비행기를 예약하는 준비과정부터 여행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행준비할 때의 그 막연한 환상은 얼마나 여행을 안달나게 하는 지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라는 말은 순전히 핑계라고 덮어둔다고 해도 여전히 환상은 유효하다. 하지만 막상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짜집기로 편집된 예전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로 인해 이탈리아에 대한 '환상'은 일순간 사라지고 만다.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이라 함은 보편적인 이탈리아에 대한 선입견과 유사하다. 그 보편적인 선입견은 곧 내가 가졌던 체험과 맞아 떨어져서 때론 불쾌하고 짜증스런 이미지로 남아있다.

흔히 말하는 집시, 소매치기, 유럽의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의 지저분함, 남자들의 바람끼 많은 눈빛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태리를 그리워 했다. 간이역의 작은 카페에서 홀짝거리며 마셨던 진한 에스프레소 향처럼 짙은 그리움.
 
앞선 이탈리아 여행에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고, 지저분한 동네를 돌아다니긴 했지만 다시 이탈리아를 찾아 온 것은 언뜻 차창밖으로 펼쳐진 한 편의 아름다운 명화같은 풍경이 내내 뇌리 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흥적인 충동에 이끌려 선뜻 계획을 잡는 걸 보면 나란 인간은 참 단순하고 평면적인 인간이 아닐까. 몇 잔의 화이트와인을 마시고도 긴장은 내내 풀리지 않아 mp3를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토스카나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천재 예술가는 물론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의 고향이 모두 토스카나이다.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주이다. 주도는 피렌체. 또한 근처에 피사, 시에나, 리보르노 등의 도시들이 있다. 현대의 표준 이탈리아어는 토스카나의 방언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아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이 되는 밀라노 말씨의 영향에 어느 정도 자리를 내주고 있다.
torre-3400709.jpg▲ 피사의 사탑
 
고대에는 에트루리아인들의 영토로 알려졌다가, 토스카나 대공국이 되었으나, 통일 이탈리아 왕국에 합병되었다. 옛날에는 나폴레옹이 에트루리아 왕국을 세우기도 했으며, 자기의 여동생 엘리즈에게 그 땅을 주었다. 대공국 시대에는 피렌체를 중심으로 르네상스가 발달하면서 문화가 융성했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와 페트라르카는 그들의 시를 토스카나 방언으로 썼다. 피렌체, 피사와 시에나는 옛 유적들이 많은 이유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편이다.
그래. 내가 여행할 토스카나를 잠시 검색해 보니 저렇게 자세히도 나와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가 나오니까 말이다. 마치 도깨비 방망이 같다. 
아무튼 아기자기한 이태리의 자연환경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토스카나 지방의 시골 마을을 육안으로,마음으로 때론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이 오랜 꿈이자 숙원이었던 나는 이제 그걸 이루게 되는 셈이다. 

독특한 풍광, 빛 잘 드는 나트마한 언덕마다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으례 작은 성곽이나 마을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던 곳. 사이프러스 나무가 일렬로 정렬해 있고, 낯선 바람과 태양이 와인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로 시작하는 유명한 유행가 가사가 주는 묘한 이끌림 때문이었다. 나는 잠시 스치며 바라보았던 그 아름다움에 매혹당한 모질고 질긴 내 집착의 끝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태리로 가야 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꼭 6년 전,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졌다. 다시 이탈리아를 찾게 해달라고 그렇게 소망하며 던진 동전이 이제서야 화답을 해온 모양이다. 13시간 가량되는 파리까지의 긴 비행시간, 잠시 머물렀던 파리에서 또 로마로 이어지는 시간동안 나는 참으로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에 휘말려 많은 생각과 상념들을 넘나들었다.

단순명료하게 표현하자면, '이태리로 여행을 갈 수 있어 너무 좋다'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처음 여행을 하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고, 기압이 상승하면 봉지가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또 다시 만날 이태리에 대한 묘한 기대감으로 한껏 상승되어 있었다. 가이드북도, 지도도 어떤 여행정보도 없는 무계획적이고 저돌적인 여행. 몇 장의 종이 쪼가리엔 세 도시(로마, 나폴리, 베네치아)의 한인 민박집 전화번호만 적혀 있을 뿐이다. 그렇게 인도도 아닌, 미얀마도 아닌, 티벳은 더더욱 아닌...이태리로 떠나게 된다.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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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스카나...여행의 시작과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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