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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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라오스는 참 재미있고 신기한 나라다.  바다가 없는데도 메콩강 하류에 섬이 4,000개나 있다. 또 바다의 짠물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소금도 육지에서 생산된다. 비엔티안에서 13번 국도를 따라 빡산방향으로 21Km정도 가다보면 도로가에 ‘콕싸드(Khoksaad)’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457_380_3925.jpg▲ 비엔티안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콕싸앗(Khoksaath)소금마을'. 줄지어 늘어서 있는 소금바구니들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이 아름답다.
 
457_381_3947.jpg▲ 소금공장에서 일하는 주부들의 모습이 소녀처럼 밝다.
 
이곳에서 약2Km, 최근 4차선 공사중인 도로를 따라 더 들어가면 ‘콕싸앗(Khoksaath)’마을이다.  다시 사찰방향 비포장도로를 따라 5분정도 걷다보면 왼쪽에 페인트로 쓴 ‘콕싸앗소금공장(Khoksaath Salt Factory)’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바로 비엔티안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소금마을이다. 콕싸앗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암염(巖鹽)’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소금을 바닷물을 태양열로 증발시켜 천일염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중국이나 유럽 몇몇 나라에서는 지상과 또는 지하에서 암염 형태의 소금을 캐내 정제해 사용한다. 이와 동일한 소금이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암염이다. 소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략 30명 정도다. 

주로 공장주변에 사는 나이 든 주부와 처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받는 하루 일당은 2만낍,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특근수당을 포함하면 한 달에 약 60만낍을 받는다. 한달 월급이 우리 돈 약 8~9만원 정도되는 셈이다. 노동자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6시까지 하루 10시간 쉴 틈도 없이 일을 한다. 이들이 주로 시장에 공급하는 소금을 작은 단위로 포장해야 하는 단순 노동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소금을 선별해 쏟아 놓고 다시 작은 비닐봉투에 담는 일을 하루 종일 반복한다. 올해 7살 난 아들을 둔 주부 ‘남(31)’은 이곳에서 벌써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열선을 이용해 비닐봉투를 마무리하는 ‘남’은 일이 있어서인지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그녀는 “돈도 돈이지만 일이 없으면 불행하게 보인다”며 “노동일을 하는 남편은 일이 없어 노는 날이 많다. 그러나 나는 한달 내내 일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곳 소금공장은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물을 염전에 가두고 다시 장작불로 가열해 결정체를 만드는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생산된 암염은 천일염에 비해 다소 품질은 떨어지지만 바다가 없어 소금 전부를 수입해야하는 라오스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곳이다. 

학교가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 엄마를 따라 아르바이트를 나온다는 ‘빤(14)’과 ‘롯(12)’. 이 어린 소녀들이 하루에 받는 일당은 만낍, 우리 돈 1300원 정도다. 이 두 소녀는 쉬는 노동자들로 일손이 모자라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엄마를 따라와 일을 한다. 특히 우기에는 염전에 가둔 염수가 빗물과 희석되기 때문에 염분 농도가 낮아져 쉬는 횟수가 많다고 했다. 낮12시, 점심시간이 되자 모든 노동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일손을 놓고 집으로 향했다. 그들의 집은 공장 주변이어서 모두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다. 

이곳 노동자인 ‘따(42)’는 빤과 롯, 두 딸과 올해 8살 된 아들 ‘끼타’가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산다는 따는 세 아이를 키우며 노모까지 돌보고 있었다. 그의 집에는 변변한 세간은 없었다. 그래도 소금공장 덕분에 시멘트로 만든 집에서 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그였다. 만약 이곳에 소금공장마저 없었다면 집장만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1시간이 채 안 되는 점심시간, 집에 오면 그는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두딸과 쇠약한 노모를 먼저 챙긴다. 아들이 어지럽힌 집안을 청소하고 먹을 것을 준비하는 억척스런 라오스 여자다. 

찹쌀밥 ‘카오니야우’을 한통사고 ‘따막홍(우리의 김치)’에 국수를 비벼놓은 밑반찬도 샀다. 여기에 고무줄처럼 질긴 소고기육포에 야생에서 채취한 야채 몇 줄기면 이들의 점심 식탁은 끝이다. 이렇게 다섯 식구가 한 끼를 먹는데 들어가는 돈은 기껏해야 우리 돈 1,200원 남짓. 먹다 남은 찹쌀밥은 다시 숯불에 데워 다음날 아침까지 먹는다고 귀띔했다. 잠시 앉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따는 다시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일터인 공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잠깐의 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 모든 일을 수작업으로 해결하는 이곳 노동자들은 소금공장이 자동화되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일터가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자유를 부르짖는 라오스는 노동력에 비해 아직 일이 많지 않다. 그런 그들에게 소금공장은 유일한 일이요 가족을 지탱해주는 대들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이날 만난 따는 “콕사앗 마을에서도 일이 없어 노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넉넉하지 않지만 소금공장에서 일을 해 돈을 벌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밝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는 매캐한 연기와 짠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금공장으로 향했다. 비엔티안 여행객들에게는 호기심에 잠시 스쳐가는 곳. 그러나 이들에게 소금공장은 가정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약속의 땅이나 다름없었다. 힘들게 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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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소금마을 ‘콕싸앗’ 사람들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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