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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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일순 작가수크레에서는 하룻밤만 자고 브라질 국경으로 향한다이제 상파울루로 돌아가는 것이다남아메리카에 오기로 한 한국 여행팀이 와해되었다고 한다어제 밤 도착한 수크레에서 겨우 전화가 연결되었을 때 한국의 여행사 직원이 나에게 전달한 소식이다이곳 오지의 작은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나와 연결이 원활하지 못해 그렇게 되었다고 그는 다소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2670_1280.jpg▲ 수크레 풍경
 
볼리비아 온천.JPG▲ 볼리비아의 간헐천 풍경
 
티티카카호수2.JPG▲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
 
티티2.JPG▲ '토토라'라고 하는 갈대로 배를 만드는 모습(사진=최일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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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기간이라 지난 며칠 동안 계속해서 전화와 인터넷으로 연락을 시도 했지만 계속 전화가 다운되는 바람에 연락이 며칠간 불안정했던 것이 원인이었나 보다그동안 몇 달 동안 험한 길을 답사하며 준비하고 약속하고 섭외한 모든 것들이 공수표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하루를 더 기다리지 못해 연락이 안 닿는다고 애써 모객한 팀을 깨 버린단 말인가신뢰가 부족하다좀 더 믿어주는 신뢰가 아쉽고도 아쉬웠다

 

나의 우울함을 아는지 하늘은 천둥번개를 우릉 거리더니 이내 비를 시원스럽게 쏟아낸다

 

넘어가지 않는 닭고기 토막 하나와 와인 잔을 앞에 놓고 망연히 앉아 있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앵무새 한 마리가 나를 내려다본다금방이라도 내 어깨로 날아와 '바보야'를 재잘거릴 것 같다.

 

당장 주머니 속이 걱정이다그렇지 않아도 형편없이 부족한 경비인데 믿었던 얼마의 수입원이 하루 새에 사라져 버렸으니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할 것이다.

 

긴축재정더 이상 줄일 데라고는 술값밖에 없는데 술부터 끊어야 하나술 안마시고 무슨 재미로 여행을 하나싶다.

 

좋은사람들좋은 곳에서는 한잔 술을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환데……

 

크리스마스 앞둔 국경의 서러운 밤

 

우울한 마음을 추스리고 브라질 국경으로 가는 침대버스를 탄다지난일은 빨리 잊는 것이 상책이고 이제 돈도 별로 남지 않았으니 차선책으로 상파울루에서 다음 여행팀을 기획해 봐야겠다

 

운전석 바로 뒤 창 쪽 내 옆자리로 보통 사람의 세 배는 되어 보이는 뚱뚱한 아줌마가 들어와 앉는다좌석을 최대한 뒤로 젖히고 넓은 공간에 흡족해하던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아줌마가 자리에 앉자 몸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가운데 내려졌던 팔걸이를 다시 좌석 안쪽으로 집어넣어야 했다내 자리의 거의 반 이상을 살집 좋은 그녀의 몸이 쳐들어온다

 

처음에는 다소 미안한 표정을 보이던 아줌마가 내가 괜찮다고 웃어보이자 이내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에서 군것질거리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기분에 험한 버스를 타고 가기에는 스스로가 더욱 궁상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으로 큰맘 먹고 얼마의 돈을 더 보태  부스까마즉 일반버스보다 의자가 뒤로 좀 더 젖혀지는 침대버스를 탔는데...

 

버스는 안데스 산맥을 완전히 넘어 열대우림인 셀바지대로 밤길을 타고 내려간다버스가 산을 내려가자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며 습한 기운이 느껴진다옆자리 아줌마에게서 건너오는 체열 때문에 나는 더욱 더워져 온몸에 땀이 송송 배어나오기 시작한다그러거나 말거나 뚱보 아줌마는 코까지 곯아가며 아예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고는 깊이 잠들어 있다이제는 행여나 이 아줌마가 단잠을 깰까싶어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그러게 내 복에…….' 

 

그렇게 고단한 버스 여행을 마치고 나는 산타크루즈에 도착해 브라질까지 가는 죽음의 열차를 타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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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순의 남미여행기] 신화의 땅 '라틴아메리카' - 볼리비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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