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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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몽골 취재에서 만난 진 풍경 중에 하나가 바로 사진에 있는 독수리다. 사육사에 의해 길들여 있지만 눈빛과 날개만큼은 언제든지 하늘을 호령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독수리의 날개와 발톱은 어린 양을 단숨에 하늘로 낚아챌만큼 엄청난 힘이 느껴졌지만 묶여있는 신세라 제자리 퍼득거림에 불과했다. 너무 슬펐다.   

 

몽골 독수리.jpg
몽골초원의 독수리 (ⓒ트래블아이)

 

[詩]

독수리가 사는 법 

고 운 

 

 

칸의 제국에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흔적을 찾아 떠난 날

독수리는 태양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내가 오래 찾아보지 않아도 독수리는

한 눈에 먹잇감을 알아 보았다

 

그만큼 하늘의 길에 밝기때문이다

 

얼마나 자주 어둠 속에서 그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낮의 형상속에서 독수리는 기다렸을까

 

안타까운 기다림에 시달리며 세상을 향한

온갖 몸부림이 소용없이 되어버리고

수많은 여행자들의 웃음거리가 되어도 

 

독수리는 오래전 잊혀진 신화를 되찾기 위해

허공에 집을 짓고 소리없는 활강을 상상한다

 

독수리의 두 날개가 하늘을 덮고 초원이 잠든 시간

말과 양떼들은 바람을 벗삼아 산책을 나간다

 

이 초원에서 여름이 물러나면 독수리의 눈에는

하얗게 핀 눈꽃들이 순백의 제국을 만든다

 

세상이란 시간이 멈추고 야성의 외로움에

목소리를 잃어버린 독수리는

 

초원을 응시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린다

 

 *시집 [동진강에서 사라진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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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몽골...독수리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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