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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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소녀는 14살 되던 중학교 2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만난 부엉이 조각품은 소녀에게 새로운 기쁨을 안겨 주었다. 배명희 관장(54)은 그 날 이후 지금까지 평생 수집한 부엉이 작품 3천 여 점을 지난 20035월 한 곳에 모았다.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 잡은 부엉이 박물관은 그렇게 탄생했다. 세계 각국의 진귀한 부엉이 관련 작품들이 전시된 이곳에서 배 관장을 만나 수집과정과 부엉이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배명희 관장.jpg▲ 부엉이박물관 배명희 관장(부엉이박물관 제공)
 

 

지혜와 복을 상징하는 부엉이 수집 40

대사관이나 외교 통상부 바자회, 전국 백화점 이벤트코너, 그리고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 때, 인사동 골목 등 40년 넘게 안다녀 본 곳이 없네요. (웃음)”

 

배명희 관장은 박물관에 전시된 수집품들을 모으기 위해 발품을 어지간히 팔았다면서 시원하게 웃었다. 다른 박물관에 비해서 규모는 작지만 벽면에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각양각색의 부엉이 작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 모인 부엉이는 모두 3000여점. 배 관장은 부엉이 시계부터 청자, 청동향로, 부엉이가 있는 십장생 병풍 외에 각종 공예품 뿐 아니라 부엉이가 그려진 그림이나 우표, 엽서, 지폐 등 부엉이와 관련된 거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체코에서 온 흙으로 빚어진 부엉이 전등, 짐바브웨의 부엉이 돌조각, 재중동포에게 얻은 부엉이 모양의 대나무 바구니, 부엉이 울음소리를 내는 스페인 피리, 배낭여행 갔던 큰 아들이 홈스테이 하던 집 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부엉이 그림, 동양화 속의 부엉이 그림 등 별의별 부엉이가 박물관 곳곳에서 눈빛을 반짝거리며 손님들을 반겨준다.

 

해외 나간일 없고 전국 돌며 수집해

 

intro1.jpg▲ 부엉이 박물관 전경(부엉이박물관)
 

배명희 관장이 40년 동안 모은 부엉이 수집품 3천여점에 대한 재밌는 사연을 얘기하고 있다.

 

부엉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지혜와 공예의 수호신인 아테나의 친구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부엉이 역시 지혜를 상징해요. 큰 눈이 무엇이든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지닌 것처럼 보여서죠. 세계적으로 부엉이 형태의 미술품과 공예품이 다양한 이유도 그 때문이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행운과 복의 상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재물과 부의 상징이었어요. ‘부엉이 살림이니, ‘부엉이 곳간이니 해서 옛날부터 부엉이는 재물 복을 상징하는 새였다고 해요. 부엉이 모양의 대나무 바구니는 옛날에 시어머니가 시집오는 며느리에게 주는 선물로, 재물을 많이 모으라는 뜻이라는 군요. 요즘엔 부엉이가 보기 힘들어지면서 우리하고 멀어졌지만, 예전에는 동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친숙했죠.”

 

배 관장의 부엉이 얘기는 끝이 없을 듯 보였다. 가족 다음으로 가장 아끼고 사랑하고 많은 대화를 나눈 게 바로 부엉이라고 하니 부엉이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것 같았다.

 

눈으로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엉이 수집품들이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 많은 것을 어떻게 모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앞서도 잠깐 말했지만, 발품 팔아서 모은 것과 여기저기 부탁해서 얻은 것 그리고 운이 좋아서 나한테 온 것 등 수집과정도 부엉이만큼 다양합니다. 지금 이곳엔 80여 개국 부엉이 관련 작품이 있어요. 모두 외국에 나가 사온 줄 아는데 한 번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답니다. 지난해 일본에 갔다 온 것 외에는참 일본에서 부엉이 박물관을 가봤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적어서 안심했어요(웃음).”

 

모든 부엉이 전시품 자식 같이 소중

p1.jpg▲ 부엉이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부엉이 박물관 제공)
 

그렇게 모은 부엉이 수집품들 중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건 좀 어려운 일인데요. 왜냐하면 제가 모은 것들은 전부 제 자식들과 같아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거든요.(웃음) 그래도 좀 특별한 것은 저기 바이블 위에 앉아 있는 늠름한 부엉이 조각상은 희랍문화와 기독교문화의 접목을 보여주죠. 또 왼쪽 눈은 주파수, 오른쪽 눈은 볼륨으로 디자인한 일본산 부엉이 라디오, 소설 `해리포터`의 부엉이 캐릭터의 모티브가 됐을 법한 LP`ELIXIR`의 부엉이 삽화, 딱 두 점 뿐이라는 이현세의 `올빼미` 만화 포스터, 유명 작가가 썼던 부엉이 돋보기, 아프리카의 돌조각 부엉이, 캐나다 인디언 추장이 그린 부엉이 그림, 부엉이 삽화로 표지를 장식한 우리나라 최초의 `철학개론`, 그리고 부엉이를 그린 단원의 화첩 등 부엉이 전시품들은 모두 저마다의 가치를 갖고 있어요.”

 

이렇게 부엉이 박물관은 하나의 소재로 구성된 전문박물관이지만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있어 그 다양함과 상징성이 이야기와 상상의 숲을 만들어내기에 족하다. 회화, 조각, 도자기, 공예, 병풍, 시계, , 우표, 생활용품, 액세서리까지 부엉이에 관한 지구촌 사람의 오랜 관심과 애정이 그대로 숨 쉬고 있는 공간이다.

 

개관은 공휴일과 목, , ,

인터뷰가 끝날 때쯤 배 관장은 1달러 속에 들어 있는 비밀을 아느냐고 묻는다.“1달러 앞면 우측 상단에 부엉이가 있어요. ‘1’자를 둘러싼 테두리의 10시 반 방향에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작게 삽입돼 있습니다. 부엉이는 어두운 곳에서 남이 보지 못할 때 홀로 잘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짐승이죠. 이것은 남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는 초능력과 통하고, 현명하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일루미나티의 컬럼비아계 보헤미안파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부엉이 등이 켜지면 마치 부엉이가 살아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배 관장은 부엉이와의 인연을 소중이 여기고 평생을 같이 할 생각이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건강이 예전보다 좋지 못해 매일 박물관을 열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박물관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쉬고 있다.

 

부엉이박물관을 찾는 방법은 삼청동 감사원까지 가서 부엉이박물관 표지판을 찾으면 된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둘째 아들의 솜씨로 그려진 벽면과 문 그리고 멋진 부엉이 간판이 매달려 있어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입장료 5천원을 내면 부엉이엄마배명희 관장이 손수 준비한 음료도 마시며 재미있는 부엉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관람시간 : 공휴일 포함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 오후 6)

 

문의 : 부엉이 박물관 (www.owlmuseum.co.kr/321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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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여행 - ②부엉이 박물관] 배명희 관장-40년 동안 3000여점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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