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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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일순] 아침 6시에 작은 마을 우유니의 버스회사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소금호수 투어도 겸하고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 보았다. 주변 여행 정보 몇 가지를 확인하고 테이블 등으로 쓰이는 커다란 소금덩어리들을 구경하느라 조금 늦게 나왔나보다. 이미 버스 승객들은 다들 어디로 가고 보이지 않는데, 호객꾼 아주머니 혼자 남아 자기 집으로 가자고 내 손을 이끈다.    
칠레2.jpg▲ 우유니로 가는 도중 소금평원에 멈춘 투어차량들
 
 
 
조건이 나쁘지 않아 따라가 보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집안은 투어 떠날 준비를 하는 서양 여행자들로 부산스러워공동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알고 보니 서양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에 나온 집이라고 아주머니가 자랑을 한다. 
    
칠레3.jpg▲ 소금창고에 가득 찬 소금푸대들이 보인다.
 
그런 줄 알았으면 나는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나도 여행지의 숙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간 <론리>를 주워 휴대하고 다니는데, 이 책을 가지고 다니는 가장 큰 목적이 개괄적 지역정보를 취하고 비상시가 아니면 가급적이면 거기 나온 집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안전하지 않은 지역이나 밤늦게 도착할 경우 이 책에 나온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비상시 상황이다. 그리고 이 책은 돈 주고 사지 않는다. 여행자들이 몰리는 숙소에는 웬만하면 먼저 떠난 여행자들이 두고 간 책이 대개는 한 두 권씩 버려져 있기 때문이다.   

칠레4.jpg▲ 밀짚으로 만든 칠레 전통 모자 ' 츄바야'를 손질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
 
<론리>에 나온 숙소에는 언제나 서양 여행자들로 만원이며, 그들은 밤새도록 시끄러운 데다 그중 일부는 줄기차게 마리화나를 피워댄다. 게다가 공동으로 쓰는 주방에는 서양 여행자들이 쓰고 씻지 않은 그릇들이 가득 차 있게 마련이며, 공용 화장실이나 욕실에서도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여기에 은근히 동양에서 온 여행자들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태도까지 몸에 배어있다. 

하지만 동양인 여행자가 여자일 경우에는 태도가 조금 달라진다. 그들 눈에는 이국적으로 보이는 동양여자를 어떻게 해보려고 호기심에 자기들끼리 추첨도 마다하지 않는다. 누군가 당첨되면 며칠을 걸고 내기까지 하는 경우도 보았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수작에 동양인 여자 여행자들이 너무나 쉽게 현혹된다는 것이다.  
칠레5.jpg▲ 칠레의 소금 밭은 우리나라 강원도의 계단식 밭과  형태만 비슷할 뿐 느낌은 전혀 다르다. 
 
전 세계의 여행지에는 다양한 숙소들이 산재해 있다. 대개의 여행지에는 숙소들이 일정한 거리에 모여 있어서 조금만 발품을 팔 아도 싸고 친절하고 깨끗한 숙소를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잘 알려진 숙소들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고, 여행자들과 몰려다니지 않고 현지인들과 접할 기회가 보다 많아진다. 대개의 서양인 여행자들은 현지에서 만난 일행들과 몰려다니며 관광지 투어와 즐길 거리 찾기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의 눈에 현지인들은 그저 자기들보다 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사람들로 보일 뿐이며, 가당찮게도 미개했던 현지인들을 서양이 구원했다는 방자함이 뱃속 가득히 들어 있다. 그리고 서양인 여행자들과 어울려 봐야 밤늦게 까지 시시덕거리며 바에서 술이나 마실 뿐이다. 

여행은 서양여행자들과 어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낯선 새로운 나라의 사람들과 그들의 문물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서양인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나이가 든 여행자들이나 오래 여행을 한 사람들, 부부나 가족이 느리게 다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일반적인 젊은 여행자들과 몰려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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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순의 남미 여행기] 신화의 땅 '라틴아메리카' - 칠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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