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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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으로 아프리카 어린이의 한 달 점심이 해결된다는 걸 안다면, 커피 값이 결코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기업이, 좋은 뜻으로, 정당한 대가를 주고 만든 상품을 구매하는 윤리적 소비, 우리나라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이미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 기회에 윤리적 소비를 실천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멋진 소비자로 거듭나 보자. '신상녀'는 아니지만, 가끔 한 번쯤은 트렌드 리더가 되어 봐도 좋지 아니한가.   

 트렌디한 신상품을 선호한다는 의미의 ‘신상녀'가 요즘 화제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서인영은 구두나 옷을 살 때 "이거 신상이죠?"라고 묻는 까닭에 대표적인 신상녀로 거론된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역시 방세 낼 돈은 없어도 유명 브랜드의 500달러짜리 구두는 꼭 사야 하고, 250억 원짜리 펜트 하우스에서 500켤레가 넘는 구두를 진열할 수 있는 슈즈룸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일종의 신상녀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값비싼 패션을 즐기는 된장녀와 신상녀 중 된장녀는 배척하면서 신상녀에게는 관대한 것일까? 우선, 신상녀인 서인영과 캐리는 여러 상품 중에서도 구두를 더 좋아하는 ‘슈어홀릭'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또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이들은 가격과 품질에 연연하기보다 특별히 선호하는 품목이 있고 그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된장녀와 신상녀를 통해 감지할 수 있는 소비 트렌드는 소비자의 선호 가치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비자에게 최대 만족을 주는 합리적 소비 행태로서 가격과 품질을 중시하였으나, 이제는 생산자의 생산 행태까지 고려하여 상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좋은 기업이, 좋은 뜻으로, 정당한 대가를 주고 만든' 상품을 사겠다는 ‘윤리적 소비' 경향이 늘고 있다.

 

 "소비자 주권 실현,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착한 소비의 시작, FLO 인증마크부터 챙기자 지갑 열기 전, 전 세계의 환경과 윤리를 생각한다  똑똑한 소비? 이제는 올바른 소비! "

 

윤리적 소비는 실제 소비생활에서 '공정무역'과 '착한 소비'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대안)무역이란 1950~1960년대 유럽에서 태동한 소비자운동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공정한 가격, 건강한 노동, 친환경 유지, 생산자들의 경제적인 독립 등을 전제로 한 무역을 일컫는다. 상품을 생산하는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국가 농민들에게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고 교육ㆍ의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둔다.

'착한 소비'는 1986년 네덜란드 정부에 반대하는 멕시코의 커피 재배인들이 지금의 공정무역 선두 커피 브랜드인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를 만들며 경험했던 것을 물타둘리가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라는 책으로 쓰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여기서 ‘착한'은 저렴하거나 적당히 싼 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내지는 ‘바른'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물ㆍ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을 사지 않고, 공정무역에 의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즉, 공정무역과 착한 소비에 의해 이루어지는 윤리적 소비는, 소비의 고려 요소로서 가격ㆍ품질 등의 경제적 요소나 소비자의 만족 같은 심리적 요소 외에 환경이나 인권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국제공정무역 상표인증기구(FLO)와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공정무역은 200여 개 단체가 15개국에서 진행하고 있으나, 이는 전 세계 거래 규모의 약 0.0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스위스의 경우 국내 소비 중 바나나 47%, 꽃 28%, 설탕 9%가, 영국의 경우는 커피 20%, 차(Tea) 5%, 바나나 5.5%가 공정무역에 의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공정무역은 상품의 판매ㆍ구매뿐만이 아닌 금융 분야에서도 발견된다. 그 대표적인 예는 마이크로 파이낸싱(무담보 소액대출) 중계 사이트인 키바(www.kiva.org). 세계 저소득층에게 소액을 빌려 주는 이곳은, 일반 사람들이 소액대출 대상자를 직접 선택하게 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은 2000년대 들어 시작되어 아름다운가게, 에코생협, 두레생협, 한국YMCA, iCOOP 생협연합회,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제3세계 국가들과의 직거래로 들여오는 품목들은 초기에 커피와 설탕에 그쳤으나 초콜릿, 올리브유, 의류, 수공예품, 축구공 등으로 점차 그 품목을 늘려 가고 있다.

공정무역 제품에 대해서는 국제공정무역 상표인증기구(FLO) 등이 인증을 함으로써 제품의 질을 보증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생산자들이 비싼 인증비 때문에 인증 절차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인증마크가 없는 제품도 상당수 유통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국내 여러 단체에서도 공정 무역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각 단체의 인터넷 접속을 통해서 커피나 설탕 등 제3세계국가와의 직거래 제품들을 직접 구매하여 윤리적 소비에 참여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아름다운가게(상)ㆍ페어트레이드코리아 홈페이지(하)]

 

공정무역과 착한 소비에 의한 이윤은 생산지의 공동체를 위해 쓰인다. 한 예로 두레생협은 설탕 봉지당 200원의 지원금을 모아 기금을 만든 후, 사탕수수 운반 트럭 등을 사는 ‘필리핀 네그로스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착한 소비'는 최근 스타벅스ㆍ네슬레ㆍ나이키ㆍ아디다스 등 대기업들의 동참으로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에서 착한 소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고 있다.

한편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윤리적 소비'는 수급체계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커피 원료값이 저렴한 이유는 공급과잉 때문인데, 오히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생산량 확대ㆍ가격 폭락의 악순환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공정무역 제품에 대해 지출한 비용보다 훨씬 많은 이윤을 붙여 판매함으로써 공정무역 정신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기대효과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윤리적(착한) 소비' 운동에는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을 실현하려는 소비자들의 염원이 반영되어 있다.

<희망을 키우는 착한 소비>에서 ‘막스 하벨라르'라는 브랜드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듯이, 소비자들은 이제 ‘착한 소비'를 소비자의 의무이자 권리로 인식하여 소비자 주권 실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에서는 착한 소비를 실현하려는 소비자들의 염원을 반영하여 착한 소비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려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지속가능경영은 '착한 소비'가 확산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기업이 경제적 성과만이 아니라, 환경과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때, 우리 사회 전체에 '착한' 기운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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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착한소비, 제3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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