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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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아이=김영주 기자] 일본은 다른 나라의 음식을 자국에 들여오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지역화를 이루었다. 독일의 슈니첼에 뿌리를 둔 포크커틀릿이 일본으로가 돈까스가 되고, 프랑스의 오믈렛이 오므라이스로, 케첩으로 맛을 낸 스파게티 나폴리탄 등 국적도 다양한 음식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완전 새로운 음식으로 재창조 됐다. 카레도 그 중 하나다. 

본디카레의 믹스카레.jpg▲ 진보초의 본디 카레
 
진보초의 거리.jpeg▲ 진보초의 카레거리
 

인도의 커리가 식민지 시절 영국인에 의해 영국으로 옮겨가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영국과의 교류를 통해 일본으로 유입되어 일본 특유의 지역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타국의 음식이지만 카레에 대한 일본인의 애정과 자긍심은 과히 대단하다.  

오므 카레, 스프 카레, 카레 우동, 드라이 카레, 카레 빵 등은 물론이고 우리가 아는 기본 카레도 토핑으로 채소, 튀김, 달걀, 치킨, 해산물, 햄버그 등 수십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일본인이 카레에 넣어먹지 않는 식재료가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본인의 카레 사랑은 그저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점 매대에서는 카레를 주제로 한 잡지나 요리책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진보초는 도쿄 카레의 격전지 혹은 성지로 불린다. 대학가의 중심이고, 근처에 중고 서점, 서점들이 많고 회사도 많아 서민 음식점이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인 곳이다. 진보초에는 몇 십년 전부터 카레만을 만들어 온 고집 센 식당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눈에 잘 뛰지도 않는 서점 골목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카레 가게들이 숨어 있다. 그러나 찾아가는 게 어렵지는 않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곳이 보인다면 그 곳이 바로 진보초의 카레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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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를 다룬 잡지들 (2).jpg▲ 카레를 다룬 일본잡지
 

스타일도, 맛도 다른 진보초의 카레 가게들, 그 중 본디 카레는 2011년부터 시작한 카레 그랑프리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통 있는 맛을 지니고 있다. 

1974년 오픈한 본디 카레는 베샤멜 소스를 베이스로 사용한 양식 요리가 기반인 유럽풍 카레의 맛을 지켜나가고 있는 노포다. 90년대 경양식집 느낌이 나는 본디는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혼자서도 눈치 안보고 먹을 수 있는 바 자리도 있어 홀로 여행하는 이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방문할 수 있다. 

본디에서는 비프, 포크, 치킨, 야채, 새우, 계절 메뉴인 굴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카레 중 한가지를 선택한 후 매운 맛 강도와 밥의 양까지 선택할 수 있다. 메뉴를 주문하면 먼저 감자 두알과 버터 한조각이 서빙되는데, 다소 생뚱맞아 보이지만 살짝 녹은 고소한 버터가 스며든 포슬포슬한 감자를 한번 맛보면 정신없이 먹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감자를 다 먹을 때 쯤 카레가 준비되어 나온다.  

본디 카레는 치즈가 솔솔 뿌려진 밥과 함께 나온다. 밥에 묵직한 카레를 얹어 먹으면 입안이 기분좋은 느끼함으로 가득 찬다. 중간중간 함께 제공되는 후쿠신즈케와 락교를 함께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지며 다시 식욕이 돈다.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을 비우게 되는데 사실 밥 양에 비해 조금 적은 듯한 카레가 아쉬운 기분이 든다. 그러나 조금 부족했던 그 양에 며칠이 지나도 계속해서 본디 카레가 생각나니, 조금은 의도됐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입맛이야 각양각색이고 일본에는 맛봐야할 수십가지의 카레가 있지만, 가장 정석에 가까운 카레를 맛보고 싶다면 진보초의 본디 카레를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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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본 카레(1)...일본식 카레의 성지 진보초 본디 카레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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