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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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포항 내연산은 여름산행지로 적격이다. 산과 계곡,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름 등산의 박자를 모두 갖춘 산행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하골이 품은 12폭포 계곡산행에 화진, 월포, 칠포, 도구, 구룡포 등 5개 해수욕장이 지척이라 산행을 마치고 해수욕을 하기좋다하지만 나는 단풍이 들면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는 11월 중순에 다녀왔다. 능선에는 낙엽이 계곡에는 단풍이 남아 있었다. 서울에서 내연산까지 약 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산행이라 저녁 11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실었다들머리 보경사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30. 아직 여명이 찾아오기 직전이라 주위는 어둠이 더 많았다

 

내연산 지도.png
 
12폭포11.JPG▲ 12폭포 (사진자료=포항시)
 

[내연산 개요]

내연산(內延山)은 경상북도 포항시와 영덕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원래는 종남산으로 불렸다. 신라 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에 내연산이라 개칭한 후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동해안에 있는 산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남북으로 이어진 산줄기의 동쪽 급경사에 계곡이 만들어져 빠른 물줄기로 인해 암반이 드러나도록 깊게패인 계곡미가 절경이다내연산도 동해안 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내연산의 최고봉은 향로봉(930m)으로 정상에는 표지석이 있고 넓은 공터에서의 동해 조망이 뛰어나다. 향로봉 정상에서 계곡입구 보경사까지 반달모양의 긴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능선은 바위가 없는 부드러운 흙산이다. 울창한 수림 사이로 걷는 느낌이 푹신할 정도로 좋다. 영화 [가을로]의 한 장면이 12폭포 중 연산폭포에서 촬영되었다

또한 포항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내연산은 조선 후기 산수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던 겸재 정선이 내연산을 찾은 후 그렸다는 3층 폭포 삼용추(三龍湫)로 유명한 곳이다. 당시 겸재는 금강산보다 더욱 아름다운 경관이라 말했다고 한다.

 

232.JPG▲ 내연산 상생폭포 풍경
 

[산행코스]

내연산군 향로봉 / 930m

보경사주차장 보경사 문수암 문수봉 삼지봉 향로봉 고메이등 12폭포-시명폭포 은폭포 관음폭포 연산폭포 무풍폭포 잠룡폭포 삼보폭포 보현폭포 상생폭포 보경사 보경사주차장

 

산행 거리 및 소요시간 : 20.75km(8시간)

삼지봉까지 6.41km(2시간) + 향로봉까지 4.40km(1시간 30) + 하산 9.94km(4시간 30)

 

보경사주차장(04:31) 2.69km 문수암(05:21) 1.34km 문수봉(06:10) 2.38km 삼지봉(06:36) 4.4km 향로봉(08:00) 2.09km 시명폭포(09:18) 2.86km 은폭포(10:30) 1.2km 연산폭포(11:11) 1.17km 상생폭포(11:45) 1.53km 보경사(12:11) 1.09km 보경사주차장(12:30)

 

내연산 계곡.JPG
 
내연산 계곡2.JPG▲ 내연산 계곡
 

[산행기]

보경사 주차장에서 상쾌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산행을 시작했다. 보경사는 602년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신라 지명법사가 진평왕에게 '동해안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자신이 진나라의 도인에게 받은 팔명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입을 막아 이웃 나라의 침입도 받지 않으며 삼국을 통일할 것'이라고 전하였다. 그러자 진평왕은 지명법사와 함께 내연산 아래에 있는 큰 못에 팔면보경을 묻고 못을 메워 금당을 건립하고 보경사라 했다고 한다.

 

날머리 보경사주차장.JPG▲ 보경사 주차장 (들머리)
 

보경사에서 문수암까지 쉬지 않고 걸었더니 약 1시간이 채 못 걸렸다. 문수암에서 다시 문수봉(628m)까지는 40분 정도 걸리는 산행이다. 6시가 넘어서 해가 올라오는지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한다.

문수봉까지 좀 더 힘을 내서 올라갔더니 6시 10분이다. 내연산은 해안 가까이에 솟아올라 있어 내륙의 엇비슷한 높이의 산보다는 휠씬 더 높고 우뚝해 보인다. 이 내연산 자락을 굽이굽이 감돌며 40리 가량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바로 청하골이다. 삼지봉(710m), 문수봉(628m), 향로봉(930m), 삿갓봉(718m), 천령산(775m)등의 높직한 준봉들이 반달모양으로 둘러져 있어서 청하골은 여느 심산유곡 못지않게 깊고 그윽하다. 특히 이곳에는 폭포와 소()가 많기도 하거니와 이곳처럼 다양한 형태의 폭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도 달리 찾기가 어렵다


보경사 해탈문.jpg▲ 보경사 해탈문
 
보경사.JPG▲ 보경사 풍경
 
대웅전2.JPG▲ 보경사 대웅전
 
문수봉.JPG▲ 문수봉 표지석
 
 
문수암.JPG▲ 문수암 올라가는 길 위에서 본 상생폭포
 
계곡 양안의 깎아지른 절벽사이로 12개의 폭포가 차례로 걸려 있는 내연산 12폭포는 경북8경의 으뜸이다. 게다가 푸른 동해와 명산 그리고 시원한 계곡과 천년고찰 보경사를 둘러볼 수 있어서 산행의 묘미가 더해진다계곡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계곡의 아름다움과 시원한 물소리가 정신을 맑게 해준다. 바위가 없어서 내연산 삼지봉을 지나 향로봉까지 걷는 동안 그러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삼지봉 이정표.JPG
 
삼지봉 표지석.jpg
 

대부분의 명산이 그러하듯 내연산 계곡입구에도 고찰 보경사와 그 부속암자인 서운암, 문수암 등이 자리하고 있다. 보경사는 723(신라 성덕왕 22)에 일조대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8면경을 묻고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로, 경내에 보물로 지정된 원진국사비, 5층석탑 등의 문화유적이 많다. 또한 경내에 사명대사의 금당기문과 숙종 어필의 각판이 보관되어 있다. 보경사를 지나면서 절정을 이루는 계곡은 경북의 금강산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아름다운데, 상생폭·관음폭·연산폭 등 높이 730m12개의 폭포와, 신선대·학소대 등 높이 50100m의 암벽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십여개의 담과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연산01.JPG
 
내연산1.jpg▲ 내연산 정상 향로봉 표지석
 
향로봉 돌탑.jpg▲ 향로봉 돌탑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정상에 이르거나, 능선을 따라 정상에 이르는 두가지 경로가 대표적이다. 능선길은 보경사를 지나 계곡을 따르다 문수암을 지나 우측으로 오르다 능선을 만나 문수봉을 경유해 계속 오르면 내연산에 도착한다. 일반적인 등산로는 내연산을 지나 좌측으로 내려서 연산폭을 경유해 보경사로 내려서는 경로이다. 산행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연산에서 능선을 타고 향로봉까지 올랐다가 급경사 계곡길로 내려서서 수많은 폭포와 담을 감상하며 하산하는 경로를 따르면 된다. 내연산은 힘들더라도 향로봉까지 오르는게 좋다.

12폭포.jpg▲ 시명폭포 (12폭포 중 12)
 
상생폭포2.JPG▲ 상생폭포 (12폭포 중 제1폭포)
 

청하골은 천년고찰 보경사(寶鏡寺)에서부터 시작된다1폭포인 상생폭포는 보경사에서 등산로를 따라가면 나온다. 그리 우람하지는 않지만 두물길이 양옆으로 나란히 떨어지는 모양이 단아하기 그지없다. 이 폭포를 지나면 잇따라 보현폭포(2폭포) 삼보폭포(3폭포) 잠룡폭포(4폭포) 무봉폭포(5폭포)가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잠룡폭포 주변의 골짜기는 영화 남부군의 한 장면, 곧 지리산의 어느 골짜기에 모인 남부군 대원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발가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관음폭포111.JPG▲ 관음폭포 (12폭포 중 제6폭포)
 
연산폭포2.JPG
 
연산폭포3.JPG▲ 연산폭포 (12폭포 중 제7폭포)
 

청하골의 열두 폭포 가운데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은 관음폭포(6폭포)와 연산폭포(7폭포) 언저리이다. 쌍폭인 관음폭포 주변에는 선일대, 신선대, 관음대, 월영대 등의 천인단애가 장성처럼 둘러쳐져 있고, 폭포수가 만들어 놓은 못 옆에는 커다란 관음굴이 뚫려 있다. 이 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쪽입구를 가린 채 떨어지는 폭포수 줄기를 볼 수 있다. 관음폭포 위에 걸린 적교(吊橋·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30m, 길이 40m에 이르는 연산폭포의 위용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청하골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인데, 학소대라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커다란 물줄기가 쏟아지는 광경에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보현폭포2.JPG▲ 보현폭포(12폭포 중 제2폭포)
 
무풍폭포2.JPG▲ 무풍폭포 (12폭포 중 제5폭포)
 
은폭포.JPG▲ 은폭포 (12폭포 중 제8폭포)
 
잠룡폭포1.JPG▲ 잠룡폭포 (12폭포 중 제4폭포)
 
관음폭포 앞쪽 암벽의 벼룻길을 지나 다시 15분 가량 물길을 따라가면 또하나의 폭포를 만나게 된다이 폭포는 숨겨져 있다고 해서 은폭(隱瀑)이라 하는데가지런한 물줄기가 시퍼런 소()로 떨어지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이곳 위쪽으로도 시명폭 제1복호폭 제2복호폭 제3복호폭이 이어지지만시간이 없다지금까지 보아온 8개의 폭포만으로도 내연산 청하골의 진면목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관음폭 앞 계곡을 건너 가파른 계단을 따라 350m정도 올라가면 선일대(仙逸臺암봉에는 2015년 년말에 전망대가 세워졌다이곳은 신선이 학을 타고 비하대(飛下臺)에 내려와 삼용추(三龍湫)를 완성한 후 이곳 선일대에 올라와 오랜 세월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조선말엽 영조(英祖)9년인 1733년 봄부터 1735 5월까지 청하현감을 지낸 겸재(謙齋정선(鄭敾)이 이곳 일대를 그림으로 남겨 진경산수(眞景山水화풍을 완성시킨 곳이기도 하다이곳에서 능선쪽으로 20m떨어진 곳에 암자 선열암(禪悅庵)이 있고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선일대111.jpg▲ 선일대
 
내연산 폭포1-연산폭포.JPG▲ 연산폭포 (12폭포 중 제7폭포)
 

보경사 방향.jpg▲ 보경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바로 계곡이 펼쳐진다. 계곡 길을 따라 걸으면서 일행들이 쉴 수 있는 넓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아침 내내 흘린 땀을 식힌다. 장마가 일찍 끝나고 비가 오지 않아 물이 깊지 않으나 더위를 식히며 잠시 장난꾸러기 아이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그렇게 폭포와 계곡을 구경삼아 내려오다 제1 폭포인 상생폭포를 만난다. 문수봉으로 오를 때는 특별히 감흥이 없었는데 하산 길에 다시 보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두 줄기 폭포가 나란히 사이좋게 흘러내리며 그리는 풍경이 눈에 쏙 들어온다.


휴식시간 포함해 8시간이 되는 산행을 마치고 다시 보경사에 도착한다. 오르는 길에 계곡 소리로 반겼던 보경사는 하산 길에는 잘 자란 적송의 푸르름으로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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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화첩산행 100] ㉙내연산(930m)...40리 청하골이 품은 12폭포로 유명한 포항의 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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