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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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처음부터 그와의 인터뷰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인도로가는길'의 제2대 촌장인 심바를 통해 소개 받았을때만 해도 여행을 좋아하는 술집 주인정도로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반전은 금방 왔다. 긴 곱슬머리를 뒤로 묶은 채 대금을 부는 그의 모습은 영낙없이 나그네를 떠올리게 할만큼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373최일순.jpg▲ 대금연주를 마치고 해맑게 웃고 있는 배우 최일순의 모습이 소년같다.
 

그 이후로 늦은 시간까지 밤하늘이 열린 작은 마당 한 가운데 조그만 원탁에서 막걸리와 생두부 몇 조각에 김치를 얹어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그의 간단한 이력을 공개한다. 눈치 챘겠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특히, 여행에 대한 그의 프로필은 일반적인 여행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느낌마저 들게 할 것이다.

 

그를 자세히 보면 중남미 혹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 이제 막 온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마 오랜 여행탓에 세계인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외모는 그렇게 탈 한국인의 모습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는 분명 한국인이었다.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난 그는 자연인 최일순에서 배우 최일순이 되기위해 서울예대 연극과를 입학하고 졸업 전 소기의 목적을 이룬다.

 

1987년부터 연극, 영화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평생 배우로 살 결심을 하지만 10년을 못 채우고 청춘을 오롯이 바친 서울을 떠난다.

 

잊고 있었던 푸른 별과 꿈을 동시에 보다

 

그가 둥지를 튼 곳은 강원도 정선의 골짜기에 있는 움막이었다. 당시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움막을 뜯어내고 집을 지었다고 한다.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가 되는 아름다운 골짜기가 마음에 들어 정착한 그 곳은 이제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373_215_2511.jpg▲ 페루 남부 나스카 북쪽 사막에 그려진 거대한 지상화와 그 사이를 관통하는 고속도로의 모습. (나스카 지상화는 직선, 나선, 새, 원숭이, 거미, 꽃 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길이가 수백m 에 이른다. (사진.최일순)
 
373_216_3119.jpg▲ 나스카 지상화에 그려진 그림들을 새겨넣은 돌. 나스카에서는 이 돌을 기념품으로 판매한다.(사진. 최일순)
 

그렇게 서울을 떠나 강원도 산골짜기에 집을 짓고 살던 그가 갑자기 여행을 시작한 동기는 무엇일까?

 

어느 날 저녁하늘에 빛나는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꿈들이 반짝거리기 시작했어요. 매연과 오염물질로 가득한 서울의 밤하늘에서는 한 번도 본적 없는 별들이지만 그 별은 분명 내 머리 위에 떠 있었던 것이죠. 내 꿈도 그랬어요.”

 

배우 최일순은 마침내 시골 하늘에서 별과 꿈을 동시에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주저 없이 배낭을 꾸렸다.

 

첫 여행지 캐나다에서 느낀 자유와 희열

 

처음으로 나간 목적지는 캐나다였다. 밴쿠버와 로키를 여행하면서 그는 진정으로 자신이 되는 것을 느꼈다.

시작부터 목적이나 목표를 갖고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그냥 발길 가는대로 자신의 지문과 족적이 없는 처녀의 땅을 밟고 싶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자유와 희열이 몰려왔다. 여행을 통해 그는 다시 태어났다. 한국에서 아주 오랫동안 켜켜이 쌓였던 세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세포가 자라기 시작했다.

 

캐나다를 돌아보면서 그는 여행이 주는 무엇인가를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마트에서 절대 살수 없는 무형의 가치와 세계 그리고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가면을 벗고 자연이 준 진짜 얼굴찾기

 

한국에 돌아 온 그는 정선의 산 속으로 들어가 칩거한다. 그리고 일정시간이 흐른 후 다시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배우는 차츰 자신이 썼던 가면을 벗고 자연이 준 진짜 얼굴을 하나씩 되찾는다.

 

동남아, 인도, 티베트, 네팔, 중국, 몽골을 차례로 여행 하면서 그는 어느새 남이 가지 않은 땅을 밟고 있었다. 여행을 시작한지 7년 만에 그는 오지여행 인솔자로 활동한다. 길잡이로서의 최일순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얻게 된 일이었다.

 

그는 최일순과 함께하는 세계여행팀을 인솔하며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었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함께 하는 여행으로 바뀐 것이지만 여행의 본질은 변할 수 없었다. 하늘, , 물의 길은 하나기에 여행자의 수가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소풍 떠나는 길 통해 시인을 만나다

 

그는 여행하는 것을 소풍 떠나는 것에 비유한다. 바로 고 천상병 시인의 작품 귀천에 나오는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을 생각해서 한 말이다.

 

친구가 준 천상병 시인의 시집 한 권을 들고 무작정 인사동으로 찾아갔는데 시인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대신 시인의 부인이신 목순옥 여사님을 만났어요. 그날 이후 틈만 나면 인사동 찻집을 찾아갔고, 온 종일 찻집에 앉아 벽에 꽂힌 시집을 읽었어요. 그러다가 시인이 퇴원을 한 후 나들이를 돕게 되었습니다.”

 

처음 본 시인이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그는 이미 찻집에서 시인의 시를 모두 읽었고 여사를 통해 시인의 모습을 가슴 속에 품기 시작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시인으로부터 나는 자식이 없는데....늬가 내 자식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시인의 자식이었는지 모른다. 시인과의 부자 인연은 그때부터 돌아가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마 소풍을 마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시인이 소풍을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노래 한 것처럼 그 역시 수많은 소풍 길을 통해 푸른 별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먼 훗날 귀천에서 만나게 될 시인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길은 그에게 친구가 된다

 

배우 최일순의 가슴에는 시인의 노래가 그대로 들어있다. 그래서 그의 여행은 쇼핑이나 관광과는 거리가 멀다. 시끄럽고 떠들썩함 보다 조용하고 청아한 나홀로 길 떠나기를 즐겨한다. 길 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 떠남이 두렵지 않고 외롭지 않다. 그에게 세상의 모든 길은 언제나 친구가 된다.

 

올해 그는 러시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바이칼호와 모스크바 궁,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톤 체호프, 알렉산드르 푸슈킨, 레프 톨스토이,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막심 고리키, 미하일 숄로호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을 떠오르게 만드는 나라, 러시아에서 최일순의 소풍 길은 계속될 것이다.

 

[인터뷰 후일담]

최일순의 푸른별 이야기를 시작하다

대화가 끝나고 원탁 위에 있던 막걸리와 두부도 떨어졌을 때 그에게 부탁을 했다. 푸른별이야기를 트래블아이에 싣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는... 형형한 눈빛의 그는 단박에 그러시죠한다

 

이렇게해서 트래블아이의 첫 번째 트래블로거가 탄생되었다. 다시 한 번 그의 흔쾌한 답에 감사를 보내며 기분 좋게 최일순의 푸른별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의 거친 여행기를 보고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정보는 물론 감동까지 공유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는 선물로 푸른별이야기와 솟대를 그려주었다. 앞으로 푸른별 지구의 흥미롭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트래블아이의 푸른별이야기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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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최일순의 세계일주...2077일간의 잊지 못할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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