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 전체메뉴보기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라오스의 신년은 ‘삐마이’라고 부른다. 삐마이는 ‘물의 축제’라는 뜻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세계 공통인 신년 1월 1일도 아니고 한국의 설날인 음력 1월 1일도 아니다.

라오스의 삐마이는 매년 4월 중순인 14일부터 시작되어 16일까지 3일간의 연휴를 보낸다. 이 ‘분 삐마이 라오’라 칭하는 연휴 기간에는 ‘송칸(태국 송크란)’이라 일컫는 물의 축제가 라오스 전역에서 열린다.

연휴 첫째 날은 라오인들이 ‘낡은 송칸이 떠나는 날’이라고 여기며 대개 집안을 말끔하게 청소한다. 둘째 날은 온 가족이 편안히 쉬는 ‘휴식의 날’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날은 ‘새로운 송칸이 오는 날’이라고 하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다.

이 삐마이기간에는 라오스 전역의 학교는 물론 모든 관공서도 일손을 잠시 멈추고 온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연휴를 보낸다. 이는 라오스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각국 대사관도 마찬가지다. 특히, ‘새로운 송칸이 오는 날’ 인 셋째 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날 라오스 사람들은 ‘아홉개의 절’을 방문해 부처상(불상)에 물을 뿌리는 의식을 치른다. 이는 자신들 스스로에게 행운을 빌고 과거의 불행을 쫓아내기 위해 아홉개의 절을 순례하며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반드시 아홉개의 절을 방문하는 이유는 숫자 9가 ‘가장 높은 수’이고, 또한 ‘홀수’이기 때문이다. 라오스에 내려오는 전통 설화에 따르면 홑수는 길일, 즉 좋은 날이고 짝수는 홀수에 비해 나쁘다는 속설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로 인해 결혼날짜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홑수 날을 선택하는 편이다. 또 이 연휴기간에 라오스 사람들은 가까운 친척집을 방문하고 오랜 친구들끼리 우정을 다지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이처럼 물을 붓는 것은 나쁜 것을 씻어내고 좋은 것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다. 라오스는 많은 소수민족들과 구성되어 있지만 국민 80%이상이 불교를 숭배한다. 특히, 불교를 신봉하는 거의 대부분의 집들은 대문 옆에 불상을 모신 제단을 갖추고 있다.

삐마이 연휴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제단에 모셔두었던 불상을 꺼내 함께 물을 붓는다. 이 의식에 사용되는 물에는 꽃을 뿌려 향기를 내거나 향수를 섞기도 한다. 승려들은 물을 담은 사발에 라오스 국화인 ‘똑짬파(짬파 꽃이라는 뜻)’를 띄워놓기도 한다. 그래서 향기가 나는 똑짬파는 라오스 신년인 ‘물 축제의 상징’이기도 하다.

승려들과 일반신도들이 불상에 물을 붓고 그 부은 물이 나무로 만든 좁은 통로인 ‘나가’를 따라 흐르게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물을 퍼서 자신의 머리에 부으며 행운을 기원한다. 특히, 부모들은 나가를 따라 흐른 물을 집으로 담아와 아이들의 머리에 부으며 행운과 건강을 기원한다.

이때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합장한 손’에 물을 붓는다. 이는 어른이기 때문에 머리에 부을 수 없고 존경의 표시로 불교를 숭배하는 라오스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삐마이가 세계적인 축제가 되어 재미삼아 마구잡이로 뿌리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이처럼 물을 붓는 행위는 계절적 특성과 관계가 깊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반도 한 가운데 위치함으로써 3월에서 4월까지 건기의 막바지에 접어들며, 연중 가장 높은 수은주를 나타낸다. 실제로 삐마이를 열흘 정도 남겨둔 4월 초 현재 낮 기온은 섭씨 42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무덥다.

이런 더위로 말미암아 삐마이 축제 첫날부터 젊은이들은 길가에 모여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오토바이나 자동차에도 바가지나 물총 등 갖가지 도구를 이용해 물을 뿌림으로써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고 행운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 신년축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 중 하나는 ‘바시’라는 행사다. 바시는 라오인의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중요한 의식으로써 불교가 라오스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민간인에게 전해 오는 정령신앙에서 비롯된다.

정령(라오어로는 ‘쿠안’ 또는 ‘윈냔-Vin nyan’ 이라고 칭함)은 사람의 육체와 떨어져 존재하는데 반해 살아 있는 사람의 육체에 머무르는 것은 ‘혼’라고 부른다. 이 혼이 사람의 육체에서 떠나가면 병균들도 죽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혼을 불러오거나 나약해진 혼을 강하게 하는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이 의식은 사업가는 사업에 성공하고 아픈 사람은 병이 낫길 기원하며, 수험생에게는 좋은 결과를, 혹은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에게는 건강하고 안전한 길을 축원한다. 또 새로 결혼한 신혼부부에게는 가정의 안녕과 행복을 ‘바시’라는 전통 의식을 통해 축복을 빌어준다. 라오스의 이런 전통 의식은 개인과 공동체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들의 결혼식을 유심히 관찰하면 바시의 중요성이 잘 나타나 있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라오스] 세계인의 물축제, ‘분 삐마이'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