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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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영국의 중요한 낭만주의 시인이자 계관시인이었던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177047- 1850423)는 여행을 무척 좋아했다.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도 언급될만큼 워즈워스의 여행벽은 유명했다. 그는 스무살이 되던 해 가을 알프스 도보 여행에 나선다. 워즈워스는 제네바에서 샤모니 골짜기까지 갔다가, 그곳에서 생플롱 고갯길을 넘어 공도 협곡으로 내려가서 마기오르 호수에 이르렀다. 그는 누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기가 본 것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 수많은 풍경들이 내 마음 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지금 이 순간, 내 평생 단 하루도 이 이미지들로부터 행복을 얻지 못하고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큰 기쁨이 밀려 온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수십 년 뒤에도 알프스는 계속 워즈워스 안에서 살아남아, 기억 속에서 그곳을 불러낼 때 마다 그의 영혼은 힘을 얻었다. 이렇게 알프스가 그의 기억 속에 계속 살아남게 되자 그는 자연 속의 어떤 장면들은 우리와 함께 평생 지속되며, 그 장면이 우리의 의식을 찾아올 때마다 현재의 어려움과 반대되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 속의 이러한 경험을 "시간의 점(spot)"이라고 불렀다.

 

캐런03.jpg▲ 캐런 이분란 소장 (사진=최치선 기자)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며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세운다.

 

워즈워스는 자연 속에 이런 작지만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는 믿음 때문에 자신의 많은 시들에 매우 구체적인 부제를 붙이기도 했다. 예컨대 <틴턴 사원>의 부제 - "1798713일 여행 중에 와이 강변을 다시 찾고" - 는 정확한 날짜를 명기하고 있다. 이것은 산골에서 골짜기를 굽어보며 보낸 몇 순간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고 유익한 순간으로 꼽을 수 있으며, 따라서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만큼 정확하게 기억할 가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늘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주인공

여행은 이렇게 시인의 시에 생명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시간의 점으로 남아 위로와 희망을 주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주인공 역시 뜨거운 청춘을 여행과 함께 시작해서 지금은 글로벌 여행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만큼 여행과 주인공은 바늘과 실처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늘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는 주인공의 이름은 캐런 이분란 소장이다. 이 소장은 자신의 성공을 함께 해 준 캐런이란 닉네임을 사랑한다.

인터뷰는 캐런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대역 앞에 있는 캐런의 회사는 여행카페를 겸하고 있다. 여행자들이 편하게 들려서 차도 마시고 친목 도모도 할 수 있는 장소로 꾸며놨는데 실제 가보니 유럽의 작은 카페 느낌이 물씬 났다.

캐런은 딱딱한 사무실 보다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같은 공간이 좋아서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고 한다.

인터뷰 시작 전 카페 안을 천천히 살펴 봤다. 벽에는 독일의 명소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오랫동안 바이에른 관광청과 독일철도 한국사무소 총판을 해 온 흔적 같았다. 그밖에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직접 고른 기념품과 액자, 여행 관련 책 등이 장식장에 진열되어 눈길을 끌었다.

 

캐런01.jpg▲ 캐런 이분란 소장 (사진=최치선 기자)
 

여행은 자유이자 힐링

여기 있는 기념품과 사진 모두 직접 구하신 거에요?”
밀크 티를 탁자에 내려 놓은 캐런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다

그럼요. 제가 독일 출장가서 찍은 사진과 기념품, 캐나다, 인도, 유럽 여러 나라들,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서 가져온 물건들까지.”

그녀의 기념품과 사진은 카페에서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나라를 다니셨는데 소장님께 여행이란 무엇입니까

캐런은 독일철도 한국총판과 바이에른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외에도 캐나다와 북미 철도 티켓까지 판매해 전세계 주요 대륙의 열차를 한국 여행자들에게 연결시켰다.

저에게 여행은 자유이자 힐링이죠. 내가 여행을 하면서 살지 않았다면 난 아마도 지금 한국에 살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광고기획사 사람들처럼 획기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여행 이노베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것보다 2배는 더 열심히 달려 여행업계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래서 여행목적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최소한의 인원으로 만족스러운 힐링여행이 되도록 그 역할을 해주는 여행기획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저 여행이 좋았다고 말하는 캐런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여행을 이야기 한다.

꿈 많은 대학시절 관광경영학을 전공 했어요. 졸업 후 죽기 전에 30개국만 여행해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0을 바라보는 지금 제 꿈은 단지 여행 자체가 아닌 여행업계의 이노베이터로 한국 여행업계의 한 획을 긋는 것입니다. 지금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 중입니다. 그래서 내년부터 여행상품 개발자로서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그동안의 여행기록들을 모아 여행에세이를 출간하려고 합니다. (그녀는 2016년부터 브런치를 통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현재 1460명의 구독자가 있다) 하지만 책 출간의 의도는 여행작가 보다 여행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상품 개발자가 되고 싶은 거죠.”

 

캐런은 계속해서 여행개발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그만큼 오랫동안 생각하고 준비한 일이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국에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직접 현지답사를 하고 여행상품을 개발하여 공급하는 상품개발자(product manager 또는 tour coordinator) 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누구도 버킷리스트가 될 여행을 단체로 갈거 같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혼자 가는것도 쉽지않겠죠. 그래서 누군가에게 버킷리스트가 될수 있는 여행상품을 테마별, 계절별로 내가 발로 뛰면서 현장 답사를 통해 예산에 맞게 개발한다면 여행목적이 맞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원으로 만족스러운 힐링여행을 할 수있지 않을까요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바로 여행기획자이죠. 그래서 그동안 진행 해 온 많은 업무를 정리하고 있는 중 입니다.”

 

첫 번째 기획...유럽 겨울여행 아이슬란드 오로라 상품

캐런은 그동안 갖고 있던 소장이란 직함을 정리하고 상품개발자(투어플래너 혹은 Tour coordinator)로서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금방 답을 내놓았다.

첫번째 테마는 유럽겨울여행으로 20201월 초에 출발하는 아이슬란드 오로라 상품입니다. 이번 테마여행의 고객 타깃층은 시간이 없어서 여행조차 가기 쉽지않는 4050을 위한 로드트립이고 이 달 정기여행설명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1280.jpg▲ 아이슬란드 빙하
 
51277_1280.jpg▲ 아이슬란드 오로라 풍경
 

그녀는 내년도 계획에 대해서도 소규모 테마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겨울여행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이런 소규모 테마기획 여행을 몇가지 구상하고 있는데 소규모 기획여행에 관심있는 여행사에는 언제든지 여행상품을 공급할 의향이 있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여행업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되는 세계여행 상품기획자를 알고 있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연락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노선을 바꾸고 새로운 방향에서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독일철도청 한국총판으로 바이에른 주 관광청 소장으로 그동안 여행업계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잘 지내온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돌아보니 여행업에 몸담은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다녀온 팸투어와 트래블마트 참가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에세이도 출간하고 내가 누린 혜택을 여행업계 또는 잠재력 있는 여행자들과 그 고마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출간을 앞두고 있는 여행에세이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이번책은 해외여행 위주로 내용이 채워지지만 만약 지자체의 협조로 국내도 다양한 팸투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내테마여행기획에도 관심이 많아요. 대한민국도 해외 못지않게 좋은 데가 많으므로 이제는 국내에서 더 바쁘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 책은 해외에 이어 국내여행을 위주로 다루고 싶습니다.”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완벽한 원시의 나라

전세계 수많은 관광지 중 여행상품개발자로서 터닝 포인트가 될 첫번째 상품을 아이슬란드로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슬란드는 제가 그동안 다녔던 수많은 나라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오로라와 빙하와 멋진 폭포 거기다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지닌 활화산까지 완벽한 원시의 모습을 갖춘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아이슬란드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4050 세대들이 자신의 일에 치여서 시간과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자부하는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을 선물하고 싶은 것입니다.”

 

아이슬란드 상품은 어떻게 구성되었나요?

패키지와 다르게 현지에서 자동차로 6박8일간의 일정을 함께 합니다. 따라서 여행자들은 각자 항공권을 구입해 아이슬란드로 와야 합니다. 저는 그분들을 공항에서 픽업한 후 레이캬비크에서 요쿨살론까지 이동하며 골든서클 등 주요 관광지와 오로라, 빙하를 체험하게 됩니다. 여행자는 차량 렌트비과 식대, 숙박 비용을 인원 수에 맞춰 나누면 되기 때문에 혼자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저렴한 비용이 듭니다.”

 

캐런은 지금까지 해 온 독일 바이에른 관광청과 도이치반 한국총판 소장의 경험이 앞으로 여행상품개발자로서 일하는데 크게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은 20년 이상 여행업계에서 해 온 결과물들로 증명된다.

1996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시행하는 관광영어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998년 자유투어에 입사한 그녀는 해외 인솔 업무를 수행했다. 1년 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를 나와 독립을 선언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2005년까지 55개국을 여행한 그녀는 2005년 독일철도청 한국총판 유레이드코리아 설립(B2B)한다. 이 때부터 그녀의 전성기는 시작된다. 승승장구 하던 그녀는 2007년 세계철도여행센터 법인을 설립(B2C)하고 아시아의 패권을 거머쥔다. 그 후 2010년 미국 캐나다 자유여행 전문 와투트래블을 만들고 북미 시장까지 뛰어 든다. 여행사를 하면서 2011년 독일 바이에른 주 관광청 한국사무소까지 오픈하는 기염을 토한다. 2014년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와투여행갤러리>라는 여행카페를 오픈하고 지난해에는 회사를 여행상품개발 및 여행기획컨설팅 전문 <와투여행기획>으로 상호변경한다. 이렇게 숨가쁘게 달려온 그녀는 올해 들어서 여행콘텐츠전문 아카데미 <힐링홀리데이 휴 센터> 힐링강좌를 개설해 여행과 힐링을 접목시켰다.


프로의식과 아이디어가 샘솟는 여행 기획자

캐런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철저한 프로의식이 배어 있는 여행인이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여행 기획자라는 사실이었다.

 

캐런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여행이 좋아서 여행업에 뛰어 들었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여행인으로서의 삶을 살 것이라며 여행상품 개발자로서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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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캐런 이분란 소장...프로의식과 아이디어가 샘솟는 여행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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