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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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를 향해  쭉 뻗은 도로 위에서 태양과 마주했다.
   
트럭 짐칸에 올라탄 일행은 위험보다 미지의 세계와 조우한다는 들뜸과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잠시 머문 주인 집에서 앵무새와 친해지고 말았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빛이 조금의 누그러짐도 없이 바로 머리위로 쏟아져 내려쬐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5명의 사내는 도로변의 커다란 철대문 앞에서 피할 길 없는 태양빛 아래를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철대문 안쪽으로는 계속해서 쓰레기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허공으로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하늘 가운데 솟아있는 태양을 향하여 스멀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십여 마리의 매가 피어오르는 연기 주위를 떠있는 연처럼 날다가는 어느 한 순간 먹이를 발견한 듯 땅바닥을 향하여 급작스럽게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어찌 피해볼 방법이 없는 태양빛도 뜨거웠지만 쓰레기를 소각하는 열기와 함께 시큼하고 매케한 냄새까지도 지상에 가라앉아 맴돌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사내는 주변을 서성이며 우리를 실으러 올 지프형 승용트럭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방 오기로 한 트럭은 좀처럼 모습을 나태내지 않았다. 하고많은 장소를 두고서 하필이면 약속 장소를 이런 곳으로 택한 브라질 청년을 일행은 흘끔거렸다. 막가파에서 이미 배낭을 모두 트럭에 옮겨 실은 우리는 검문소를 피하기 위하여 검문소를 지난 외곽의 이곳에서 트럭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것 이었다. 이곳까지는 택시를 타고서 우아하게 적도기념탑을 지나고, 안데스로부터 출발하여 약 7000여km를 흘러내려온 아마존 강이 아틀란틱해와 만나는 삼각지점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달려 왔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내는 젊은 여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른 퇴근을 하며 우리를 이상한 눈초리로 흘끗 거리며 지나쳐가고 있었다. 그녀들의 눈에 우리가 이상하게 보일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국적도 뒤죽박죽인데다가 짐도 없는 우리는 머리가 벗어진 브라질 아저씨까지 있어서 연령대까지도 어우러지지가 않았다. 우리는 키가 거진 190cm가 넘는 흑인계의 브라질 청년과 150cm가 겨우 넘을 만한 동글동글한 브라질 청년, 그리고 역시 작고 뚱뚱하며 머리까지 벗어진 흰 러닝차림의 아저씨, 백색 피부의 프랑스 청년,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었다.

키 작은 청년은 길옆의 가시덤불에서 뾰족 가시가 콕콕 찔러대는 아픔을 참아내며 제법 넓은 푸른 잎을 따내어서는 머리를 가릴 모자를 만들고 있었다. 이윽고 다 만들은 모양으로 그는 우리에게로 쓰고 와서는 자랑을 한다. 그것은 한여름철의 전쟁영화에 등장하는 위장모자에 가깝게 보였다. 서로 돌려가며 머리에 써보나 머리 여기저기를 가시가 쿡쿡 찔러대는, 말 그대로 고난의 가시관 모자였다.

키 큰 청년이 흑인 무술인 카포에라를 흉내 내며 나에게 한국 무술인 태권도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어린 날 흉내 내었던 태극 18장과 연극을 하며 어설프게나마 익힌 택견 동작 몇 가지를 보여주니 이들의 입이 헤하고 벌어진다. 한국인들은 누구나 기본으로 이 정도는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니 나를 에워싸고 있던 이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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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라틴아메리카-적도에서 정글속으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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