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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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건강프로그램 ‘비타민’에서 ‘아들의 성’을 주제로 강연 해 주목 받았던 김세철 관동대 명지병원장(전 중앙대 의료원장)을 만났다. 2009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의료기관평가에서 우수의료기관에 선정되는 등 흑석동 병원 개원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김 원장의 리더십과 병원 경영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CEO로 있는 시간 보다 환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고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2005년 2월 중앙대 의료원장에 취임한 이후 보수적인 틀을 깨고 과감한 개혁으로 흑자병원을 만든 주인공 김세철 의료원장. 김 원장에게 병원 CEO로서 성공한 비결을 묻자 돌아 온 답이었다. CEO로서 자신을 알리기보다 의사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김 원장의 속내를 알고 더 이상 묻기가 어려웠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일상적인 질문부터 시작했다. 마침 어제 술자리가 있었다고 하기에 주량을 물어보았다.

“소주나 독주로 분위기를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십니다. 많이 마시기보다는 즐긴다고 해야죠.” 애주가임이 틀림없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시간표가 궁금했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출근은 언제나 6시 50분입니다. 술은 내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출근은 병원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기 때문에 어긴 적이 없어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슈퍼컴퓨터처럼 김 원장은 스스로 만든 약속과 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아침출근 후 7시 20분에 미팅을 합니다. 모든 전공의 선생들이 모여서 수술환자들에 대한 처방과 진료 등에 대해서 의논을 하죠. 8시까지 전체미팅이 끝나고 나면 회진이나 수술을 시작합니다. 외래가 8시 20분부터 시작되죠. 그 후부터는 수술과 연구 그리고 미팅의 연속이죠. 개인적인 시간이라면 아 출근해서 전체미팅 시작 전까지 약 30분이 전부입니다. 그 시간에 하루일과를 체크하고 E-mail을 읽고 답장을 보내죠.”


김 원장은 하루일과를 마치 브리핑 하듯 단숨에 말했다. 의료원장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 이유를 묻자 답변은 이번에도 단순명쾌했다.

“의사가 수술하고 연구하고 환자와 대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까? 그렇다고 내가 의료원장으로서 일을 도외시 하는 것은 없습니다. 결재도 연구실에서 할 수 있고 원고나 논문도 연구실이 편하거든요. 물론 일이 있으면 의료원장실로 올라와서 업무를 봅니다.”

거듭 의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김 원장에게 이번에는 건강관리의 비결을 물었다. “특별한 것은 없어요. 현재 이렇게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형편이라서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많이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병원 내에서도 빨리 걷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술을 자주마시면 건강에 해롭지 않냐는 질문에도 김 원장은 주저없이 답변했다. “기왕마시는 술인데 기분 좋게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죠. 자기주량만 지키면 술이 나쁘진 않아요. 물론 너무 자주 과음하면 몸이 감당하지 못하지만...”

김세철 의료원장은 술이 독주일수도 약주일수도 있는 것은 전적으로 술 마시는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 김 원장은 재미있는 작업을 의뢰받았다. 전북 고창군에서 복분자가 남성의 정력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존의 실험은 객관성이 결여된 부분이 많았어요. 한마디로 허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할 연구는 ‘복분자를 먹고 오줌을 싸면 요강이 깨진다’는 소문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저도 실험의 결과가 기대되는 작업입니다. 이미 복분자의 효능은 장기복용시 노화억제와 황산화작용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동물실험을 통해 그것을 입증한다면 임상실험을 거쳐 발표하는 수순을 밟을 것입니다.”

김 원장은 그밖에도 이미 3년 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바 있다. 주제는 “ 환경호르몬이 남성생식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이다. 김 원장은 올해 이 연구를 마무리하고 발표를 하게 되는 데 결과에 따라서 발표 시기는 늦춰질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환경호르몬이 남성 비뇨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파장이 큰 부분인 만큼 발표 시기는 조정 될 것입니다.”

김 원장은 올해에만 두 건의 연구를 마무리하게 된다. 대단한 열정이 아니고선 이루기 힘든 결과물이다. 수술과 연구 그리고 크고 작은 회의, 의료원장 업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했던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장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대한성학회 회장, 한국의료QA학회 부회장, 대한병원협회 경영위원장 등의 과외활동까지 합하면 정말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정말 대단하신 열정입니다”고 한마디 하자 김세철 의료원장은 살짝 웃음을 머금으면서 손사래를 친다. “아닙니다. 시간이 너무 없다보니 기대만큼 열심히 하지 못해서 회원들게 죄송합니다. 올해는 회원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뇨기과의 스타교수인 김세철 의료원장은 남성의 생식기와 관련된 연구를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복분자를 비롯한 일련의 연구들이 새삼스러운 분야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비아그라를 5년 이상 복용한 발기부전환자 105명과 남편의 비아그라 복용사실을 알고 있는 배우자 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왜 비아그라를 장기복용하는가?”

그리고 “지난 7년 동안 비아그라 부부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에서 장기 복용시에도 성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6점 만점 기준으로 남성이 5.15점, 여성이 5.10점으로 상당히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의 결과를 통해 발기부전치료제를 오랜 기간 복용해 온 남성들은 ‘발기강직도’를, 배우자들은 ‘오르가슴 증가’를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고 한다.

 
오는 2008년 말 완공예정인 신축병동은 약 400병상으로 지상9층 규모의 최첨단 건물이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중앙대 의료원이 발전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의사로서 그리고 의료원장으로서 충실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임직원들이 해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원칙을 지켰는데 그 결과가 좋게 나타났어요.”

하나의 원칙 그게 무엇일까?

“그것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도 예외가 될 수 없었죠. 기존의 보수적인 틀을 과감히 깨고 경쟁력 있는 병원이 되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스타의사 한명보다 젊은 의료진을 많이 키우는 게 환자를 위해서 훨씬 큰 도움이 됩니다.”

김 원장은 병원혁신을 통해 개원 1년 만에 병상가동률 95%를 넘기고 이제는 병상이 부족해 새 병동을 짓고 있을 만큼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김 원장의 예외 없는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임상교수가 환자진료 때문에 논문을 쓸 시간이 없다고 하면 환자가 곧 논문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논문과 환자의 치료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합니다.”
중앙대 병원에서 김세철 의료원장만큼 바쁜 사람이 있을까? 김 원장은 지난해에 SCI에만 다섯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 원장의 이런 부지런함은 그의 몸에 밴 습관에서 나온 것이었다. 연구회 때부터 관여해 온 QA학회 일을 보면서 김 원장은 병원이 환자를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하루일과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하루를 효율적으로 쓸까 생각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출장중에도 비행기 내에서 발표할 논문을 점검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발표를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이처럼 그의 QA생활철학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것은 또 CEO로서 업무를 보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능력있는 사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또는 CEO는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매일같이 고민하면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8월에 세계남성과학회가 열렸어요. 내가 조직위원장을 맡았는데 사무총장과 각 분과위원장에게 진행을 맡겼어요. 일체 간섭하지 않았죠. 나중에 외국의 교수가 그러더군요. ‘이번처럼 깔끔하게 학회가 진행된 적이 없었다. 사소한 다툼도 없이 학회행사가 잘 끝났다. 고맙다.’고 말입니다.”

인터뷰의 대미를 장식하는 내용이었다. 김세철 의료원장의 ‘CEO 노하우’는 QA철학에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을 하기에 앞서 효율성과 가치를 생각하는 습관이 중앙대 흑석동 병원을 개원 1년 만에 흑자병원으로 만든 힘의 원천이었다.


김세철 원장은 현재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종신회원이며 의학한림원 정회원과 대한성학회 회장 그리고 한국의료QA학회 부회장, 대한병원협회 경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들에게 말하는 남자 (2006, 해나무)와 전립선 질환의 모든 것 (1997, 일조각) 등을 펴냈다. 수상내역은 아세아태평양 성기능장애학회 최우수논문상 (1989) 재경 경북대총동창회 자랑스런 동문상 의료부문 (1998) 중앙대학교 학술상 (2000) 미국 포경수술정보교육센터 인권상 (2000) 대한비뇨기과학회 학술상 (2002)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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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CEO] 김세철 관동대 명지병원장...경쟁력 있는 병원 되려면 고정관념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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