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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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세계문화유산답사 코스(델리~뭄바이). 답사 중 바라나시는 카주라호와 산치 다음으로 수정을 해서 이동했다.
   
인도세계문화유산 취재의 흔적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아우랑가바드 다올라타바드, 산치 제1탑, 아그라 타지마할, 뭄바이 인디아게이트,  아그라성, 아우랑가바드 비비까마끄바라,  카주라호 서부사원군, 파테뿌르 시끄리의 이슬람 모스크 '자마 마스지트'.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9W항공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한 후 꺼놓았던 아이폰을 켰다. 순간 3시간 반의 시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예정대로 한국에 왔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시간과 몸은 분명히 돌아 왔는데 함께 오지 못한 게 있는 것 같다. 배낭을 보았다. 그대로의 모습이다. 공항리무진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려 집에 도착했다. 늘 그랬듯이 비가 내린다. 여행을 떠나는 날과 도착하는 날엔 어김없이 내리던 비. 오늘도 이번 여행이 끝났음을 알려주고 있다. 


추석연휴다. 눈을 떠본다. 생각했던 것 보다 눈꺼풀이 무겁다. 여행의 후유증이 시작된 것일까? 며칠 쉬면 회복될 것이다. 그 때까지는 인도에서 취재한 것들을 풀어놓기가 힘들지 모른다. 그래도 머리 한쪽에서는 축 늘어진 몸을 집요하게 일으켜 세운다.

   
 아그라에 있는 파테뿌르 시끄리 유적 중 남쪽의 자마 마스지트 외벽의 모습.
   
타지마할. (사진=최치선 기자)
   
 
   
멋진조각들이 새겨진 서부사원군에 있는 마하데바 사원.
   
서부사원군에 있는 조각상. 살아있는 듯한 표정이 역동적이다.
 
   
동부사원군에 있는 사원들의 풍경.
   
아우랑가바드의 유적지 중 하나 인 다울라타바드의 전경. 엘로라로 가는 도중에 위치한 성채유적으로 데칸의 바위산을 전부 성채로 만들었다고 한다. 인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성채.

 26일, 벌써 5일이 지났다. 15일 동안의 인도여행은 찰나처럼 지나갔지만 머릿속에 식재된 인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자라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모니터 화면에 인도의 풍경이 빠르게 스치듯 지나갔다.
 
인도에서 가져온 사진과 생각의 보따리들을 풀어 놓기로 결심한 순간 오전까지 씻은 듯 나았던 귀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마호바~바라나시 간 밤기차를 탄 후 아프기 시작하던 귀는 다음 날 바라나시에 도착해서 더욱 심해졌다. 뇌 속을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몇 초 간격으로 계속된 것이다. 약국에서 항생제인 아목시실린과 진통제 이부푸로펜을 사서 복용했다. 약 덕분에 이틀 동안 바라나시를 돌아보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머리 전체에 전류처럼 흐르는 간헐적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아우랑가바드에서는 병원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변두리 동물병원보다 작은 병원(MEDICAL이라는 간판만 없으면 도저히 병원이라고 할 수 없는)이 하나 있었다. 진찰실과 환자 대기실은 커튼으로 구분해 놓았고 대기실은 두 세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좁은 공간이다. 간호사도 없다. 의사 혼자서 환자를 보고 처방을 해 주었다. 조금 기다리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인사만 하고 나왔다. 약국을 찾아가 다시 아목시실린과 이부프로펜을 사서 먹었다. 그렇게 약을 먹으며 15일간의 인도세계문화유산답사일정을 마쳤다.
 
집에 와서 며칠간 몽롱한 상태로 지내다 추석연휴가 끝난 24일 병원에 가보았다.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벌레가 들어가서 죽어있다면 빼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이비인후과 의사는 작은 랜턴이 달린 기구를 통해 귓속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상처가 조금 있을 뿐 벌레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의 말대로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귓속 상태는 좋았다. 그런데 우연인지 내 머릿속에서 인도를 끄집어 낸 순간 사라졌던 귓속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재발된 통증을 느끼면서 인도에서의 시간을 되감는다. 인도를 취재할 때와는 정반대로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서 최대한 느린 속도로 시간의 태엽을 감았다.
 
100미터 달리기로 비행기를 잡다
'마침내 출발이다.' 역촌역에서 공항리무진에 올라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온 한 마디다.
시계를 보니 벌써 7시20분이다. 인천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8시 20분에 도착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침 8시에 타이항공 카운터에서 보자고 문자를 보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 장비로 가득 찬 20kg이 살짝 넘는 포토트래킹배낭(코오롱에서 협찬 받은 그랑데)을 들쳐 매고 서둘러 카운터로 달려갔다. 하지만 먼저 왔을 것으로 생각했던 수상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다 식사하러 간 것일까?’ 아니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일까?’ 핸드폰을 해보았다. “어디세요?” “벌써 오셨어요?” “그럼요. 지금 어디계세요?”
“타이항공 카운터인데 J10번요?” “저희도 J10인데요” “어 그런데 왜 안보이죠?” “잠시만요.” 전화가 끊어졌다. 버튼을 잘못 누른 것이다.
 
길게 줄을 서있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제복을 발견하자마자 묻는다. “타이항공 카운터가 여기 아닌가요?” 그러자 제복이 무뚝뚝하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리킨다. 그의 머리가 알려준 뒤쪽으로 가보니 낮 익은 얼굴이 보였다. 손금옥 씨와 김아름 씨다. 어색하게 웃으며 늦었다고 사과를 했다. 두 수상자는 손을 저으며 괜찮다는 표정으로 밝게 웃는다.
 
늦었지만 인원체크를 해 본다. 수상자 1명이 보이지 않았다. 남자 수상자다. 전화를 해보니 여자의 음성이 나온다. 남자 수상자의 어머니다. “성원이 갸가 자전거 때문에 좀 늦을 것 같다 했는데 아직 도착 안했지요?” 경상도 사투리와 억양이 그대로 귀에 들어온다.
 
전화를 끊고 다시 수상자에게 전화를 하려다 멈칫 한다. 그에게는 지금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순간 답답해진다. 그리고 체념한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 발권을 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 때 기다리던 남자 수상자가 바이크복장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없으니 먼저 수속부터 하자고 했다. 그러자 그는 “펑크가 나서 아직 자전거 포장을 하지 못했다”면서 서둘러 포장하는 곳으로 뛰어간다. 내가 미처 말하기도 전에 사라진 것이다.
 
결국 다시 남자 수상자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타이항공 직원이 우리를 지켜보다 “지금 발권하라”고 재촉한다. 세 명 모두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 좀 더 기다리기로 한다.
 
몇 분이 흐른 뒤 타이항공 직원이 “더 이상 지체하면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다급하게 말한다. 순간 초조감이 밀려온다. 할 수 없이 남자 수상자를 제외하고 발권수속을 했다. 세 명이 발권을 마쳤을 때 다행히 자전거 포장을 끝낸 그가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화물칸으로 이동하는 자전거박스를 확인 한 항공사 직원이 의자에 앉아있던 우리를 향해 외쳤다. “빨리 뛰세요. 비행기가 곧 이륙합니다.”
 
그 때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행기탑승구를 향해 100미터 전력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달리는 동안 마치 영화 '도망자'에서 보았던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었다.
 

*세계일주배틀-'제1탄 인도를 내품에' 취재를 위해 협찬해 주신 항공사와 업체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는 협찬사 명단과 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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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믿을 수 없는 풍경과 상상의 부스러기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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