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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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대숲으로의 초대 


 篁 -신석정

 

 

댓이파리

댓이파리

댓이파리에

바람이 왔다.

바람은 댓이파리보다

더 짙푸르다.

난 밋밋한 대와

나란히 서서

쏟아지는 태양의 파란분수를

어린 금붕어 새끼처럼 뻐끔뻐끔

마시는 것이 좋다.

나는

갑자기 대가 되어 버린다.

파란 대에 꺾인

나를 나는 잊어버린 채

대랑산다.

(출처-빙하중에서)

죽1.jpg▲ 죽녹원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올해 설 연휴는 제법 길다. 마음만 먹는다면 연휴 중 며칠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큼 넉넉해 보인다. 도심에서의 팍팍하고 건조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보고 싶다면 이번 연휴를 이용해 담양으로 가보자. 추운 겨울에도 변함없이 짙푸른 빛깔과 소박한 대나무 향이 묻어나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죽통밥과 죽순회 그리고 한 상 가득한 죽순한정식은 담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하늘높이 치솟은 대나무 숲 속에 들어서면 어느덧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겨울에 보는 담양은 느림의 미학을 배우는 자세로 천천히 정성 들여 둘러보아야 한다. 눈 내린 겨울 담양의 분위기를 즐기고, 대숲의 소리를 듣고 향과 맛을 느끼면 그 순간만큼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신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담양에서 꼭 담아야 할 다섯 가지

일단 담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대나무 숲이나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들려야 한다. 그곳에서 담양의 소리와 향기를 담고 조선 중종 때 양산보가 조성한 소쇄원에서 담양의 운치를 그리고 메타쉐쿼이아 가로수 길을 지나 담양호에서는 순백의 눈처럼 깨끗한 감동을 담는다. 마지막으로 대통밥과 죽순회가 있는 한정식을 맛보면 담양 여행은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드라마 <다모>를 촬영했던 대나무 숲

대나무숲.jpg
 

다모' 첫회, 대나무 위 칼싸움 장면은 전남 담양군 대전면 행성리 최희창씨의 대나무숲에서 촬영 했다. 다모인 채옥(하지원)과 역모세력의 행동대장인 장성백(김민준)이 평지에 1만여평 규모로 조성돼 있는 대숲을 누비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죽의 장막 속에 나 있는 700여m의 대숲 샛길은 한낮에도 어두울 정도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나무숲으로,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는 말로 잘 알려진 한석규 씨의 이동전화 CF 촬영장소이기도 하고, 영화 '화산고' 와 드라마 '왕초' 의 대숲장면도 촬영되었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할 수 있는 대나무골 테마공원

담양은 온 도시가 대나무 천지라 할 만하다. 나지막한 동네 뒷동산에도 양지바른 언덕배기에도 대나무가 가득 자란다. 대나무의 참 맛은 역시 가슴으로 듣는 서걱거림이다.


좀 더 제대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를 듣고 싶다면 사진기자 출신의 신복진 씨가 조성한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가보자. 담양읍을 지나 24번 국도를 따라 순창방면으로 가다 보면 오른편이다. 길옆으로 1.7㎞가량 도열해있는 가로수는 겨울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4월만 되면 잎이 무성하게 자라 터널을 이룬다. 

테마공원1.jpg▲ 대나무골 테마공원
 

이 길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24번국도 메타쉐쿼이어 가로수 길이다. 겨울에 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인상을 주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걸으면서 가끔 하늘을 보면서 터널을 이룬 푸르른 이파리들을 상상해 보자. 금방이라도 초록색 물이 옷에 흠뻑 배일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이다.


가로수를 지나 10분 남짓 가면 석현교라는 작은 다리가 나온다. 건너자 마자 우회전, 농로를 따라 들어가면 대나무골 테마공원과 만난다. 3만여 평의 규모에 대나무숲을 이룬 곳은 1만 평 가량.

메타.jpg▲ 메타쉐콰이어 길 (담양군청 제공)
 

공원에는 3개의 죽림욕코스가 있다. 산책로옆으로 하늘로 치솟은 대나무숲이 이어진다. 대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폭발적인 성장력을 갖춘 생명체중 하나. 하루에 키가 1㎙나자랄 때도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산소와 뇌파를 발생시킨다. 스트레스 해소, 심신안정에 효험이 있다.

 

감동이 출렁이는 호수 담양호

대나무공원에서 나와 순창 방면 29번 도로를 타면 메타세쿼이아 길이 다시 연결된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지나면 담양호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꼭 한반도의 모습처럼 보인다는 호수다. 추월산의 머리 부분이 호수 건너편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저녁 노을이 장관이다. 흰 눈이라도 오면 노을을 머금고 오렌지 빛이 된 호수는  낯선 이의 마음도 감동으로 출렁이게 만든다.

 

자연과 하나 된 소쇄원

군청에서 담양 향교 옆에 조성한 죽녹원이라는 곳도 있다. 푸른 기둥으로 솟아있는 청살문간판을 지나면 곧장 죽림욕장이 이어진다. 산들바람이라도 불면 사각 사각거리는 그들만의 대화도 들을 수 있다. 한 바퀴 도는데 20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평화를 찾은 느낌이 든다.

소쇄원01.jpg▲ 소쇄원 설경
 

대나무와 함께하는 담양여행의 백미는 역시 소쇄원(사적 304호)이다.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있다. 조선 중종 때의 선비인 소쇄 양산보가 자신의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자 출세의 뜻을 버리고 이곳에 조성한 개인정원이다. 원래 10여개의 건물로 이뤄졌으나 지금은 ‘제월당(霽月堂)’‘광풍각(光風閣)’ 등 2개만 남았다. 전자는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 후자는‘비갠 뒤 해가 뜨면서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이다. 당시의 정서와 운치를 가름케 해주는 이름이다.


날씨가 풀리면 매화, 은행, 복숭아, 벽오동, 장미, 동백, 국화 등 20여종의 식물이 아기자기한 조화를 이루며 계절마다 다퉈 핀다. 아름다운 조경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 중 무엇보다 입구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가 있기에 소쇄원의 진가는 더욱 가치를 발한다.


담양 여행을 할 때 주의할 것은 ‘정자구경’이다. 사람들은 정자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찾아간다. 하지만 밖에서 바라보기만 해서는 진정한 정자의 의미도, 멋도 느낄 수 없다.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올라 안에서 밖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맑은 하늘에 해 질 무렵, 광풍각에 신을 벗고 양반자세로 앉으면 알게 된다. 빼곡히 들어찬 대나무 사이를 넘나드는 바람소리와 작은 연못에 빠진 노을의 아름다운 빛깔이 내뿜는 감동을......

 

 

BOX

장인의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대통밥과 죽계찜

담양은 맛의 도시다. 최고의 맛으로 치는 남도 음식 중 그 중심지가 바로 담양이다. 여기서는 꼭 떡갈비와 대나무요리를 먹어봐야 한다. 부드러운 육질에 감칠맛 나는 양념을 정성껏 해서 숯불에 구운 떡갈비와 식당 앞 대숲에서 금방 잘라 온 대나무통에 고슬고슬 밥을 지은 대통밥, 죽림에서 자란 닭으로 요리한 죽계찜까지 상다리가 휠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낸 것을 보면 웬만한 미식가는 혀를 내두른다. 음식점 외관의 허름함을 보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맛만으로 몇십 년을 버텨온 식당들이니까. 담양의 소문난 맛집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곧 장인의 철학을 먹는 것과 같다.

죽통밥.png▲ 대통밥

대통밥은 갓 잘라내 대나무 향 고스란히 간직한 대나무통에 오곡과 은행, 밤, 대추, 숯 한 조각 등을 넣어 압력솥에 쪄낸다. 대통밥을 먹을 땐 일단 향긋하고 구수한 냄새를 즐긴 후, 고슬고슬 윤기 나는 밥에 토하젓 한 젓가락 얹어 먹어야 딱 제 맛이다. 여기에 죽림에서 뛰놀던 실한 토종닭을 인삼, 숯, 대추, 황기, 당귀 등 갖가지 한약재와 함께 커다란 대나무통에 넣어 쪄낸 대나무통토종닭은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기특한 보신 요리다. 오랫동안 숙성시킨 대통술 한 잔 곁들이는 것도 잊지 말 것. 달착지근한 양념에 애써 씹지 않아도 입에서 살살 녹으니 그 맛이 기막히다. 


대나무는 소처럼 어느 것 하나 버릴게 없다. 새순은 맛난 요리에, 잎은 차로, 줄기는 죽제품을 만들거나 대통밥, 대통술을 만들 때 쓴다. 뿌리는 푹 우려내 차로 마신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대나무는 주독을 포함해 음식의 유해한 독을 중화시키는 강력한 해독 성분을 가진다. 해열, 진토, 기침, 황달, 입덧에도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대나무 향을 집으로 가져오고 싶다면 댓잎차나 죽로차가 제격이다. (담양군 죽로차 작목회 019-370-6015)


우렁죽순회, 대통밥 전문점 죽림원

담양시내 여섯 개의 대나무통밥 전문점 중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집. 식당 앞마당에 5000여 평의 맹종죽 대숲을 가지고 있어 신선하고 향이 잘 살아 있는 대나무통밥을 맛볼 수 있다. 주인장 최경남 씨는 대나무 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대나무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자. 담양군에 자리한 죽림원가든의 인기메뉴는 대통밥과 대통찜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죽을 바로 잘라서 찜을 하는 요리다. 대통밥을 시킬 경우 각종 나물과 묵은김치, 생김치, 조기구이 등 풍성한 반찬이 함께 나온다. 죽림원의 또 하나의 명물은 죽순회이다. 죽순을 적당한 크기로 잘 찢은 후 손질한 우렁이, 미나리를 넣고 새콤달콤, 매콤달콤한 양념으로 마무리하면 되는데. 밥하고 같이 먹어도 좋으나 본 음식이 나오기 전 입맛을 돋구는데도 딱이다.

겨울에는 직접 키우고 있는 칠면조와 토끼를 이용한 대통찜 요리도 가능하다. 미리 예약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061-383-1292 전라남도 담양군 월산면 화방리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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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의 유혹-푸른 대숲 속에서 느림의 미학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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