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천사의 섬’ ‘섬의 천국’으로 불리는 신안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섬이 탄생했다. 최근 순례자의 길로 화제를 모은 기점·소악도다.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기점·소악도가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섬티아고’로 다시 태어났다.
대기점도 대기점 선착장에 도착하는 순간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볼 수 있는 둥근 푸른 지붕을 올린 흰 회벽건축물이 반긴다. 이 건물은 건강의 집(베드로)으로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섬에 머물며 열두제자를 모티브로 지은 작은 예배당이다.
여기에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산뜻한 색감으로 순례길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km를 걷는다.
순례자의 길을 따라 지어진 12개 중 두 번째인 생각하는 집(안드레아)은 병풍도 노둣길 입구 북촌마을 동산에 위치해 있다. 두 개의 높고 둥근 지붕이 있는 건축미술 작품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다음에 만나는 세 번째 건물은 그리움의 집(야고보)이다. 대기점도 논둑길을 따라 작은 호수 주변 숲속에 세워진 작은 예배당이다. 심플한 디자인에 로마식 기둥을 입구 양쪽에 세워 안정감이 돋보인다.
그리움의 집을 지나 만나게 되는 네 번째 예배당은 생명평화의 집(요한)이다. 남촌마을 입구에 세워진 이 예배당은 하얀 원형의 외곽에 지붕과 창의 스텐드그라스가 아름답다. 치마처럼 펼쳐진 계단과 예배당 입구의 염소 조각이 눈길을 끈다.
그 다음으로 다섯 번째 행복의 집(필립)이 나온다. 기점-소악 노둣길 입구에 세워졌으며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형태를 띈다. 적벽돌과 갯돌, 적삼목을 덧댄 유려한 지붕 곡선과 물고기 모형이 독특하다.
여섯 번째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은 기점도 큰 호수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건축미술작품이자 아름다운 예배당이다. 목조와 통유리로 자연을 흡수하는 우아한 형태이다.
일곱 번째 예배당은 인연의 집(토마스)이다. 게스트하우스 뒤편 순례길에 볼 수 있다.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단정한 사각형의 흰색 건축물로 별들이 내려와 박힌듯 구슬 바닥과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다.
여뎗번째는 기쁨의 집(마태오). 소악도 갯벌 위에 세워져 있다. 푸역의 상징적 자연물인 갯벌 위에 세운 건축미술 작품으로,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양파지붕이 아름답다.
아홉 번째로 볼 수 있는 예배당은 소원의 집(작은 야고보)이다. 소악도 둑방길 끝에 위치해 있다. 프로방스풍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동양의 해학적인 곡선과 서양의 스텐드글라스가 물고기 모형으로 어우러지는게 특징.
열 번째는 칭찬의 집(유다 다대오)이다. 소악도 노두길 삼거리에 위치한다.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여럿 있는 작은 예배당으로, 외부의 오리엔탈 타일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열한번째는 사랑의 집(시몬)이다. 소악도 진섬이 보이는 솔숲에 지어졌다. 건축물의 실내에 들어서면 바다와 한몸이 되는 곳이다. 두터운 흰 석회벽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단단한 조형미가 압권이다.
열두번째는 지혜의 집(가롯 유다)이다. 소악도 딴섬 산 245번지에 위치한다. 작은 섬에 있는 예배당으로 몽쉘미셀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뾰죽지붕과 붉은 벽돌, 둥근 첨탑이 매력적이다.
'섬티아고' 길은 스페인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길에 비하면 짧은 거리지만, 각 예배당의 건축미를 감상하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섬과 섬을 연결하는 노두가 밀물이면 잠기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개통한 천사대교 덕분에 암태도와 자은도, 반월·박지도도 새롭게 주목받는다. 암태도는 SNS에서 인기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벽화가, 자은도는 둔장해변에 놓여 무인도를 연결한 무한의다리가 눈길을 끈다. 퍼플섬으로 유명해진 반월·박지도는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물론 마을 지붕과 도로, 심지어 마을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까지 온통 보라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