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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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선 작가 프로필)

2009년 SI그림책학교 졸업

2010년 영국 캠브리지 Anglia Ruskin University 교류전 

2011년 KT&G 상상마당 외벽 및 내부 sign 디자인 

2011년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벽면 일러스트 디자인 

2011년  KT&G 상상마당 디자인 스퀘어 초대 개인전 'MAMA' 

2011년 인천 시민문화 예술센터 레지던시 작가 선정 

2011년 갤러리 some 초대 개인전 'MAMA' 

2013년 CJ 2014년 캘린더 일러스트 작업

2014년 갤러리 다락 초대 개인전 '달:사랑의 기억'

2014년 갤러리 다락 초대 그룹전 '오너먼트'

2014년  디자이너 슈즈 SYNN 콜라보레이션 작가 선정


인터뷰

 

괜찮아요. 부담 갖지 마시라고 저도 늦어드릴게요. 기다리시는 동안 맥주 두 병은 마셔야 해요. 저도 이미 두 병을 마셨으니까요.”

인터뷰 시간을 맞추지 못해 미리
30분쯤 늦을 것 같다고 보낸 문자에 대한 답이었다. 나는 홍대근처 악어라는 카페에서 그녀의 지시대로 맥주를 시켜놓고 페이스 북에 있는 ‘최은선’이란 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특별한 정보라도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뒤져보았지만 공개된 사진첩에는 필요한 정보가 없었다. 머리카락을 내린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 패턴인형, 전시회, 고양이, 작업 장면, 웃고 있는 모습, 공항 게이트 등등...맥주를 마시면서 다시 한 번 스마트 폰에 찍힌 문자를 들여다보았다

웃음이 나왔다
. 롱보드라거 두 병을 마신다고 취하진 않지만 갑자기 취중토크가 될 것 같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다려졌다. 재밌거나 개성이 강하거나 아니면 시크한 성격일지 모른다는 나름의 추리를 해 보았다. 그렇게 혼자서 그녀와의 인터뷰 준비를 하는 동안 맥주 두 병은 비어졌다. 시간을 보니 카페에 도착한지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못 오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나와의 만남이 싫어서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 때 스마트 폰의 녹색 점멸등이 깜빡거렸다. ‘작가로부터 문자가 온 것이다

지금 가고 있는데 헤매고 있어요. 하지만 찾아갈게요.”
왠지 이번 인터뷰는 재밌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여유를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천천히 오세요. 작가님” 
자 있기가 뭐해 술을 더 시킬까 하다가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주인여자에게 입구 쪽 벽면에 그려진 귀여운 핑크색 악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저 그림 혹시 직접 그리셨나요?”
왠지 그림을 그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인은 웃으면서 손사래를 친다

아니에요. 친구가 그려주었어요.”

뒤에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음악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 그리고 주인은 옥상인 듯한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한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직감적으로 그녀가 닉네임 타투임을 알았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캐주얼차림에 머리는 단발이었고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안경테를 꼈는데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기 앉을까요? 아니면 위로 올라갈까요? 춥지 않다면 옥상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녀가 자리에 앉으려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살짝 웃으면서 올라가자고 한다.

옥상에는 이미 상당수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하늘이 보이는 테라스같이 제법 운치가 있는 장소였다. 유럽의 어느 카페 같기도 한 그곳에서 그녀와의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아서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았다

혹시 해리포터 닮았다는 말 안 들으셨나요? 너무 똑같아요.”

말을 하고 보니 초면에 실수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됐다
. 해리포터는 남자고 내 앞에 있는 작가는 여자가 아닌가. 눈치를 보는데 앞에 앉은 ‘작가는 반응이 없다. 혼자서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밤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몇 개의 질문을 준비했다
. 먼저 그녀의 일상이 궁금했다. 작업에 쏟는 시간은 하루 중 얼마나 될까
작업은 깨어 있을 때 해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부터 새벽 5~6시까지 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 자기 시작하면 보통 11시나 12시쯤 일어나죠. 그래서 늘 잠이 부족해요. 일은 오후 4시부터 저녁 10. 손님이 많으면 11시에서 12시까지 하게 되죠.”

심플하다
. 일하고 작업하고 자고 그게 전부. 어떤 작업을 하는지 들어 보았다
아직은 찾아가는 여정에 있어 제대로 된 답을 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현재까지는 제 안의 색과 소리와 이미지의 세부를 기하학적인 커다란 틀 안에 쏟아내 보기도 하고, 틀을 거두어 세부의 흐름을 풀어 놓아보기도 합니다. 때론, 쏟아놓는 바닥이 캔버스가 되기도 하고, 유리창이 되기도 하고, 커다란 건물의 외벽이기도 하고, 손바닥만한 인형이 되기도 해요. 실험의 과정에 있어서 추구하는 작품의 성향을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현재는 세부의 묘사가 강한 라인 드로잉 작품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을 스마트 폰에서 꺼내 보여준다
. 잘은 모르겠으나 클림트를 닮았다. 자세히 보니 피카소가 중년에 만난 마리 테레즈의 풍만한 모습이 살짝 보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떤 동기로 그림을 시작했을까?

어릴 적 취미였던 인형 만드는 재주를 눈여겨 본 먼 친척 언니가 그림책 편집자로 일하고 계셨고, 그 언니의 권유로 아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던 20대 초반에 첫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첫 책을 하며 스스로의 무모함과 무능력으로 인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힘들게 했음을 깨닫고, 공부할 길을 찾던 중, 사진을 접하게 되었고, 지인의 권유로 공연 사진 찍는 일을 시작하여 업으로 삼다가 10년이란 먼 길을 돌아 뒤늦게 최미란 작가께서 운영하시는 CM그림책 학교와 미대에 들어갔어요. 그림은 그림책 학교 입학을 계기로 시작하였고 동기는 딱히 없으나, 굳이 찾자면 머릿속에서만 머물다 사라지는 상상과 삶을 살며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감정들을 마음의 이미지와 시적인 언어로 노래하는 그림책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위로받았던 것은 저였으며, 그때도 지금도 그림과 그림책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이 연유가 동기이자 목적이며, 삶의 이유입니다.”

부러웠다
. 행복을 찾고 있다는 그 말이 나에겐 무척 낯설게 다가왔다. 나도 오랫동안 찾아본 행복이지만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작가는 왠지 그 행복을 찾을 것 같았다. .......
 
그녀가 원하는 행복을 찾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감사할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았을까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배움과 실력이 많이 부족하여 좋아하는 작가로 답을 하겠습니다. 영국의 그림책 작가인 존 버닝햄과 앤서니 브라운, 스웨덴의 마티아스 어덜순을 좋아하며, 프랑스 작가 니키 드 생팔 ( Niki de Saint Phalle)도 매력적입니다.”

예상이 빗나갔다
. 적어도 구스타프 클림트가 나올 줄 알았는데...그녀를 만나기 전에 좀 더 그림책 공부를 하고 왔어야 했다. 안이했던 준비가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코니 같은 카페의 분위기 탓에 어색함이 조금은 감추어진다는 사실. 마지막 잔을 부딪치며 기억에 남는 작품과 전시회에 대해서 부탁했다

아끼는 작품은 1TH_개인전 ‘Mama’ ‘Mama:엄마가 나보다 어렸던 그때_29’ 유년 시절, 엄마에 대한 기억과 엄마가 부재했던 시간의 상상을 인형으로 풀어낸 전시가 첫 개인전이었습니다. 위의 작업이 시작이자 대표작품 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작업으로, 이 작업을 하며 엄마에 대한 제 감정을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 것이 그 이유입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유년의 불행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겪을 수 있는 경험쯤으로 치부하고 스스로의 상처를 회피해오다 어렸을 때는 너무 일찍 늙어버린 아이로, 커서는 영영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로 살아가고 있는 자아를 이 작업을 통해 깨달았지요. 그 깨달음의 첫 걸음인 작업이라 가장 애착이 많이 갑니다.”

‘작가
와의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다. 그녀가 나를 향해 애매모호한 미소를 짓고 홀연히 사라진 후 나는 그녀가 앉아 있던 의자에 부스러기처럼 남은 여운을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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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은선 작가...그림과 그림책에서 행복 찾는 영원한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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