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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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애월에서 떨어지는 해를 보았다
고운 최치선 

IMG_7161.JPG
 
애월에 왔다 
기생 황진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
'애월'
이른 아침부터 어둠을 밀어내고 세상을 구하는 해
온 몸을 불덩이로 달궈 세상을 빛나게 하는 해
여덟시간 초과 근무를 다하고도 연장근무에 들어간 해
내가 애월에 가서 한 일은 
해의 작업을 가만히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뿐 
파도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바람도 멀리 태평양에서 
다시 뭍으로 돌아 가는 시간
해는 비명처럼 짧은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나는 해녀의 집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애월낙조를 만드는 새빨간 해를 응시하며 
문어숙회를 안주삼아 한라산 소주를 마셨다 
애월 바다에 온 몸을 던지고 
황홀한 빛깔로 내 눈을 멀게한 해는 아름다움의 절정이었다 
애월낙조를 응시하며 나는 모든 것이 추억이 된 그 날을 생각한다
전율이었던 그 날들이
해의 마지막 몸짓처럼
나에게 돌아가자고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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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주 애월에서 떨어지는 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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